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

by 오월

지인들과 함께 길을 걷다가 작은 개인 의류 매장을 발견했다.

"어? 이거 완전 네 옷인데?"

지인의 말에 디피 된 옷을 보니, 완벽하게 평소 내가 입고 다니던 스타일의 옷이었다.


또 다른 지인은 휴대폰 컬러링을 설정해 두었다. 길을 걷다가 그 음악을 들으면 그 지인의 얼굴이 떠올라 나도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어서 컬러링을 설정해 두었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다가 마주하는 것들을 보며 누군가를 떠올린다.

여행지 소품샵에서 마주친 귀여운 고양이 스티커를 보고 떠오른 친구가 있어 한 세트를 구매한다. 얼마 안 하는 금액이지만 마음만큼은 값비싸다.


선물을 건네는 묘미는 자기만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일상에서 너를 이만큼 생각하고 있어! 하는 자랑과 내가 건넨 선물을 받아 들고 예상치 못했다며 밝게 웃는 복합적 감정이 깃든 얼굴.

나는 그 표정이 좋아서 선물을 신중하게 고른다.


가끔 선물을 건넬 이유를 만들기도 한다.

막역한 사이가 아닌 지인의 선물을 고를 땐 더욱 애써 이유를 만들어낸다.

'우리, 이 정도 사이는 아니잖아?' 하는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아서. 나의 마음이 부담이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정성 들여 이유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 핑계, 저 핑계 둘러대다가 결국은 정공법이 제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쇼핑하다가 발견했는데, 너 요리하는 거 좋아하잖아. 생각나서 내 거 사는 김에 같이 샀어."

결국, 선물을 하는 근본 이유는 -네가 생각나서- 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느낀 그 마음을 그대로 돌려받는 순간이 찾아왔다.


짝꿍과 함께 카페에서 만나기로 한 날. 집 앞에 마중 나온 짝꿍의 손에 들린 건 쇼핑백이었다.

이게 뭐냐는 질문에, 마침 간단하게 입을 겨울용 외투를 사려고 후리스를 사면서 내 생각이 나서 구매했다고. 때마침 400일 기념일이니까 핑계대기도 딱 좋았다는 말을 한다.


기념일을 챙기지 않기로 했었는데, 예상치 못한 대답에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아 솔직하지 못한 나의 입술은 괜히 투덜거렸다.

"아니야! 중요한 건, 내 거 사면서 너를 생각하고 같이 샀다는 나의 마음이야!"

순간 그 대답이, 내가 선물을 건네기 위해 포장했던 이유와 닮아있어서, 그래서 웃음이 났다.


우리는 정말 사소한 순간에 누군가를 떠올린다.

그 사람과 닮은 옷, 그 사람의 취향 같은 소리, 문득 스쳐 간 작은 물건들.

어쩌면 ‘생각난다’는 말 안에 이미 마음이 다 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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