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생일 외 별다른 기념일을 챙기진 않지만, 크리스마스만큼은 꼭 챙기고 싶다. 한 해를 매듭짓는 시점에 생각나는 이름과 얼굴을 나열해 본다.
A와 올해 자주 만나지 못했네. 내년에는 연락이라도 먼저 해봐야겠다
B는 오랜만에 연락을 줬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만나지 못했네. 그래도 기억해 줘서 고마웠어
새롭게 알게 된 C와 D가 있는데 나와 꽤 잘 맞아서 좋았어
사람들과 활발히 어울리는 편은 아니지만, 좋은 인연들의 이름과 얼굴만은 마음속에 또렷이 새긴다.
좋은 사람들을 떠올린다는 건, 부족한 한 해였더라도 스스로 위로할 수 있는 하나의 구실이 되어준다. 올해가 작년만큼의 성장도, 성과도 이뤄내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좋은 인연들을 지켜냈다는 사실이 스스로에게 작은 위로가 된다.
카페에서는 하나 둘 캐롤이 흘러나오고 대형 트리가 매장 안에 들어섰다. 다이소 신상 크리스마스 시즌 제품들은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르게 품절되었다.
회사에서는 내년 달력과 다이어리를 배포했다. 26이라고 쓰인 숫자가 새삼 낯설다.
도시도, 나의 일상도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여름 무렵 집 근처에 공유서재 카페가 생겼다. 이런저런 이유로 방문하지 않다가 갑자기 오랜만에 조용한 공간에서 책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마 연말이 주는 힘이었을 것이다.
카페 여기저기 책이 가득했고, 연필 깎기 대회 등 귀여운 이벤트 소개도 가득했다.
중년의 사장님은 화장기 없는 얼굴에 조금 지쳐 보였지만, 매장 구석구석 차분하면서도 열정적으로 소개해 주셨다.
"여기 크리스마스 엽서 있는데, 매장 앞 빨간 우체통에 넣어주시면 나중에 우편으로 보내드려요"
나가려던 나의 발걸음을 붙잡은 사장님의 말에 통 안 가득한 붉은 엽서를 보았다. 소중한 사람에게 편지를 쓰면 된다는 말에 괜히 설레기 시작했다.
"친구나 가족분이랑 나중에 같이 오셔서 써보세요"
관심을 가진 내 눈빛을 읽으셨는지, 사장님께서 환하게 웃으며 덧붙이셨다.
마지막으로 편지를 쓴 지 얼마나 되었을까?
초등학생 시절, 편지 쓰기로 상을 받던 어린이는 사라지고, 마음 한 줄 적어내는 것도 서툰 어른만 남아 있었다.
먹고살기 바빠서, 요즘 누가 오글거리게 편지 쓰냐며, 민망함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편지를 멀리했던 나는 그 누구에게도 솔직하지 못한 어른이 되었다.
"네, 다음에 친구랑 꼭 같이 올게요..!"
누구에게 편지를 써볼까, 생각나는 인물의 이름을 다시금 되뇌어본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짧더라도 진심이 담긴 카드를 선물과 함께 꼭 건네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