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하지 마라! 우리는 여전히 바람 앞에 촛불 같은 존재다.
썩어 문드러지는 남의 속도 모르고, 주변에서는 칭찬하거나 추켜세울 때가 있어. 처음에는 머쓱하고, 어색해서 어찌할 줄 모르는데, 익숙해 지다보면, '나 잘하고 있는 건가?'란 착각에 빠질 수가 있어.
이럴 때가 가장 위험한 법이야.
"착각하지 말그래이. 니캉내캉 그래봐짜 여즉 스타트업 나부랭이인기라."
"무슨 대회에서 1등 했어요."
"어떤 지원사업에 선정이 되었어요."
"얼마 투자받았어요."
자랑할 거 참 없네. 그게 무슨 자랑거리라고 떠벌리고 다니냐? 그러면, 뭐가 달라져?
"나 좀 인정해 주세요~"
"나 좀 칭찬해 주세요~"
"나 좀 관심 가져 주세요~"
관심병 종자냐? 애정결핍증이야?
진짜 자랑할 일은
"우리 멤버가 이런 사람이에요"
"회사 수익이 이렇게 늘었어요"
"나 사업 졸업한다 (^0^)/"
이런 거면 자랑할 만하지.
별거 아닌 일 좀 한 거뿐인데, 그걸로 뭔가 이룬 듯 말하고 다니는 대표들을 보면 현실 파악이 아직 덜 된 것 같아.
회사 차원에서 홍보/마케팅을 위한 기사나 인터뷰, 콘텐츠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여기저기 만나는 사람들에게 어줍지도 않은 걸로 자랑질하고 있는 모습은 보고 있는 내가 다 부끄럽다.
확실한 팩트 하나 말해 줄게.
고객은 니 회사가 잘 나가든, 무슨 이슈가 있는지는 관심 없어. 니 제품과 서비스는 관심을 가질지언정 니가 투자를 받든, 상을 받든, 지원사업이 되었든 그런 거는 스팸으로 보일 뿐이야. 니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야 관심을 받겠지. 근데 그 관심이라는 것이 우호적일 것 같지? 니 회사에 피를 섞은 이해당사자들에게는 좋은 소식이겠지만, 너를 주시하는 현재 또는 잠재적인 경쟁자들에게는 어떻게 비칠까? 만약 네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고 떠벌리고 다니는 사람에게 오는 연락은 한턱 쏘라는 내용이 태반이라는 걸 잊지 마. 멀리, 넓게 생각을 하고 살자구.
언제부턴가 스타트업의 젊은 꼰대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어.
"꼰대"라는 말은 프랑스어 "콤테(comte)"라는 백작을 뜻하는 말이라는 설이 유력해.
이것이 일제시대에 일본으로 넘어와서 일본식으로 꼰대라는 말로 사용되었고, 우리에게 녹아든 단어지.
(물론 '꼰데기'란 사투리 어원 설도 있다)
약간 뒤틀어진 해석을 하자면, 왕은 아닌데 사사건건 왕인 양 참견하고, 권위의식이 쩌는 사람을 뜻하지.
다시 돌아와서, 한 3년 정도 넘은 창업자들 중 몇몇은 지금까지 살아남은 게 자랑인 양, 마치 그것이 무슨 대단한 경험인 양, 우쭐해하는 분들이 있다.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3년 버틴 거는 그냥 니가 끈기 있다는 거지 잘 한다는 건 아냐.)
단지 버티기만 한 건데, 예비창업자들이나 창업 한지 얼마 되지 않은 분들에게 멘토 해 준다, 컨설팅해 준다고 뛰어다니는 모습에 실소를 금치 못한다. 나도 내일(tomorrow)에는 내 일(My business)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가 본 적 없는 길의 연속인데 누가 누굴 가르치려고 해. 우쭐대지 마. 넌 보급도 끊어지고, 화력지원도 없는 마지막 전선에서 전투 중 이야. 어제까지 쓰러져 간 동료들을 빗대어 나는 오늘 살아있다고 소리치는 꼴이야. 너도 엊그제 들어온 이등병이면서 오늘 들어온 이등병들에게 살아남는 비법을 전수하는 꼴이야. 꼴값하지 마. 아직 전투 상황은 불리한대다가 오늘 어느 한순간에 네가 죽을 수도 있어. 인정하고 가자.
자기 사업에나 집중하라고. 먼저 출발한 장님이 이제 출발한 장님에게 길 안내하는 꼴이지.
그래! 조언은 해 줄 수 있어. 그래! 경험한 이야기 정도, 도움이 될만한 정보 정도는 줄 수 있어. 그게 나쁘다는 게 아냐. 서로 도우면 좋지. 일단은 거기까지야. 니가 어느 정도 인사이트를 가졌는지는 몰라도, 상대방 보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면서 어설프게 배운 멘토 흉내 내지 말라고. 그래도 나름 컨설팅이나 멘토링 하는 분들은 본업이 그거라서 전문성을 가지기 위해 자기 영역에서 부단하게 뛰고 있어. 그분들 본업이 그거니까 당연한 건데, 너의 본업은 무엇인데? 어설프게 따라 할 거면, 하지를 말라고. 너 때문에 괜히 가능성 있던 회사 망가질 수 있으니까.
내 말은 니가 니 사업 안 챙기면서 그거에 매진한다는 거야. 니가 니 안사람들 안 챙기면서 그러고 돌아다닌다는 거야. 니 본 사업 내팽개치고, 니 사람들 방치해 두고, 그러고 다니는 게 너무 꼴 사납다는 거야. 니 본질! 니 기본은 해 놓고 하란 말이야. 니 업이 그거라면, 본업에 충실한 거지만 니 업이 그게 아니라서 문제인 거야.
어떤 분들은 명함이 참 많아. OO회사 대표, XX상사 이사, ##기획 사외이사, △△협회 이사장...
특히, 투자업을 하고 있는 분일 수록 다양한 명함을 가지고 있지. 그건 본업의 특수성에 의한 거야.
또 다른 쪽으로는 스타트업들끼리 협력/조합을 맺으면서 지분교환을 통해 상호 직함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지.
1인 창업가들 간에 이런 경우가 있는데, 기획을 잘하는 대표/디자인을 잘하는 대표/개발을 잘하는 대표 등이 모여서 지분을 교환하거나 협력/콜라보의 계약을 맺고 자기 회사의 대표이자, 상대방 회사의 임직원이 되는 형태가 있어.
여기까지는 필요에 의한, 목적에 의한, 합리적인 방법, 전략론이라고 생각해.
근데 문제는 이러한 합목적성이 아니라, 단지 뽀대와 과시를 목적으로 그걸 따라 하는 무모한 창업자들이 있다는 거지.
대한민국에서 사업자등록증 내기는 매우 쉬워.
그러다 보니 일부 사장들은 사업자등록을 남발하기도 하지.
(유령회사/페이퍼 회사 만들어 놓고 실제로 사업은 영위하지 않으면서 그럴듯한 말 포장, 글 포장으로 사람들 꼬드기는 사람들이 최근 많아졌어)
마치 명함 종류가 많으면, 능력 있고, 다재다능하고, 뭔가 있는 사람 같아 보이니까?
최근에 누구를 소개받았는데 지난해까지는 드론 제작 회사를 했다가, 농산물 관련 스타트업도 하면서, 실제로 유통 플랫폼 회사의 임원이며, IoT 설립해서 스마트 팩토리를 하고, 최근에는 SNS 마케팅 회사 창업도 했다며 화장품 브랜딩을 협력하길 원한다고 하더라고. 어떤 단체 명함도 주고, 아는 유명한 지인들과도 알고 있다면서, 영향력이 있어 보이기 위해서 그럴 듯한 곳에 불러 미팅하면서 말야. 더불어 컨설팅까지 해 주겠다며 그 건은 따로 계약하자고 하더라.
나와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30대인데(?)... 쿨럭쿨럭;;;;
(사실을 고백하자면 나는 30대 막바지입니다..ㅠ.,ㅠ 30대라고 뭉틍그려 끼고 싶었습니다.)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이 사람은 엄청 대단하네, 천잰데?'라고 감탄하기보다는 '이건 무슨 서유기 손오공 분신술, 나루토 다중 그림자 분신술(多重影分身の術)이냐?'라고 속마음으로~~ 생각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까지 얼마나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하는데 명함 가짓수만 보면, 나보다 한 30년은 더 인생 살아오신 분 같아.
(나이나 경력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은 아니지만, 그분이 말하는 관련업 지식과 식견은 딱 책 읽고 그걸 자기 의견인 양 각색해서 주장하는 수준 정도이었고, 창업 관련 공부는 많이 한듯하지만 직장생활에서 배웠음직한 현실적인 내용보다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지식에서 좀 답답했는데... 그런 분이 자기 사업체가 이렇게 많다면서 다재다능함을 뽑내며 창업교육, 사업계획서 컨설팅도 하는 모습에 어안이 벙벙했다. 자기 사업체들이 어느 정도 시스템이 갖춰지고 잘 되고 있다면 능력이 출중한거겠지만, 이거저거 다 사업자등록증은 만들어 놓고, 제대로 운영은 못하면서 박학다식함을 뽑내는 모습에서 얇고 한없이 가벼움을 느꼈다. )
딴에는 린스타트업이 꼭 제품/서비스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사업도 여러 번 시도해보고 아니면 접고, 바꾸면서 찾아가며 확실한 수익모델이 있는 사업을 완성형으로 만드는 거다라는 논리는 그럴듯해 보이겠지만, 내 고정관념으로 비추어보면, 방향성도 아직 없고, 목적도 없이 막 던져 놓고 미끼 물기를 기다리는 낚시가 떠오르더라고.
지레짐작, 나의 편견일지 몰라도 쉽게 회사 몇 개 만들고, 안되면 접고, 다시 세우고... 그런 레퍼런스가 함께 비지니스 도모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많아.
뭐 결론적으로는 그 분하고 협상은 정중하게 거절했지. 나랑 기질도 안 맞고, 못 미더운 부분이 너무 많아서...
상대방을 홀리기 딱 좋은 방법이지. 그거 알아? 사기꾼들도 다양한 명함을 들고 다닌다는 거.
요즘 투잡, 쓰리 잡인 시대고 뭐하나 잡고 하는 것보단 멀티로 사업 확장해서 융합하는 시대 아니냐고? 사업 확장을 위해 사전에 발 들여놓은 거라고?
사업 확장이라는 게 너 없이도 회사 시스템으로 이상 없이 돌아가는 상황이나, 이미 안정적으로 수익모델이
돌아가는 상황일 때, 늘려가는 거야.
이도 저도 아니면서 내가 사업장이 3개네, 4개네. 마구잡이로 늘리는 건 뻘짓이라는거야.
(당신이 재벌 3세나 건물주가 아닌 이상..;;;)
과연 이제 갓 3년 언저리에 있는 스타트업 대표라는 분들 중에서 이 정도 시스템이 구축된 사람이 몇이나 있을 거 같아? 청년창업가들이라는 말에서 청년은 열정과 꿈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서툴고 경험 없는 풋내기란 뜻도 있어.
사실 이게 핵심이야.
사장은 밖에서는 잘 안된다고 말하고, 안에서는 잘 된다고 말해야 하는 사람이야.
밖으로 돌아다니면서, "나 잘났다"라고 어깨에 힘들어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은 없어. 도움을 받으려고 다가오거나 너에게 뭔가 더 얻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모이지.
거래처에 가서 협상을 할 때, 이번 한 번만 도와주세요, 정말 꼭 도와주십시요 하면서 힘들다고, 어렵다고 말하고 다니는 사장님들의 사정을 듣고 납품단가를 올려주든, 비용을 더 깎아주든 협상이 되는 거잖아.
잘났고, 잘 나가고 있는 사장을 상대하는 거래처의 입장에서는 '그럼 단가를 좀 낮춰도 되겠네',
'이제 수익을 뽑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돕고 싶냐 아니면 도움이 필요 없어하는 사람을 돕고 싶냐.
삐까뻔쩍 좋은 차 타고, 명품 좋은 옷에 좋은 시계 차고 다니는 친구에게 밥 얻어먹을 생각 하잖아,
매일 한 끼만 먹고, 다 떨어진 운동화에 맨날 같은 옷 입고 다니는 친구에게는 오히려 밥 사주고 싶지 않냐구.
역으로 내부적으로는 언제나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굳건한 의지를 어필하며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기에 잘 되어간다는 믿음을 주어야 하고, 현실에 긍정을 좀 더 해야 하지.
정말 자랑질하고 싶으면, 동료들과 자화자찬하도록 해.
밤이 새도록, 서로가 서로를 칭찬하고, 서로를 자랑해 주는 것은 내부에서 필요한 거야.
'누구 덕분에, 누가 해 줘서, 누가 담당해서'라는 명제로 동료들과 서로 그 기쁨을 나누고, 공유하는 것이 자랑하는 자리고, 뽐내는 자리야.
남들에게 자랑하고 픈 것 말고,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것을 확인해. 특히 우리에겐 재무제표와 현금흐름을 수시로 체크할 필요가 있어. 그럼 앞에 나서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질걸? 고민이 많아지고, 주름이 늘어가는게 정상이야.
너의 롤 모델들을 보면서 내가 지금 어디쯤에 위치하는지를 냉철하게 짚어 봐. 목표 지점을 넘어섰을 때, 아니면동등한 선까지 다다랐을 때라도 섣불리 자랑하려하지 않길 바래. 그 때가 되면, 이전의 롤 모델 이상의 더 높은 이상, 목표로 업그레이드 해야하고, 우리는 늘 도전자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해.
자신의 약점, 단점은 자기가 제일 잘 알아. 애써 외면하려고 해도 나 자신은 알고 있어. 묻어두고 가려면 그것은 계속 존재할거야. 아니, 더 커지고, 더 위험하게 성장하다가 나중에는 감당하기 힘들 문제로 다가올거야. 남에게 자신의 장점, 강점을 자랑할 시간에 어떻게 하면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을까 고민하고 대안을 찾는데 시간을 두는게 더 효과적이고 합리적이잖아.
초심을 잃지 말자! 기본에 충실하자! 내실을 굳건하게 다지자!
겉포장에 혹해서 "우와" 탄성을 내지르던 고객들이 속내용물을 보고 "에이~"하며 탄식을 하게 되면, 고객은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너의 적극적인 안티가 될 거야. 그러니까 너의 회사, 너의 제품, 너 자신에 대해 냉정해지자.
지금 좀 잘 나간다고, 남들보다 좀 괜찮다고 어깨에 힘들어가지마. 우리 콧대 아무리 높아져봤자, 넌 작은 회사의 어설픈 풋내기 책임자일 뿐이야.
어깨에 힘 좀 빼자. 목에 힘 좀 빼자.
너나 나나 거기서 거기고, 그럴수록 서로 돕고, 파이팅 외치면서 살아남아야지. 칭찬은 흘려 듣고, 비판은 새겨 들어야 해. 자존감이 낮아지면 어쩌냐는 그 딴 소리는 하지 마. 이런 걸로 자존감 운운할 마인드, 멘탈이라면, 하지마. 칭찬 듣는다고 자존감 올라가고, 비판 받고 자존감 떨어진다는 유리멘탈로 어떻게 일가를 이룰 거고, 어떻게 사업을 해 나갈거니?
들쑥날쑥한 페이스로 마라톤하면 금방 지치잖아. 우리는 우리 호흡대로 목표를 향해 달려야지. 아직도 우리는 갈 길이 멀고, 험하다. 나 하프 구간까지 잘 달렸어요~하고 외치기보다는 앞으로 남은 하프 구간에 더 집중하고 이를 꽉 무는 내가 되자. 그게 내가 대표로써 지켜야 할 최소한의 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