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름의 한 조각

드립커피, 독서, 낮잠

by 오월

찰그랑, 얼음이 유리잔에 부딪혀 소리를 낸다.


곧 있을 여름휴가를 기분 좋게 보내기 위해 미용실 예약을 했다.

한 여름에 단발이 최악인 걸 알지만, 내 머리에 짧은 단발펌은 관리도 까다롭고 사약길이란 걸 뻔히 알지만 고민을 멈출 수 없었다.


에잇, 모르겠다.

담당 디자이너 쌤에게 처음으로 요청 메시지를 적어둔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첫 타임을 빼앗겨 어쩔 수 없이 정오 예약을 잡았다.

미용실로 향하는 중에도 단발? 현 기장 유지? 고민을 하며 서둘러 이동했다.


잘 관리한 머리가 아깝다며 기르자는 쌤의 말에 단발을 포기하고 대신 앞머리로 타협을 했다. 햇빛이 쨍쨍 내려쬐는 여름날, 적당히 선선한 미용실 내부와 계속 머리를 만져주는 손길에 졸음이 쏟아졌다.


3시간 정도 시술을 끝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보송했던 몸을 타고 조르르르륵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3시 언저리의 바깥 풍경


원래 약속이 되어 있었지만 어긋나 주변을 배회하다 들어간 카페.

이전 방문한 경험이 좋았기에 이후에도 몇 번 방문을 더 시도하다 매번 만석이라 가지 못했던 곳이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방문했는데 여유로워서 기쁜 마음으로 짐을 내려두고 주문대에 갔다.


드립커피 전문매장답게 수많은 드립커피의 종류를 보고 혼란에 빠진다.

사장님, 제가 산미 있는 걸 좋아하는데,
추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여러 종류의 커피 리스트를 불러주셔서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으로 선택했다.


에티오피아 리무 게라 워시드G1

시트러스향이 입 안에서 맴돈다.

선선한 카페의 공기, 폭신한 소파, 상큼한 커피와 함께하는 독서시간. 미용실에서 쏟아졌던 졸음이 카페 안 공간으로 이동했다.

한 공간에 있던 외국인 손님의 대화를 배경음 삼아 꾸벅, 알게 모르게 쪽잠을 청했다.


여름의 한 조각.

내가 알던 여름이 이러했지.

푹 찌는 더위에 내 발걸음이 닿는 대로, 마음이 향하는 대로, 그냥 생각 없이 원하는 대로 두었다.


오랜만에 내가 기억하던 여름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