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의 꽃말은,

by 오월

시국이 시국이었던지라 벚꽃 구경을 하러 가기 망설여졌다.

국가적으로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던 탓에 길가에 보이는 꽃들이 그다지 예뻐 보이지 않았다.

"요즘에 이상하게 꽃들이 안 예쁘더라"

직장 동료분께서 말씀하셨다.

동감했다.

여유 한 점 없어서 그런 걸까, 길가에 핀 꽃들조차 마음 한편에 들일 여유가 없었다. 괜한 죄책감이 마음을 짓눌렀다.


화마가 넓은 터전을 집어삼키기를 멈췄다.

우리는 안도했고, 그곳에 남겨진 이들은 아직 일상으로 돌아갈 수가 없어 참담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벚꽃이 만개했다. 각각의 문제들로 신경 쓰지 못했는데 그 사이 벚꽃은 만개하다 못해 흐드러지기 시작했다. 벚나무에는 초록빛 새순이 내년 벚꽃 개화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혼자서 집 근처 산책하며 구경이라도 할걸, 출퇴근 길 휴대폰만 들여다보던 사이 벚꽃은 만개하다 못해 저물어가기 시작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휴대폰 화면을 의미 없이 슥슥 훑어내리다 문득 고개를 들어 올려 시선을 버스 창밖으로 돌리자 길가에 흐드러지게 만개한 벚꽃길을 보게 되었다. 내가 휴대폰에 모든 감각을 빼앗겼을 때 버스는 양옆으로 흐드러지게 핀 벚꽃길을 달리고 있었다.


사진으로 담아둘까, 어차피 달리는 버스 안에서 사진 찍기란 무리일 것이라는 판단에 휴대폰을 가방에 넣어두고 그저 내 두 눈에 담아냈다. 25년의 봄이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4월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벚꽃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온다.

벚꽃 명소라 소문난 곳이 어디든. 그것이 아파트 단지 내라고 할지라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나와 봄 느낌 물씬 나는 옷으로 갖춰 입고 사진을 찍기 바쁘다.


하지만 막상 벚꽃을 찍은 사진들은 볼품이 없다. 내 눈으로 담는 것만큼 아름다운 벚꽃은 없다.

어쩌면 벚꽃의 꽃말은 현재에 집중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학생이었던 시절 농담 삼아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야"라는 말을 했었는데. 생각해 보면 우리는 벚꽃과 함께한 추억 한 덩이들이 너무나 많았다. 학창 시절 학교 운동장에 둘러 심어진 벚나무와 너도 나도 선생님을 모시고 와서 반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던 기억, 체육대회 시즌. 안타깝지만 시험기간까지.


벚꽃이 1년 동안 묵혀두었던 아름다움을 터뜨리는 순간을 우리 또한 큰 추억으로 함께했다.

카메라로 사진을 담아내다 가방에 넣어두고 그냥, 눈에 담아두기로 했다. 벌써 새순이 돋아나 푸릇푸릇한 벚나무지만 그래, 이것도 나름 예쁘네 생각하며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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