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본 적 없어 서툰 마음

유치하지만 솔직하긴 해

by 오월

조금은 낯부끄럽지만, 솔직한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한다.

누군가의 생일을 챙겨줄 때 우리는 정말 순수한 축하의 마음만을 담아 선물을 보내는 걸까?


인터넷에서 ‘선물 때문에 의가 상했다’는 글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본인은 고민 끝에 5만 원가량의 선물을 골라 보냈는데, 돌아오는 건 둘이서 같은 금액대 식사 한 끼였다거나 하는 이야기.

축의금도 마찬가지다. 요즘 식대가 얼마인데 초대하면서 돈 계산을 하냐는 불만 섞인 글들.

순수하게 축하하고 싶은 마음은 분명 있지만, 그 안에 어쩔 수 없이 불순한 감정이 섞이는 건 우리 모두가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나 역시 기브 앤 테이크 앞에서 자꾸 계산기를 두드렸던 적이 있다.

‘받은 만큼은 해줘야 하지 않나?’

‘이 금액대가 맞는 걸까?’

짧은 시간 안에 선물의 가격표를 훑어보며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데 한 번은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나는 왜 이렇게 ‘받는 일’에 유독 서툴까?

기브 앤 테이크가 어려운 이유가, 정말 돈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전형적인 K-장녀로 살아왔다.

엄마가 대놓고 돈, 돈 하며 부담을 준 적은 없었지만, 어린 나의 눈에도 우리 집의 사정은 뚜렷하게 보였다.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장난감, 먹고 싶은 음식, 집 바로 맞은편에서 열리는 축제조차 “가자”고 말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괜찮아”라는 말이 습관처럼 튀어나왔고, 그런 나를 어른들은 욕심 없이 철든 아이로 바라보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갖고 싶다’라는 말을 거의 해본 적이 없었다.

내겐 어려웠던 그 말이, 동생에게는 너무나 쉬웠다.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동생의 손에는 언제나 새로운 장난감이 들려 있었다. 무선 RC카, 닌텐도, 박람회에서 사 온 기묘하게 반짝이던 것들까지.

반면 내 손에는 항상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의 나는 몰랐다.

원하는 걸 말하는 법도, 누군가에게서 무언가를 ‘받는 경험’도 배우지 못한 채 자라났다는 사실을.


그래서인지 지금도 누군가가 나에게 선물을 건네면 마음보다 계산이 먼저 움직인다.

기쁘기보다 당황스럽고, 감사하기보다 어색하다.

‘내가 이걸 받아도 되는 사람인가?’

‘이만큼 다시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받는 마음을 미처 배우지 못한 아이였던 내가, 어른이 돼서도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나는 이제야 조금씩 깨닫고 있다.

선물은 계산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을.

그리고 때로는 받은 만큼 돌려주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무엇보다, 받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아마 나는 아직도 서툴고, 앞으로도 완전히 익숙해지지는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천천히 배워보려 한다.

받아본 적 없어서 서툴던 그 마음을, 이제는 기꺼이 받아들이는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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