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나의 취향과 관심사들
취향,
사전적 의미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이라고 한다.
흔히 선호도의 개념으로 자주 언급되곤 한다.
최근에는 개인의 다양한 취향이 존중받는 시대가 되었다.
아니, 마이너 한 취향이 인싸들에 의해 수면 위로 등장해야 했다고 해야 할까? 다양한 개개인의 취향과 취미들이 등장하게 되면서 '디깅'이라는 새로운 단어도 접하게 되었다.
디깅(Digging)이란, 자신의 관심사에 깊이 파고드는 행위를 뜻하는데 처음 이 단어를 접하고 들었던 감정은 부러움이었다.
나는 여러 방면에 다양한 관심을 가지기에 한 가지 것에 온 애정을 쏟아내는 행동은 하지 못한다. 깔끔하고 정갈한 삶을 살고 싶어 미니멀을 추구하지만 현실은 귀여운 걸 보면 참지 못하고 지르고 보는 맥시멀리스트였다. 안타깝게도 내가 사모은 물건들은 수시로 변하는 나의 취향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한데 어우러지는 법이 없었다. 수시로 변하는 나의 취향으로 인해 사모은 물건은 사용되지 못하고 의도치 않게 수집가처럼 방 한편에 보관만 할 뿐이었다. 그래서 온갖 것들에 애정을 얕게 쏟다 보니 하나에 온전히 마음을 주는 사람들을 보면 좋아한다는 감정이 무엇일까, 무엇이기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행복하게 하는 건지 궁금했다.
중학교 시절, 지금은 대선배가 되어버린 2세대 아이돌은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이 나누는 이야기의 대표 소재였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친구들끼리 아이돌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각자의 오빠들(?)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벌어졌다. 그 광경을 보고 황당함이 몰려옴과 동시에 저렇게 좋아한다는 마음은 무엇일지 궁금하기도, 부럽기도 했다.
그나마 꾸준히 좋아하는 게 뭘까 생각해 보았는데 애니메이션과 흑백 순정만화를 좋아했다. 솔직히 고백해 보자면, 지금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B급 감성의 인터넷 소설은 아직까지도 좋아한다.
그 당시 대부분이 아이돌을 좋아하던 것에 비해 나의 관심사는 남들에게 오타쿠라며 외면받는 취향이긴 했다.
나는 얼굴 인식을 잘 못하는 편이다. 특히 아이돌은 그룹에 5명 이상 존재했고 친구들이 좋아하던 그룹의 아이돌 얼굴과 이름을 매칭하는 건 나에게 곤욕스러운 작업이었다. (심지어 기억력도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나같이 잘생긴 남자 아이돌 사진을 보여주면서 나를 입덕시키기 위해 어느 그룹인지, 이름과 그들의 잘생김을 어필해도 내 눈에는 그냥 다 잘생긴 남자 아이돌이었기에 그 정보들을 머릿속에 욱여넣으며 그저 하하 웃으며 맞장구치기 바빴다.
하지만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대할 때와 남들에게 맞추기 위해 좋아하는 척하는 것은 생각보다 티가 많이 났다.
만화를 좋아하던 다른 친구에게 만화책과 라이트 노벨 소설을 빌려 읽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반응들은
'그런 책이 재밌어...?' 하며 묘하게 아리송하고 깔보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훑었고, 나는 그 시선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솔직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니, 걔가 하도 재밌게 보길래 궁금해서~.."
나는 오이를 싫어한다. 누군가는 오이가 청량해서 좋다고 하지만 오이헤이터 입장으로는 그 청량하다는 향이, 물냄새가 너무 싫다. 하지만 당근은 나름 잘 먹는 편이다.
딸기는 좋아하지만 딸기우유는 싫어하고, 바나나는 싫어하지만 바나나우유는 좋아한다.
"왜 이 맛있는 걸 안 먹어?;"
그냥. 그냥 내 입맛에 맞지 않을 뿐이다.
의문을 가질 수는 있으나 "아, 그렇구나_" 하고 간단히 넘어갈 수 있는 일이다.
취향도 그렇다.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유저가 초등학생들로 이루어진 게임을 오래도록 해왔다. 비록 얼마 전 서비스 종료로 이어졌지만 같은 관심사로 이어진 몇몇의 사람들과는 서로 연락하며 여전히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공유한다. 내 나이에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게임이었지만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는 솔직한 관심사와 생각들을 맘 편히 나눈다.
취향이 마이너 하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혐오할 필요는 없다.
그냥, 아 그래? 그렇구나_ 하고 넘기면 될 일이다.
물론 그 취향이란 게 사회,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면 그냥 나와 맞지 않는 취향임을 이해하고 흐린 눈으로 지나가면 그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