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들로 나를 채워갈 거야

물건은 단순히 물건이 아니다. 물건에는 '내'가 담겨있었다.

by 오월

한때 확고하게 좋아하는 것 없이 이것저것 얕게 좋아하는 내 모습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도 한 가지에 매몰되어 무언가를 좋아하고 싶었다. 아니, 사실 그건 사랑에 가까웠다.

나는 나의 사랑의 크기에 한탄했다. 무언가에 사랑을 베풀기에 내가 지닌 사랑의 크기는 너무나 작았다. 그래서 그 작은 마음을 나누고, 또 나누어 다양하게 사랑의 씨를 뿌렸다. 내 나름 사랑을 주었지만 그 크기가 너무나 초라했기에 사랑의 크기가 큰 사람을 부러워했다.


미니멀한 인테리어를 보며 멋있다고 나도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간과했다. 나는 여러 군데 관심을 둔다는 것을. 내게 있어 미니멀은 내가 보기에 '예쁜' 인테리어 방식 중 하나였을 뿐, 비움을 실천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나는 태생적으로 예쁘고 원하는 것을 차곡차곡 쌓아가기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퍼스널브랜딩을 할 때마다 난관에 부딪혔다.

퍼스널브랜딩이 잘 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확고한 무언가가 존재했다. 하지만 여러 것들에 쫌쫌따리 관심을 지닌 나를 한 가지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김키미 작가님의 책에서 발견한 문장이다.

맥시멀리스트는 사랑을 베푸는 마음의 서랍을 여러 개 타고난 사람이다.

머리를 얻어맞은 듯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을 사랑하기에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던 나였는데 오히려 사랑을 베푸는 마음을 타고난 사람이었다.




각 사람에게는 '애착템'이 존재한다. 애착까지는 아니지만 같은 용도의 물건이라도 유독 아끼는 무언가가 존재할 것이다. 유튜브나 각종 커뮤니티에 떠돌아다니는 애착물품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애착물품은 '애착'이라는 단어처럼 수년간 주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왔고,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했다. 이미 옷이라는 쓸모를 다할 수 없는 다 해어진 옷. 유아기 때부터 함께한 수십 년 된 인형. 이미 그 물건의 형체는 사라지고 용도를 다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음에도 추억은 남아 휴지통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타인이 보기에 이미 쓰레기와 다름없지만 그 사람들이 버리지 못한 것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다.

내가 애정을 쏟아낸 대상. 나를 구성하는 존재 일부를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나를 이루는 것들은 진정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고 나타내고 싶어졌다.

딱히 좋아하지 않지만 유행이라고, 타인에게 보이기 위해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는 똑같은 물건인데 이름값 아니냐,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전하는 메시지가 나를 관통한다면 구매했다.

철없는 소비패턴일 수 있지만 조금 더 나다운 것으로 채우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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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내가 가격표는 흐린 눈을 하고 구매하는 물건들이다.


• 몰스킨 다이어리

종이질도 랜덤이고 금액대도 2~3만원으로 저렴하지는 않지만 브랜딩이 잘되어 결국 구매하게 된다.

'아직 쓰여지지 않은 책' 이라니. 시중에 몰스킨보다 저렴하고 비슷한 노트들이 있지만 슬로건 하나만 바라보고 구매하게 되는 물건이다. 새해가 되면 무슨 다이어리를 살까 고민하다 돌고 돌아 몰스킨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 아날로그키퍼

최근 아날로그키퍼 매장인 '파피어프로스트'에 방문했다. 아날로그키퍼 또한 다이어리계의 유명한 브랜드라고 해야 할까? 물론 몰스킨만큼의 역사를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기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브랜드이다. 외부에서 간단한 할 일 목록을 핸디다이어리에 작성 후 여유로울 때 투두메이트 어플에 다시 옮겨적으며 일정을 복기한다. 이상하게 핸디다이어리만 정착했을 뿐인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온갖 다이어리와 문구류는 내 소유가 되어 있었다.


• 한아조 코사이어티빌리지 필로우미스트

쓸모없는 것 중 제일 쓸모 있는 것.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잠드는 데 굳이 필로우미스트가 필요하지 않다. 우연히 쇼핑을 하다가 발견한 한아조 필로우 미스트는 평점이 하나같이 좋아서 구매하게 되었다. 처음 구매할 당시 헛돈 쓰는 것이라 생각해 셀프연말 선물로 주고자 구매했다. 굳이 필요는 없지만 필로우 미스트를 뿌려두고 누우면 심신이 이완되는 것 같다. 적당한 풀내음이 온갖 스트레스로 취약해진 정신에 휴식을 주는 기분이랄까?


이밖에도 헉슬리 핸드크림이라거나(원픽 베르베르포트레이트) 뮤즈무드 하드케이스라던가.

물건은 아니지만 컬러링도 계절마다 바꿔주는 편이다. 꽤 오래전 이야기이긴 하지만, 친구가 컬러링이 좋아서 전화를 걸다가 일부러 끊고 다시 건 적이 있다고. 빨리 전화받으면 좋겠는데 한편으로는 안 받았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다고 고백하길래 웃픈 일화로 남았다.

내 마음이 가 있는 것에 소비를 한다. 그것들이 하나, 둘씩 쌓여 나를 구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