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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빈 Oct 11. 2019

이런 인생도 괜찮지 않나요? <인 디 에어>

공항은 항상 설렌다. 이 영화, 포스터부터 공항이다. 제목도 <인 디 에어>, 캬. 뭔가 여행의 설렘이 느껴지고 장르가 코미디라 가벼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다.


※ 영화 <인 디 에어>를 보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 <인 디 에어> 스틸컷


영화를 보다보면 유독 공감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 <인 디 에어>의 라이언 빙햄이 나에게는 그런 캐릭터였다. 1년에 300일 이상 미국 전역을 여행하는 것부터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목표가 천만 마일리지인 이 남자는 최소한의 가구들만 있는 집과 그나마 있는 형제들과의 관계도 소원한 편. 직업도 기업에 해고를 대신 통보해 주는 해고 전문가다. 누군가에게는 생계에 중요한 문제인 해고를 담담히 통보하는 모습이 이 세상 쿨함이 아니다.


해고 전문가 누군가의 마지막을 통보하고 뒷탈이 없도록 정리해 주는 일. 라이언에게 딱 맞는 직업이다.  직장 후배 나탈리는 효율성을 고려해 화상을 통한 해고를 회사에 제안한다. 그녀는 남자친구 때문에 지역을 옮겨 직업을 찾았고,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반대로 라이언은 관계를 소홀하게 생각하지만 해고는 직접 대면하고 해야 한다는 주의다. 공적인 부분과 사적인 부분, 완전히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두 사람, 참 아이러니하다. 결국 나탈리는 사랑했던 남자친구에게 문자로 이별을 통보 받는다. 가장 소중했던 사람에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거절당한 것이다.


영화 <인 디 에어> 스틸컷

SELLING POINT 결국 외로움. 이 영화는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다. 쿨함의 결정체인 라이언도 외로움을 느낀다. 영화의 마지막을 보다 보면, 결혼해도 외롭고, 안해도 외롭고, 혼자라도 외롭고, 둘이라도 외롭다. 그냥 인생은 미친듯이 외로운 것 같다. 당신이 지금 외롭다면 이 영화는 아주 약간의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한 동안 '관태기'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이 관계를 피해 혼자만의 삶을 즐기면서 혼밥, 혼술, 혼영 등 혼라이프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근데 관계라는 게 참 묘하다. 사람에 지쳐서 혼자가 좋다가도 또 사람을 찾게 된다. 가끔은 목적지 좀 없이 떠돌면 어떤가. 이러나 저러나 정착하지 못하는 것이 인생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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