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을 두려워하지 말고, 미친 척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즐겨봐.
어떤 일을 수행하고 있는데 마감 시간이 다 닥쳐와서 1분 1초 초집중/초긴장하다가 그렇게 겨우겨우 마감 제출을 세이브하고 나면 안도의 한숨을 쉬는 거나 등교시간이 8시인데 딱 나까지 들어오고 교문이 닫히면서 학생지도 선생님이 애들 잡기 시작하는 거(요즘은 안 그러나? 말이 등교시간이지 그 시간부터 0교시가 시작되었으니 교실에 들어가도 결국은 혼났지만...)
지각으로 출근했는데 내가 들어가고 자리에 착석해서 자리 정리하자마자 직속 상사가 들어오는 거.
그런 소소한 커트라인에 치여 사는 일은 누구나 경험하게 되지.
"그게 싫으면 여유 있게 마감시간 이전 작업을 다 끝내 놓으면 되는 거고, 등교시간/출근시간을 더 일찍 앞당기면 되는 거잖아."
'맞아. 그러면 되겠네~!'라고 할 수 있는 커트라인은 사실 애교 수준이야. 정해져 있는 룰 안에만 들어가면 문제가 안 되는 상황은 정말 쉬운 거야. 자격요건만 갖추면 되니까. 그게 시간이든, 조건이든 내가 컨트롤 가능한 거라면 못 할게 뭐 있어.
그런데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지. To가 정해져 있거나 자원이, 혜택이, 보상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자격이 된다고 다 얻을 수 없어. 취업할 때 지원자격이 갖춰졌다고 해서 다 채용되는 게 아니듯 말이야.
오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남들이 잘 해서 정해지는 순서 싸움을 말하는 거야. 다른 말로 "경쟁"이야.
"경쟁은 나를 지치게도, 나를 화나게도, 나를 겁나게도 하지만 그래도 다행이지 뭐. 경쟁이라는 게임에 참여할 수 있으니까."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의 마지노선이라는 전선처럼 밀리면 안 되는 최후의 방어선을 우리 인생에 자주 경험하게 되지. 딱 이것만은 지켜야 해, 이건 꼭 해내야 해 하는 것들 말이야. 그런데 일단 내가 잘 준비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거, 기본적인 거고, 상대방이 나보다 더 뛰어나거나, 더 잘해서 밀리는 경우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해. 교과서적인 말로는 경쟁보다 협동! 조화! 양보!라고 하겠지만, 실전은 경쟁에서 우위 내지는 승리하는 것이 중요해. 프랑스군은 마지노선을 잘 지켰지만, 독일은 그보다 더 뛰어난 전술로 마지노선을 깨버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
경쟁이라는 말을 극도로 혐오하거나 싫어하는 분들이 있어. 유토피아를 꿈꾸는 건 뭐라 안 하겠지만, 솔직하게 딱 까놓고 말해서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니지? 혹시 경쟁하게 되면, 감당해야 할 기회비용(시간, 노력, 자금, 리스크 등)에 두려워서 그런 건 아니지?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누구나 값을 지불할 때, 더 나은 것을 고르고 싶어 해. 가성비라는 것도 경쟁력이라는 걸 잊으면 안 되지. 경쟁사가 브랜드/마케팅 버프로 잘 나가는 거지, 품질은 우리 꺼보다 형편없다며, 상대를 까는데... 마케팅/브랜드도 능력이고 영향력 있는 경쟁력이야. 고객이 경쟁사 제품에 꾸준히 재화를 지불하고 있다면, 그쪽이 경쟁력이 있는 거야. 인정할 건 인정하고 가자고. 그래야 발전이 있고, 성장이 있는 거니까.
다른 경쟁사/경쟁제품과 비교를 당하는 걸 자존심 상해하는 사람들이 있어. 도대체 왜??? 비교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해. 너랑 경쟁자랑 적어도 같은 선상에서 봐주려고 하는 거야. 비교에 당황해하지 마. 이것은 취업시장에서 적어도 서류 통과해서 면접 기회를 잡은 것과도 비슷해. 그럴 가치도 없다고 느끼면 외면 당해. 그리고 경쟁자가 있다는 건 역으로 증명이야. 경쟁자가 있다는 건 시장이 있다는 거고, 레퍼런스가 있다는 거야. 참고해서 수정할 점들, 보완할 점들을 가장 빠르게 추려 낼 수 있다는 거야. 먼저 너의 존재를 입증해 줄 최고의 선배가 경쟁사야.
완벽한 사업모델이라는 게 존재할까? 어디든 강점이 있다면, 약점이 있어. 모든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서비스란 존재하지 않아. 그건 경쟁사도 마찬가지고 우리도 마찬가지야. 상대의 강점은 우리가 배울 점이고, 어떻게 저런 강점을 가지게 되었는지 공부해서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할 숙제야. 나의 약점은 숨기려 하기보다 드러내 놓고 도움을 구해서 보완해 메꾸어야 할 구멍이야. 현실적으로 우리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을 수밖에 없어. 단점들을 다 보완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소요될 거야. 그럼 일단 강점은 강하게 해서, 단점을 보완해 줄 조력자들을 찾아. 간단한 거 같지? 근데 이 모든 과정의 전제 조건은 인정하고 공개해야, 너의 강점이 뭔지, 너의 약점이 뭔지 알 수 있다는 거야. 그래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어.
쉽지 않은 문제야. 경쟁에서 한 번 밀리면, 회복불능이 되는 경우를 자주 접해서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알아. 패주 하여 퇴각하더라도, 퇴로를 확보하고 전열을 가다듬어 피해를 최소화하는 탈출 전략이 있어야 하지. 그건 싸움을 붙기 전에 미리 세워 놓아야 해. 긍정 회로만으로, 하늘에 맡기는 것으로 승리를 기대하는 것보다 최소한 지더라도 얼마나 덜 피해를 입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까를 고민해야 해. 이기더라도 서로 내상이 심해 어부지리로 싸움에 참가하지 않은 제삼자가 승자가 되는 꼴도 있고, 지더라도 나보다 상대의 피해가 커서 빨리 회복해서 이전보다 유리한 상황에서 다시 싸울 수도 있어. 복안을 꼭 준비하도록~!
"첫 싸움은 막싸움이었고, 두 번째 싸움은 나름 전략적이었으나 아쉽게 졌다. 그리고 세 번째 싸움에서 나는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무의식 중에 나는 싸움의 요령을 깨달아 가고 있었다."
예전에 즐겨보던 만화책에서 주인공이 성장하며, 독백을 하는 장면의 대사야. 그렇게 점차 강해지는 모습이 마치 우리와 비슷하지 않을까? 경험을 해서 얻는 가치를 내 것으로 체득했을 때, 우리는 그만큼 성장하는 거야. 레벨업을 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경쟁이 두렵다기보다 좀 더 무던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야.
검도를 하면서, 처음에는 상대방의 죽도가 날아오는 게 보이지 않는데 계속된 대련과 익숙해지면, 어느 순간부터 죽도의 끝을 보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죽도를 쥐고 있는 손목과 팔의 움직임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알게 되지. 스텝에 집중하게 되고, 호흡에 집중하게 돼. 그리고 엄습해 오는 무언의 압박감이 느껴지지. 그걸 알아낸다고 해서 단시간 안에 쉽게 방어하거나 피하지는 못 하더라도 서서히 경험치가 쌓여가고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되는 거야. 경험치가 제대로 몸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연습에 연습을 계속하면, 몸도 반사적으로 상대방의 공격에 반응하게 되지. 그렇게 레벨업이 되어 가는 거야.
너의 100% 실력 이상을 넘어서 120%, 150% 능력을 끌어올리려면, 라이벌이 필요해. 드래곤볼이라는 만화책에서 손오공이 한계를 넘어서는 과정들에는 피콜로, 베지터, 프리저, 셀, 마인부우와 같은 적이었지만 경쟁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이상의 능력을 끌어내는 거야. 엊그제 잠시 거래처를 찾아갔다가 거기 있는 농구 스코어 게임을 봤어. 혼자 던져보니까 대략 50점대가 나오더라고. 근데 거래처 대표님이 그 게임으로 저녁내기 걸고 승부를 하자고 하더군. 급 불타오르는 승부욕과 지면 내 지갑이 가벼워진다는 절박함에 정말 초집중해서 게임을 했어. 결과는... 내가 졌어. 하지만... 내 점수가 130점이 넘게 나오더군(물론 보너스로 기회가 더 주어져서...^^).
우리는 혼자 정한 룰에서 결과를 내는 것보다 누군가와 경쟁하면서 결과를 내는 게 더 높은 효율성을 낸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어. 애써 부인하지 마. 그러니까 경쟁은 나를 더 끌어올려주는 수단이고 기회니까 피하지 말고 좀 더 즐기려고 애써보다고.
경쟁이 모든 것은 아냐. 때로는 협력, 제휴도 하고, 서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기도 하지. 우리나라는 너무 극한의 경쟁에 치닫는 사회라서 "경쟁"이라는 단어에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고개를 절레절래 흔드는 걸 공감하지 못하는 건 아냐. 경쟁을 통해 얻는 것이 있고, 성장이 있다면 경쟁은 좋은 거야. 그러나 그 경쟁이 무의미하고, 잃는 것만 있다면 다른 대안을 찾아보아야겠지. 하지만 내가 경쟁을 피하고 싶다고 해서 쉽게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냐. 그렇게 세상은 상호관계와 복잡한 인과율에 의해 돌아가고 있어.
경쟁에 너무 치열하게 목매는 것도 문제지만, 경쟁을 너무 심하게 회피하려고만 하는 것도 문제야.
그러니 다시 한번 나에게 "경쟁"이란 무엇인가 재정의 내려봐. 그리고 그 경쟁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무엇을 잃을 수 있는지, 잃는다면 어느 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고, 어떻게 리스크를 상쇄할 것인지를 가늠해야 해. 무엇보다도 경쟁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단지 두려움이나 걱정이라는 감정적인 선입견이 아니라 우리에게 도움이 되도록 판을 바꾸려는 전략과 성장의 밑거름이 되도록 쥐어짜서라도 얻어낼 것을 획득하려는 자세에서 출발하는 게 어떨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