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트>를 보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짧고 임팩트 있는 콘텐츠가 범람하는 요즘, 두 시간 동안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일은 참 어려운 것 같다. 마지막까지 관객의 관심을 끌어보려 모든 것을 쏟아 붓다 결국은 용두사미로 끝나는 영화들도 적지 않다.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길들여진 관객들의 관심을 두 시간 동안 붙잡아 두는 영화는 대단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영화 <헌트>는 후반이 더 쫄깃했던 대단한 영화였다.
1980년대 안기부 해외팀 차장 박평호와 국내팀 차장 김정도는 조직 내의 스파이, 동림을 찾기 위해 대립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테러 위협, 비밀 작전이 실패하는 등 동림의 활약이 계속되는 와중에 안기부 내부에서는 살벌한 스파이 찾기가 계속된다. 얼굴에 묻은 잘생김 덕에 둘 다 스파이는 아닌 것 같은데 서로를 의심하며, 주변 인물을 데려다 고문하고 감청하는 등 서로에 대한 추적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SELLING POINT. 후반전이 찐이었네!
영화의 전반전은 '누가 동림일까'에 초점을 맞추어 달려간다. 그리고 동림이 밝혀지는 순간, '역시 당신이 동림이었구만' 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한편으로는 이제 스토리 전개의 속도가 조금은 꺾이겠구나 하는 예상이 든다.
그러나 정말 찐은 동림이 밝혀지고 나서 였다. 스파이 찾기에 집중했던 스토리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며 또 한 번 관객의 집중력을 끌어 모은다. 서로 같지만 다른 목적으로 숨 막히게 후반전을 달려가는 두 인물을 보며 목적과 수단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된다. 박평호와 김정도는 세상을 더 나아지게 바꾸려는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최후의 수단을 행하려고 한다. 목적이 무엇이든 그들을 은근히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이 전반전에 사용했던 사람들을 고문하고, 폭력적인 취조들이 겹쳐 보이며, '정당한 목적과 수단'에 대해 한 번 쯤, 생각해 보게 된다. 여러 생각들로 혼란스러울 때 쯤, 라스트 팡 같은 마지막 대형 액션 씬까지, 이 영화의 후반전은 정말 찐이었다.
30년차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이기도 했고, 정우성-이정재의 만남으로 화제가 되어 기대를 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으면 했다. 과연, 숨 쉴 틈 없는 스토리 전개를 기반으로 맨 몸 액션, 총기 액션, 폭발 등 별의별 액션과 화려한 특별 출연진으로 구멍 없는 연기까지, 이정재의 감독 데뷔와 캐스팅 이외에도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