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함에 대한자기 고백
재택근무가 시행된 지도 1년 하고도 6개월이 넘었다. 중간중간 사무실은 가끔 가지만, 일주일의 대부분을 집에서 일을 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정말 체질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에겐 그리 맞지는 않는 것 같다. 자꾸 편안한 자세를 찾게 되고 나태해지는 내 모습을 보며 스스로에게 경고하고자 글을 남겨 본다.
독립과 맞물려서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회사 일보다 집안일이 더 중시가 되고 있다. 읽지 않은 메일보다 치우지 않은 바닥의 머리카락이 더 시급했다. 인간이 살아감에 있어서 이렇게 많은 털들이 하루에 이탈되는지 처음 알아가고 있다. 도대체 이놈의 방구석은 매일 닦고 청소기를 돌려도 다시 더러워진다.
무엇인 지 모르겠으나, 예전과 같은 갈급함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영업쟁이에게 중요한 게 타깃에 대한 갈증이라고 생각한다. 갈증이 있어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게 되고, 결국 딜을 성사시키는 건데 편안함을 지속적으로 느끼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갈증이 사라지고 있다. 의욕이 상실되니, 일도 재미가 없다.
영업쟁이, 특히 기술영업은 필드에서 다른 현업 담당자들을 만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의 최근 트렌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외근을 줄일 수밖에 없던 상황이 존재했고 이를 핑계로 대면 미팅을 예전만큼 활발히 하고 있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근의 횟수가 줄고 있다. 시장과 조금씩 멀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겁이 난다.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다 보니, 답답한 마음이 커져 밤이 되면 혼자 차를 몰고 판교 한 바퀴를 투어 한다. 유튜브에서 잔잔한 노래 플레이리스트를 켜 두고. 이게 뭔 궁상인 지 잘 모르겠다.
술도 다른 사람이랑 마시지 못하니, 혼술을 거의 매일 해왔다. 차를 주차하고 집에 올라와서 소주나 와인 이제는 양주까지 그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 다행히 술이 약해서 많이 마시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취한 기분은 양껏 든 상태로 잠에 든다.
8월이 시작되며, 위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 같아 이 시퀀스를 이 글을 기점으로 끊어보고자 작성했다. 분명 더 생산적으로 일하고자 독립을 한 것이고 재택근무를 하는 것인데 비생산성이 증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가 연구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