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인간의 정신 속으로 망명할 때
비트코인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가?
변동성이 심한 투기자산? 위험한 도박? 내재가치가 없는 디지털 쓰레기?
사실 비트코인은 온전히 내가 소유할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자산이다.
이걸 깨달은 사람들은 조용히 모으고 있다. 이해 못한 바보들만 비트코인에 대해 이상한 소리를 떠들고 있다.
금? 내가 들고 있는 금이 진짜 순금인지 누군가의 평가에 의존해야 한다.
미국주식? 테슬라 10주를 사면 테슬라 주주명부에 내 이름이 올라가나? 찾아보라 1만 주를 갖고 있다 해도 내 이름은 주주명부에 올라가지 않는다.
부동산? 자가로 산 내 집은 진짜 내 자산인가? 그럼 보유세와 재산세는 왜 내는가? 내 자산인데? 내가 금덩이 갖고 있다고 보유세나 재산세를 나에게 부과하나? 아닐 것이다. 부동산은 그래서 완전히 내 자산이 될 수 없다. 전세 월세는 집주인에게, 자가는 국가로부터 임차한 것이다.
비트코인은 본질적으로 숫자의 배열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숫자가 개인의 머릿속에 '기억'이라는 형태로 치환되어 저장될 때, 그것은 그 어떤 물리적 실체보다 강력한 소유의 상징이 된다. 우리는 이것을 '생체 콜드 월렛(Biological Cold Wallet)'이라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의 부는 늘 눈에 보이는 곳에 존재해야만 했다. 금괴는 육중한 금고에, 토지는 종이 문서에 묶여 있었다. 국가나 권력은 마음만 먹으면 그 연결고리를 언제든 끊어낼 수 있었다. 물리적 실체를 점유하는 것이 곧 소유를 의미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소유의 증명을 외부의 장부에서 개인의 내면으로 옮겨왔다. 24개의 단어를 기억하는 것만으로 전 세계 어디서든 나의 부를 인출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자본주의 역사상 전례 없는 '개인 주권'의 탄생을 의미한다. 이제 부는 빼앗길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지식'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6년부터 시행될 CARF(암호자산 보고 프레임워크)와 같은 글로벌 세무 추적 체계가 정교해질수록, 디지털 자산의 투명성은 역설적으로 개인에게 보이지 않는 압박이 된다. 모든 트랜잭션이 영구히 기록되는 블록체인 위에서 유일하게 사적인 영역으로 남는 곳은 결국 '인간의 기억'뿐이다.
하드웨어 월렛조차 물리적 실체로서 압수되거나 파손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기억 속에 새겨진 프라이빗 키는 그 누구도 강제로 열 수 없는 최후의 보루가 된다. 기술이 고도로 발달할수록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원시적인 저장 수단인 '인간의 뇌'에서 완전한 자유를 찾게 되는 셈이다.
결국 비트코인이 지향하는 종착지는 기술이 인간의 신체나 정신과 분리되지 않는 지점에 있을지도 모른다. 장부의 기록이 나의 기억과 완벽히 일치할 때, 부는 비로소 타인의 승인이나 제도의 허락 없이도 온전히 나의 것이 된다.
우리는 지금 기술을 통해 인간의 의지가 가장 완벽하게 물질화되는 과정을 목격하고 있다. 가장 차가운 기술인 블록체인이 가장 뜨거운 인간의 정신과 만날 때, 소유는 비로소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