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 미친 놈은 나여야 한다. 굶주려서 눈에 보이는게 없어야 한다.
"Stay hungly, Stay foolish"
-고 스티브 잡스의 스텐포드 대학 명연설 중-
잡스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말만큼은 내 인생에 각인되어 지워지지 않는 말이라
한 번 쯤은 나누었으면 한다
그 첫 번째로 "Stay Hungly"에 대한 나의 자의적인 해석이다.
예비창업자에서 창업자로,
초기 창업자에서 연차를 더 해 갈 수록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안주하게 되지.
이제 뭘 좀 안다고 점잖빼기 시작하고,
지금 한 숨 돌릴 수 있다고 편한 자리를 찾는거나
직원도 늘고, 회사 규모도 커지고,
성장의 길목에 들어섰다고 생각이들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조금은 체면을 차리려 하더군.
배가 좀 불러진다 싶으면
배고팠다는 사실을 잊는단 말야.
"굶주린 개가 무섭다."
우리 집 개는 안 물어요~
훈련이 잘 되서 주인이 말을 잘 따르죠.
그럴수도 있지만....
개가 오래 굶주리면, 훈련이고 뭐고
덤벼들 수 있다.
풍족한 스타트업이 갈아온 칼날보다
굶주린 스타트업이 준비한 칼날이 날카롭다.
생리적인 욕구가 불만족한 상태가 가장 무서운 법이야.
욕구를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거든.
기업의 생리적욕구는
매출과 이익실현이야.
스타트업은 끊임없이 생리적 욕구를 가져야 해.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전력질주를 해야 해.
조금 배 불렀다고 안주 해 버리면,
우리보다 더 배고픈 놈에게 잡아먹힌다구.
중학생 시절 무서웠던 놈이 하나 있는데,
키도 작고, 덩치도 없는 녀석 한 놈이
막 설치고 다녀도 누구 하나 건들지 못 했어.
정정당당하게 싸우면 못 이길리 없겠지만,
한 번 이긴다고 끝나는게 아니라
그 놈은 언제 어디서 다시 덮칠지 몰랐고,
손에 잡히는 건 다 무기가 되는 녀석이었거든.
이 구역 미친 놈은 그 놈이었기 때문이지.
갑자기 그놈 이야기를 왜 하냐구?
글러브 끼고, 사각 링에서 룰 지키며 싸우는 곳에서는
아무래도 체격 조건이나 힘, 스피드, 훈련량, 기량이
뛰어난 녀석이 이기겠지만,
이길 수 있는 녀석도 불안하고 두려워!
왜냐고?
경쟁자 입장에서,
여전히 또라이 같은 회사랑
이제는 철들어서 점잖은 회사 중에서
누구랑 싸우는게 더 확실할까?
예측불가능 녀석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데
공포를 안 느낄 사람이 어디있겠어.
필사적으로 덤비는 놈하고 싸울 때,
느끼는 두려움은
적당히 문제 안 생길만한 선에서 싸우는 놈하고
죽기살기로 덤벼대는 놈하고 누구랑 싸울래?
날 잡아먹겠다고 덤비는데
얌전하게 끝낼 수 있을 것 같아?
싸워서 결국은 이길 수는 있어.
상대가 아무리 악바리더라도,
그 동안 갈고 닦은 기량이
더 뛰어난 사람이 이기는 법이야.
근데 상처 하나 안 입고,
깔끔하게 이길 수 있을까?
내 몸 다치는게 두렵잖아.
손해보게 되는게 싫잖아.
그러니까 피하게 되는거야.
역으로 우리가 그래야
상대방이 피하게 되는거야.
괜히 맞상대하면 귀찮아지잖아.
그런 놈 만나면 잠도 제대로 못자요.
그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히딩크 감독의 말처럼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만족하지 말고, 적당하게 말고
계속 굶주려라.
회사의 욕심과 갈망의 크기가 위장의 크기이다.
이전에 세웠던 계획에 따른
비전과 목표를 머무르지 말고 업그레이드 해 가자.
그리고 이길 수 있는 수단과 방법에 있어 망설이지 말자.
마케팅/영업으로 두들겨 맞더라도 계속 두드려라.
많이 맞아 봐야 익숙해지고 익숙해진 주먹은 안 무섭다.
"스타트업이라서" 예측되는 범위를
뛰어넘는 일을 벌여야 한다.
스타트업이기에 쪼잔할거라 생각하겠지만,
확실한 타이밍에 과감하게 질러라.
(확실한 한방을 꼭 가져야 한다.)
쨉만 날리는 놈은 안 무서워해도,
가끔 스트레이트, 훅을 날리면 무섭다.
치열한 경쟁을 끊임없이 경험하자.
가능한 많은 개싸움을 경험하고,
만신창이도 되보고, 쓰라린 패배도 해보고
이기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야 한다.
체면이나 격식이 아니라 생존 경쟁이다.
남보다 더 싸게 만들도록,
남보다 더 좋은 품질이 되도록,
남보다 더 수익구조가 향상되도록
하기 위해 폼내거나 허세부리지 말고,
실리를 취하자. 살을 주고 뼈를 취하자.
구걸하더라도 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면 이긴다.
도와달라 애걸하더라도 더 좋게 만들면 이긴다.
조롱받더라도 더 잘 벌 수 있으면 이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먼저 시장에 진입한
선두 경쟁자를 쉽게 못 이기는 이유가 있어.
부인 못할 사실은
우리업계 1위가
그 동안 쌓아온 인지도와 신뢰도,
자금과 인프라의 우위가 큰 것도 사실인데...
선두업체는
여전히 굶주려 있고,
이 구역 깡패짓을 하고 있다는거야.
온갖 개싸움 다 거치고
그 자리에 올라가 있다는 점이야.
그래서 더 이기기가 쉽지 않아.
그럼 고민해야겠지.
내가 선두업체보다 더 개싸움을 잘 할 것인가,
아니면, 그와 친구가 될 것인가,
지금은 숨죽여 실력을 키우든가
그가 약해질 때를 기다리든가.
업계 1위를 만나기 전까지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하자.
먼저, 업계 10위권 안에 들어가야겠지?
내가 늘 경쟁에서 사용해왔던 소거법으로 대충 계산하면...
일단은 이 중 어중이떠중이 아무나 중 절반을 이기고,(2000개 중 1000등)
그담에 할까말까하는 절반을 이기고,(1000개 중 500등)
그담에 근성없이 오래 못 버틸 절반을 이기고,(500개 중 250등)
그담에 딱 자기밥벌이로 만족하는 절반을 이기고,(250개 중 125등)
그담에 본업 말고, 딴 업종에 기웃거리는 절반을 이기고, (125개 중 62등)
그담에 실수해서 절로 퇴보하는 절반을 이기고,(62개 중 31등)
그담에 안주해서 천천히 가는 절반을 이기고,(31등 중 15등)
그담에 진검승부로 절반을 이기고...(15등 중 7등)
그담에는...뭐...그담에는...하늘도 도와주시겠지.
할 일이 많은 만큼,
더욱 미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