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봉사 플랫폼, 두세시간의 2023년
2024년에는 부지런해질 만도 한데, 여전히 게으름이 몸을 지배하고 있다. 도대체 언제쯤 부동산 알 박기 마냥 몸 안에 깊게 박혀있는 게으름을 빼낼 수 있는 것인가?
많이 늦었지만, 두세시간의 2023년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두세시간의 2023년은 새로운 시도들로 가득했다. 2022년까진 유기견봉사를 취미로 만들 수 있도록 Rule을 세팅하는 한 해였다고 하면, 2023년 어느 정도 정착된 Rule위에서 재미있어 보이는 시도를 해보는 한 해였다.
참가자들과 방문하는 유기동물보호소도 안성 한 곳에서 확장했다. 두세시간 인천상륙작전을 시작으로 진행된 청라 TBT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가이드만 보고 언제든 참여가 가능하도록 절차를 만들었고, 시스템화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20분에서 30분 사이, 그것도 매일은 못할 짧은 산책을 하던 유기견들이 신나게 놀았으면 좋겠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의 협력단체 지원금으로 진행한 가을운동회는 유기견 친구들에게 최고의 하루를 선물했던 것 같다. 항상 순둥 한 모습을 보이고, 산책할 때도 천천히 발맞추어 걷던 리트리버 골드는 애견운동장에선 누구보다 빠르게 뛰어다녔다. 정말 오랜만에 온 애견운동장에 기쁜 마음을 온몸으로 표현하면서도, 언제 또 올 지 모르기에 최대한 즐기고 돌아가겠다는 마음이 느껴져서 안쓰러웠다. 매주 이런 곳에 놀러 왔다면 적당히 신났을 텐데.
2024년에도 유기견들이 운동장에서 신나게 뛰놀 수 있도록 멋진 하루를 선물하는 이벤트를 기획 중이다. 봄 소풍 컨셉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이번에는 지난 가을운동회 보다 더 많은 유기견들을 데리고 갈 예정이다.
이와 관련된 프로젝트는 아래 링크에서
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266265
안성 유기견보호소에서 가장 눈에 띄고, 봉사활동을 지속하게 한 강아지는 럭키였다. 잘생긴 외모에 제일 먼저 눈이 갔으나, 세 번의 파양으로 상처가 많은 강아지라는 것에 마음이 간 친구였다. 그런 럭키가 드디어 두세시간에 10회 이상 참여한 참가자와 평생 가족이 되었다. 다른 친구보다 마음이 더 갔기에, 럭키가 앞으로도 이름처럼 행운이 가득해서 매일이 행복했으면 한다. T 95%의 유사 AI 인간이 이때만큼 마음이 몽글몽글해진 적이 있던가.
두세시간은 매년 12월 23일에 한 해 참여자들을 초대하여 두세데이라는 파티를 연다.
2023년의 두세데이는 참으로 준비할 것들이 많았다. 2022년부터 떠들던 해리포터 컨셉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 이것저것 사다 보니, 집 밑에 있는 세대창고가 지팡이들로 가득 찼다. 다이애건 앨리가 지하 4층에 생겨버렸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와서, 텐션을 높이기 위해 가게 사장님께 가장 센 술 한 잔을 주문해서 한 번에 털어 넣었다. 그 결과 사실 나는 중간중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친해져서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하자 가 두세데이의 기획의도인데, 의도에 맞게 다들 친해진 것 같기도...? 아닌가?
2024년의 두세데이 컨셉은 포켓몬스터이다. 지하 4층 세대창고가 포켓볼로 가득 찰 예정이다.
2024년의 두세시간은 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 컨셉이다. 상주 직원이 있는 유기견보호소를 위주로 리더가 없어도 매일매일 유기견봉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들고자 한다. 당장 TBT만 구현이 되어 있으나, 적용 보호소를 점차 늘리고자 한다. 청라 TBT가 리더 없이 매일매일 신청할 수 있도록 구현된 뒤로부터 1개월 총 봉사 참여자가 138% 증가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유기견봉사에 더 쉽고 편하게 접근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인 만큼, 더 많은 보호소가 매일매일 봉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구현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꼭 두세시간을 통해 참여하는 것이 아니어도, 유기견들과 주말에 두세 시간 정도 보내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