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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Sep 21. 2018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슬럼프

가끔은 그런 날이 있어. 하루에도 몇 번씩 미치는 날 말이야.  

기뻤다가 금세 시무룩해지고,

웃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슬퍼지고,

들뜬 기분이 순식간에 무거워지기도 하지.

다 괜찮아 괜찮아하다가도 마음이 아파져 와.

별거 아닌 거에 나 혼자 화났다가 진짜 별 일에는 무덤덤해지지.


이런 거에 가장 보편적인 원인은 누구나 전문가처럼 말할 수 있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그런 감정의 기복이 심한 날이면,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은 날이랄까?

해리성 장애(다중인격)까지는 아니고, 조울증과도 조금 유사해.

(이거 이거 위험한 거 아냐? 요주의 인물이니까 얼른 격리해~!라고 할 수도 있지)


확실히 이건 정신 질환의 일종이야. 


이런 말이 있어.

하늘은 창업자에게 3가지 재능을 주신대. 


무한히 늘어만 가는 뱃살과 

숱 많다던 시절을 과거로 만드는 능력과

다양한 상황에 쉽게 적응하라고 다양한 인격이라더라고.

(어익후! 주시는 건 감사합니다만, 사양하고 싶습니다)



또 그런 날이 있어.

진짜 움직이기 싫고, 밖에 나가기 싫고, 무얼 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날 있잖아.

특히나 이런 건 몇 번을 연속해서 좌절하거나 언제 끝날지는 모르는데 안 풀리는 일을 붙잡고 있을 때 더욱 그래.


슬럼프라고들 부르지.

누구나 경험하고, 잊을만하면 한 번씩 찾아오는 연례행사 같은 거야.


빨리 벗어나야 하는데 그럴 의욕조차 안 생겨서 무의미하게 시간을 허비하기도 하지.

 



부정하지는 않을게. 그냥 깔끔하게 인정해. 

항상 스트레스와 호형호제하면서, 오히려 맨정신인 게 이상한 거지.


그렇다고 그대로 물 흐르듯이 진짜 미쳐버릴 거야?

그러다가는 이 게임 오래 못 해.

 

그럼 어떻게 나 자신을 컨트롤하냐고?





1. 관심을 아예 돌려 버리기


그 날은 책을 읽어야 하는 날이야.

머릿속을 헤집는 온갖 잡생각에서 벗어나는 데는 다른 사람의 생각 속에 빠지는 것만큼 좋은 게 없지.


소설이나 만화책을 보면서 이야기 속 인물이 되어 감정이입을 하여 감정 대리 해소를 하지.

살짝 걱정이 돼서 이런저런 정신/심리 관련 서적도 살펴보며 '뭐 이 정도면 괜찮지' 안도하기도 해.

읽고 싶었던 책에 푹 빠졌다 정신 차려보면, 바뀐 건 없는데 왠지 뿌듯한 느낌이 들어.


내 변덕스러운 감정에게 관심 끄고, 다른 것에 집중하는 것이 좋아.

영화를 보는 것도, TV를 보는 것도, 유튜브를 보는 것도 좋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것도 좋아. 너를 잊어버려. 단, 주의할 것이 있어. 이 방법은 가벼운, 짧은 슬럼프 초기일 때만 유용해. 왜냐고? 이건 결국 미루고, 회피하는 방어기작이거든.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거니까 그냥 좀 안 풀릴 때, 살짝만 하라고.


딱히 그럴듯한 취미가 없다 보니, 내 방법은 좀 정적이지?

그래도 나에게는 딱 맞아.





2. 투머치 토커들(Too much talker)에게 전화하기


수다로 감정을 풀어버리는 것은 참 좋은 방법 같아.

주위에 그런 친구들 있잖아. 

말을 주고받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는 그런 친구 말이야.


공감해 주고, 맞장구치고, 같이 분노하고, 왁자지껄 하다 보면

폰에 배터리가 먼저 열 받아서 기브업 해버리는 그런 전화를 해.


생각 외로 내 주변에 창업자 친구들은 나처럼 말이 많아.

뭐 그리 쌓인 게 많고, 하소연할게 많은지, 다들 전화를 길게 해.


그나마 전화니까 제한이 있는 거지 만났다 하면, 카공족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엉덩이가 무거워져.


이것도 전문가가 되어간다고 할까?

업무상 걸려온 웬만한 장시간 통화에도 끄떡없어. 

이미 내 귀와 뇌는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의 수다에 푹 절여진 상태니까.




3. 차가운 물에 샤워하기


군대 있을 때부터 줄곧 따뜻한 물로만 샤워했어.

(의무병이다 보니 365일 온수가 제공되는 좋은 곳에 있었거든)


여름에도 미온수에 씻는 걸 고수해왔지.


그런 내가 냉수로 샤워하는 날이 있어.

정말 온수가 안 나오는 곳에서 씻어야 할 때

그리고 머리가 복잡하고, 정신 차려야 할 때!


차가운 물을 싫어하는 내가 굳이 냉수마찰을 찾는 이유는 피부로 느끼는 가장 빠르게 느끼고, 서서히 익숙해지면서 정신이 맑아지는 그 느낌을 몸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야.


털이 곤두서는 두려움과 살짝살짝 손과 발을 먼저 간 보는 스릴.

그리고 머리를 타고 내려와 심장에 부딪히는 냉기가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끼게 해주지.


짧지만, 강렬하게 다른 감정들을 다 날려버리는 단순 무식하지만 효과는 직방이지. 몸은 정직하고, 반응이 빨라. 고통/아픔/불편함에 대한 몸의 반응은 사고 회로가 돌아가는 속도보다 빨라.





4. 처음을 기억하고, 과거의 나에게 혼나기


학창 시절에 책상 위에 글귀로 새겼던 목표와 다짐을 보면서, 결국은 다시 책상에 앉아야 했던 것처럼 내가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기억해내야 해.


가끔은 글을 몰아서 쓰기도 해. 

일단 생각나는 대로 쓰다가 제 풀에 지치면 저장하고 멈추지.

그렇게 잊고 지내다가 어느 날에 몰아서 블로그나 브런치에 올려버려.

그래서 간혹 내 글은 적은 지 좀 돼서 곰팡내가 나는 가물가물한 글들이 있어.

(지금 글을 쓰면서도 저장고에서 숙성 중인 글이 10개나 있네.)


그렇게 늘어간 내 일기장과 여기저기 남긴 나 스스로에게 다짐한 글들과 목표들을 다시 꺼내봐.

이러한 것들이 쌓여서 내 기업 철학이 되고, 회사 운영 방향이 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를 붙잡아주는 기준이자 가장 큰 정신적인 멘토가 되어주지. 과거부터 쭈욱 나 자신에게 했던 말들의 기록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해. 


내가 누군지 기억나게 해주지.

내가 누구고, 무엇을 위해, 왜 이러고 있고, 어떻게 헤처 나갈지를 다시 떠올려. 

예전에 나라는 친구가 꿈꿔 온 것이 지금은 어느 쯤까지 이루어졌는지, 앞으로 얼마큼 더 가야 할지를 가늠할 수 있지. 그때 당시의 나라는 친구는 논리적인 체계도 없고, 지금보다는 더 무식하기도 하고, 무얼 해야 할지 더더욱 갈팡질팡하던 녀석이지만, 적어도 꿈과 목적의식의 순도는 지금보다 티 없이 맑았으니까. 


타협하고 싶고, 이쯤에서 선을 긋고 싶을 때마다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경고하고, 우려했던 메시지들이 나를 부끄럽게 하지. 그리고 열정과 순수함을 되살려 봐.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초심을 기억하도록 기록하고, 되꺼내 볼 수 있어야 해.




5. 가족이 내가 세상과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자 선물이다.


내가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가장 큰 원동력이자, 지속적으로 멘탈이 원상 복구되는 힘은 바로 "무엇을 위해" 이렇게 고생하는지, "왜" 여기서 멈추면 안 되는지, "얼마나" 빨리 정신 차리고 정상궤도로 돌아가야는지에 대한 응원과 책임감이야.


내 경우에는 사진과 동영상으로 기록되어 있는 아내와 두 아이의 모습이야.

또한, 가족들이 카톡과 문자로 보내 준 응원의 메시지를 보면 자연스레 힘을 낼 수밖에 없어.

매일, 매 순간 함께 있고 싶은데 그러지 못 한 시간의 기회들은 그 가치에 비할 것이 없다는 걸 알아. 그걸 알면서도 포기한 기회비용을 사업이라는 것에 부었기에 더더욱 막중한 책임감과 각오의 날이 서지.


선택을 하는데 망설이면서 기회를 놓치기보다는 선택을 하고 최선을 다하는 게 더 낫다고 믿어.

그래서 지금 이 길에서 후회하거나 멈춰 선다면, 그것이 더 내 가족에게 미안한 일이야. 지금의 내가 그나마 가족에게 떳떳하려면, 빨리 목표를 달성해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거야. 뜬금없이 [쥬만지]라는 영화가 생각났는데  딱 내가 그 게임 속에 있는 것 같아.


어정쩡한 망설임과 나약한 마음가짐은 오히려 나를 믿고, 희생하며, 헌신하고 있는 가족을 배신하는 행동이니까. 나태함이나 슬럼프에서 시간을 허비하거나 안주할 수 없는 확고한 이유가 되어주지. 어서 게임을 이겨서 가족과 시간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


슬럼프를 이겨내야 할 이유가 강력할수록 너는 빨리 벗어날 수 있어. 그래서 어떤 일이든 간에 동기가 중요해. 왜 내가 이걸 해야 하는지, 왜 내가 이걸 꼭 성공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가 강할수록 넌 더 빠르고, 강하게 될 거야.  



우리는 스트레스와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어. 그리고 고민과 생각이 많다는 것은 우리가 신중하고, 중요한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는 뜻이야. 그럼에도 간혹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코너에 몰렸을 때, 이것을 해소하지 못하면, 더 되돌이키기 힘든 선택을 할 수도 있어. 적절한 타이밍에 해소하지 않으면,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자신을 통제하기 어려워질 거야. 그 영향은 회사와 주변인들에게까지 미치게 되어 사업에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어.


너는 이번 브런치 글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어? 지금 막 떠오른 생각이 있다면, 그것이 너에게 맞는 해결방법이야. 내 방법은 내 스타일의 해답이고, 너의 솔루션은 너에게 있어.


우리 길게, 그리고 더 강하게 성장해야 하니까 그 따위 슬럼프라는 것에 휘둘리지 말자고.


그럼! 오늘도 난 널 응원해~! 아자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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