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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빈 Aug 05. 2022

모든 것을 용서하는 숨은 장르 <비상선언>

<비상선언>을 보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영화 중 대표적인 인기 시리즈 <신과 함께>. 두 편의 영화가 모두 천만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쌍천만 영화'라고 불리는 영화다. <신과 함께>가 연속 두 편 이상 성공한 이유는 탄탄한 스토리와 화려한 스케일의 힘도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숨은 장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CG가 조금 부족해도, 흐름이 조금 깨지더라도 마지막에는 강렬한 감정적 자극을 선사하는 한국 영화만의 숨은 장르, '신파'다.





영화 <비상선언> 스틸 컷


한국영화에서 신파는 하나의 장르처럼 작품 속에 스며들어 있다. 특히 재난영화와 신파가 만났을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최초의 항공 블록버스터라는 <비상선언>은 항공기 안에서 일어나는 테러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비행기 공포증이 있지만 딸을 위해 비행기에 오르는 아빠, 테러 예고 영상에 대한 수사를 하다 테러범이 탄 비행기에 자신의 아내가 함께 탄 것을 알게 된 형사, 인물들의 관계와 구성부터 '아, 이 영화는 신파로 끝나겠구나'를 예상하게 된다. 비행기 안에서의 테러로 인한 공포에 맞서는 사람들, 지상에서 소중한 사람을 살리기 위한 누군가의 사투와 그 와중에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대책팀까지, 전형적인 재난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지만, '비행기'라는 특수한 상황은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하고, 마침내 신파로 마침표를 찍는다.


영화 <비상선언> 스틸 컷


SELLING POINT. 아쉬운 전개, 그러나!

송강호, 전도연, 이병헌, 김남길, 임시완 등등 <비상선언>은 초호화 캐스팅과 항공 재난 영화라는 장르에 많은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아쉬운 전개로 혹평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영화 전반부는 비행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테러를 몰입도 있게 보여주며 긴박하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하지만 후반부에 들어서는 살아남기 위해 싸워왔던 항공기 승객들이 갑자기 단체로 희생을 결심한다던가 파일럿은 탑건 매버릭 뺨치는 항공기 조종 스킬을 시전하는 등 조금 당황스러운 전개를 보여준다. 진정 이 비행기는 산으로 가는 건가, 싶지만 어느새 훅 들어 온 신파에 취해 눈물을 뚝뚝 흘리게 된다. 그렇다, 눈물을 통해 이미 모든 것은 용서된다.




누군가는 신파가 지겹다고 한다. 그러나 그 지겨운 요소가 여전히 관객들을 울리는 이유는 캐릭터와 상황에 끝까지 몰입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관객들을 그렇게 감정적으로 몰입하도록 만드는 것도 하나의 스킬이라면 스킬이다. 우당탕탕한 전개로 달려왔지만 결국 관객의 멱살을 잡아 끌고 극의 끝까지 왔기 때문에 <비상선언>이 관객들을 울리는 '신파'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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