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도망치려 하지 마! 넌 대표야.
이전 글에서 Stay hungly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
이번에는 "Stay foolish"에 대한 이야기야.
"Foolish"는
"어리석은"이라는 의미와 "우직한"이란 뜻이 있어.
미묘하게 뭔가 다른 느낌이지?
바로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야.
제3자가 부정적으로 볼 때는 어리석게 보이는 것이
긍정적으로 볼 때는 우직하게 보이는 거지.
세상이 우리를 볼 때, 어리석어 보이겠지만
우리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볼 때는 우직하게 보이겠지?
배우 설경구 님이 [실미도]라는 영화에서 외친 명대사.
여태껏 믿고 따랐던 장교가
결국 윗선의 명령에 따라 부대를 해체하기로 결정했을 때,
분노에 못 이겨 총을 난사하는 장면이다.
오직 북으로 가서 목적을 이루겠다는 일념으로
전우를 잃어가고, 개고생 훈련을 이겨내었던 사람들은
반란을 일으키고, 서로가 서로에게 총을 겨누게 된다.
스타트업의 대표는 멤버들에게 목적과 비전을 심어준다.
때로는 독려하고, 칭찬하며,
때로는 언성을 높이고, 질책하기도 하지.
그렇게 생사고락을 함께 하며 달려왔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멤버들에게 이해를 구하게 될 수도 있다.
실제 현실에서 대부분의 창업기업이
이쯤에서 포기하거나 물러나게 되지.
대표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고,
더 깊은 수렁에 빠지기 전에 손절하는 게 현명할 수 있다.
하지만 대표를 믿고 따랐던 멤버들의 입장에서는
어떤 말을 하든, 어떤 사정이었든 간에
'비겁한 변명'으로 비칠 뿐이다.
드러내 놓고 말은 안 했지만,
우리도 수없이 많은 수라장을 거쳐 왔다.
당장은 큰 위기로 느껴지지 않은 일들도 있었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우리 손을 벗어나
비수가 되어 돌아올 리스크들에 몇 날 며칠을
고뇌하고 밤을 지새웠는지 모른다.
어찌 되었든,
나는 책임을 져야 하는 대표니까.
거래하던 업체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서
받을 돈을 못 받게 되었던 적이 있었다.
누구에게 말을 못 하겠더라.
헛된 희망에 부풀려져,
긍정 회로만 돌리다가
눈 뜨고 코 베이듯 사기도 당했다.
모든 게 다 완벽하다고,
99% 확신했던 프로젝트가
이유도 모른 채
모두 허사로 돌아가기도 하고,
오래 공들여서 나의 선택만 남은 상황에서
사람과의 의리, 신뢰를 지키기 위해
거절하기도 했다.
지금 눈 딱 감고 오케이 한마디면,
그간의 고생에 대해 어느 정도는 보상받을 수 있는데...
나도 사람인지라,
욕심이 있고, 유혹에 눈 앞이 아찔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떠올린다.
우리 회사는 나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회사고, 우리의 목숨이라고.
정신 바짝 차리고,
다시 한번 더 검토하자.
다른 대안을 찾아내자.
다음 기회를 준비하자.
처음에 언급한 [실미도] 영화의 장면 속
배우 안성기 님이 열연하신 부대 지휘관 역할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을까?
그가 실미도로 돌아왔을 때,
명령을 실행할 것이냐,
아니면
불복할 것이냐 사이에서 고뇌하였다.
상부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은
리더의 모습이 아니라 중간 관리자의 모습이라는 게 더 정확하다.
결국 부대의 진짜 리더는 지휘관이 아니라,
저 멀리 푸른 집에 있었던 것이다.
여태껏 리더라 믿고 따랐던 부대원들의 절망감과 배신감!
그리고 결국은 이러한 명령을 내린 실질적인 리더를 만나기 위해
바다를 건너 푸른 집으로 향한다.
최선의 선택은
대표가 함께 싸워야 했다.
기득권과 싸우든,
세상이 시끄러워지든 간에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극복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어야 한다.
비록 부하의 총에 죽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자결하는 장면에서 "도망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잖아요"
"진짜 그런 상황이었다면, 물러서는 것도 방법이에요."
이미 그런 기회는 사라진 지 오래다.
내가 처음에 브런치에 글을 적으면서 그랬지?
https://brunch.co.kr/@seonhongchae/1
어정쩡한 각오로 할 거면 애당초 발을 들여놓지 말라고.
그때가 첫 번째 기회였어.
물러서려면 그때 물러났어야 해.
그리고...
두 번째 기회는
팀빌딩 할 때야.
너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을
내 사람으로 들여놓을 그때가
물러날 수 있는, 포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
우리에게 세 번째 기회는
융자가 되었든, 투자가 되었든
남의 돈이 들어오기 전이었어.
그때 쫄리면, 물러났어야 해.
그때 확실히 더 고민했어야 해.
재미있는 건 이러한 기회들이 있을 때,
뭐가 그리 좋아서 인지
희망에 차서, 긍정 에너지 뿜. 뿜. 뿜. 해서
리스크나 자기 사업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해.
이미 기차는 떠났고,
이제는 세상 모두가 적이 된다 해도
싸워나가는 수밖에 없어.
너는 파괴자의 수괴가 되고,
혁명 반군의 머리가 되어야 하지.
너는 이미 우직해야만 하는 입장이야.
우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치에 있는 거야.
시장의 기존 판을 뒤흔든다는 게
단지 아이템이 혁신적이어서 그런 것 같니?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기업들이 탄생하는 게
단지 돈을 벌 비즈니스 모델이라 그렇니?
남들 다 안된다고 해도,
주위에서 비아냥거리고 수군거려도,
전문가라는 양반들이 택도 없다고 핀잔줘도...
그들은 계속 싸울 수밖에 없는 집단이라 그런 힘이 나오는 거야.
그들에게는 이미 물러설 수 없어서 싸우는 길만이 남은 거야.
이때가 되면 명확하고, 확실하지.
선택과 집중이 이미 결정 난 거야.
오직 이 길!
오직 이기는 것만이 남은 거야.
회사 멤버들이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이제는 누가 뭐래도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거다.
"우리는 작잖아요."
"우리는 없잖아요."
"우리는 부족하잖아요."
"우리의 환경은 이런데요."
우리가 만들어낸 한계는
딱 그만큼의 역량과 가능성을 만들 것이다.
그렇기에 한정하지 말고,
한계 짓지 말아야 한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는 저 높은 목표를 향해 가야 한다.
가는 길에 어리석다고 손가락질해도 무시해라.
만나는 사람이 무모하다고 충고해도 흘려버려라.
이전에는 여러 가지 선택지 위에서
주사위의 확률을 계산하며
달려왔다면,
이제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서
동료들을 믿고 달려야 할 때야.
에이브러험 링컨이 대통령이 되기 까지,
귀가 안 들리는 베토벤이 월광 소나타를 완성할 때까지,
이순신 장군의 수군이 전승을 할 때까지,
구글이 세계 1위 검색엔진이 될 때까지,
테슬라, 에어비엔비, 인스타그램,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
지금은 혁신의 아이콘들이 처음에 어떠했는지 기억해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어.
오히려 어리석다고, 무모하다고
핀잔 주며, 빈정거렸을 그들의 말을 귀담지 말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발해 건국"이야기에서 배우자.
668년에 고구려가 결국 멸망하고 한 30년.
주변국들(당나라, 토번, 돌궐, 거란, 신라)은
망국의 한이 서린 고구려 유민들과 탄압받던 말갈족이
나라를 세울 때, 믿지 못했을 거야.
많은 사람들이 발해의 시조를
"최수종"이라고 오해하는 사람은 없겠지?
드라마 "대조영"을 떠올리면서 말이야.
"창업자", "스타트업 대표"라는 이름으로 가려진
그들의 진짜 이름은 "이상한 사람", "이해 못 할 사람"이었다.
적어도 그들이 성공 반열에 오르기 전까지는 말이야.
대조영 혼자서 발해를 만들지 않았어.
그 옆에는 함께 동고동락한 동료들과
그들의 뜻에 동조하여 하나 둘 모여든 사람들이 있었지.
(그 이름이 고객이든, 투자자든, 파트너든)
우리는 우리의 꿈을 믿어야 해.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다듬어가야 해.
우리는 우리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해.
우리 우직 해 지자.
나는 우리가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해.
우리가 가는 길이 험할지언정
그 끝에는 우리의 목적지가 있다고
신앙과도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