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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Aug 20. 2018

젊으니까 스타트업?

"하루라도 더 젊을 때, 창업해. 어차피 잃을 게 없잖아"이거 뭔 논리?

스타트업 대표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도 자유로운 복장(특히 청바지에 운동화)과 청년이다.


만 39세 이하를 청년이라고 하니까,

뭐 나도 아. 직. 은 청년이겠지?

(현실은 스타트업계에서 

내 나이쯤이면 벌써 노땅으로 분류하더군.)


정부에서는 청년창업을 장려하기 위하여

많은 프로그램과 지원책을 내세우고,

이제는 대학교를 넘어 중고등학교에서도

창업에 대한 교육과 창업동아리를 운영하더라구.


점차 어린 나이일 때부터,

창업 교육과 기회, 지원이 늘어나고

꿈을 가진 예비창업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해.

(물론 이런저런 잡음도 있지만, 큰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지)




단지 "젊으니까 창업", "청춘이니까 스타트업"이라는

막연한 논리, 강요 또는 압박으로 

준비가 덜 된, 각오가 덜 된 창업자들이 

공장에서 찍어져 나오듯 양산된다는 점이야.


그러한 문제에 대하여 짚고 넘어가고자 해.




"남들과 똑같이 직장 다니고, 공무원 준비하기 싫어서 창업했어요"


"그런데 왜 남들과 똑같이 창업을 했어요?"


"..."


너도나도 창업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

법인 설립의 규제도 완화되었고,

마음만 먹으면 오늘 당장이라도 사업자등록을 낼 수 있어.


창업하고 3년 후, 기업 생존율이 낮은 이유가

스타트업에서 스케일업이 안 되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본질은 밀어내기 식, 성과주의식으로 창업시장에

사람들을 등 떠밀고 있기 때문이야.


제대로 된 창업 준비가 덜 되어 있는 상태로,

확고한 철학과 흔들리지 않는 각오조차 없고,

언제/어디서/누구와/무엇을/어떻게/왜에 대한

명확한 계획과 실행 방법을 모른 채 


교수님이 해 보라니까,

학교에서 도와준다니까,

친구가 하자니까,

아는 선배도 하고 있으니까,

직장보다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등등 여러 가지 두리뭉실한 이유를 근거로

타이밍 놓치고 싶지는 않아서 뛰어들거든.



더군다나 청년이니까, 젊으니까 

도전정신으로, 열정으로 하면 될 거야,

어차피 잃을 것이 없을 때니까라고 부추기는데...


오히려

경험과 기술, 인맥, 자금과 같이

잃을 게 있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더 창업에 적합하지 않을까?


잃을 게 있는 사람들이 

더 악착같이, 더 간절하게

지키기 위해서 덤벼들 거 아냐.


살아갈 날들이 더 많아서 

실패해도 좋은 경험이고,

더 많은 기회를 만날 수 있다고 

그럴싸하게 포장하는데...


실패한 다음에 재도전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풍조에서

결코 좋은 경험이라고 말해 줄 수 있어?


더 많은 기회를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라

현실은 더 많은 기회를 놓치게 할 수 있다는 거야.


젊다는 게 좋은 것은

모르니까 돌격하는 무지함과

가진 건 몸뚱이라서 밤새도 덜 피곤하다는 거지.


그렇다고 젊음이 만병통치약이 아니잖아.


젊으면 몸 막 굴려도 병 안나?

젊으면 쫄딱 망해도, 손해 보는 거 없어?

젊으면 막 이용당해도, 좋은 경험과 배움이야?



그렇기에 청년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창업지원보다

만 39세 이상의 중장년 예비창업자에게도 

기회를 많이 주는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지.


그리고 각자 따로 겉도는 프로그램보다

청년과 시니어가 함께 창업하도록 유도해야 해.


청년 대표와 C레벨의 시니어로 창업팀 구성,

시니어 대표와 청년 대표의 기업 간 소규모 M&A,

중장년 연구개발자/생산관리자 그룹과

청년 기업들 & 투자자의 협동조합 내지는 유니온 등


다양한 형태의 융합을 모색할 수 있도록

정책과 지원이 설계되면 기업 생존율을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창업을 꿈꾸거나 계획하고 있는 청년들과

한 걸음 먼저 살아왔던 시니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어.




1. 젊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내가 해 보니까'라는 말은 가슴에 안 와 닿겠지만,

아무리 사업계획서 쓰는 거 배우고,

투자받는 방법, 시제품 만드는 과정,

정부지원받는 법, 창업 관련 강연들 들어봐도

그게 사업을 만들어 주지 않아.


이런 것들은 단지 창업하기까지만 

너에게 도움되는 팁, 어드바이스 정도 수준이야.


이미 다른 선배 창업자들도 이 정도는

다 거쳤고, 배웠고,  몇 백 시간을 투여했어.

(나만해도 공식적으로 인증/기록받은 시간이 600시간이 넘어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준비했던 것들 제외하고 말이야.

그런데 이런 부수적인 지식에 너무 매몰되지 마.

정말 당부하는데 이런 것은 기초적인 수준만 알고 있으면 되는 거더라)


너만의 것이 없으면,

더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어.


너의 경쟁자는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해 있고,

인프라와 경험, 자본, 판매처까지 다 가지고 있어.


우리는 아무것도 없잖아.

"없는 게 장점이라네~"라는 노래 가사는

가사뿐이야.


절대로 없는 것은 장점이 아니야.


하나의 상황을 가정하자면


상대방이 없는 것을 가지고 있을 때,

협상의 테이블에 앉을 수 있어.


그것이 젊음이나 열정이 될 수는 없어.

그건 기업들이 고용이나 외주라는 형태로

돈 주고 살 수 있는 거야.


너의 장점은

트렌드에 빠삭하다는 거야,

새로운 것에 빠르게 적응한다는 거야,

기성세대들이 듣도보도 못한 IT 기술에 익숙하지,

또래 친구들은 소비자의 접점에 있어서 시장 이해가 빨라.


그래서 젊은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아이디어가

신박하고, 재미있고, 흥미로운 거지.


그걸 아이디어가 아닌 시제품/베타 서비스 형태로

너만의 것으로 바꾸는 것을 고민해야 해.

그래야 너의 비밀병기가 되는 거야.


뾰족한 것은 갈고닦아 더 날카롭게 하고,

빈 곳은 채울만한 것으로 메우라고 했어.


네가 부족한 것, 단점들이 있을 거야.

바로 그걸 메워줄 사람들을 구해.


너의 친구들 중에서도 좋겠지만,

가급적이면 경험 있고, 끌어줄 수 있는

시니어는 꼭 있으면 좋겠어.


멘토나 조언자, 컨설턴트 같은 게 아니라,

너처럼 모든 걸 걸고 끝장 볼 각오가 있는

코 파운더로 말이야.


자금을 걸든, 영업망을 가져오든,

인프라 리스트를 주든 간에 네가 필요한데

너에게 없는 것들을 채워 줄 수 있는 동료 말이야.


그리고 젊고 어리숙하겠지만

그래도 대표는 네가 하길 바라.

(대표 정하는 것에 나이/선후배/연륜 같은 거 없어.

그런 걸로 정하는 건 바보들의 모임이 되는 거야.

회사는 이익집단이고, 대표의 자격은 연공서열에서 나오지 않아)




2. 경험 있는 시니어들에게...


정부도, 민간에서도 늘 청년, 청년, 청년만을

챙기는 것 같아서 맘 상하기도 하고,

불만을 가지는 점도 공감할 수 있습니다.


많은 중장년의 인재들이

현장에서, 직장에서, 연구소에서

한창 실무에 경험 쌓고, 뜻을 품고 창업을 결심하였다가

이런저런 제약과 부담감 때문에 

직무랑 전혀 상관없는 요식업이나 카페로 흘러가지요.

(요식업이나 카페에 직무관련자 빼고 말입니다)


당신의 청춘을 바쳐 이룬 인맥과 경험들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고,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필요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바로 청년 창업가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보다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지요.


아는 게 많을수록 두렵고, 겁나는 게 많아지죠.

그나마 손에 쥔 것이 있기에 잃을까 봐 더 조심스러워지고,

수년에서 수십 년간 쌓아온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까 봐

더 안전한 것, 더 확실한 것만을 찾는 것은 당연하지요.


주위의 친구들도 같은 처지다 보니

섣불리 모험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하루라도 더 직장에서 살아남고자 합니다.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기에 

"창업"이란 말조차 꺼낼 수 없죠.


어쩌다 의기투합하는 친구를 만나지만

중간에 좋은 이직 자리 생기면,

바로 갈아타버리기도 합니다.


원망하지도 못 하고,

오히려 이해가 될 겁니다.

당신도  그 친구의 사정과 별반 다를 게 없거든요.


그래서

함께 할 동료 찾기는 더더욱 힘들 겁니다.


그렇다고

혼자서는 겁나고, 불안할 겁니다.


아직 세상의 때 묻지 않고 꿈을 꾸는 대표들이 있습니다.

당신이 젊었을 때 모습처럼 거침없이 행동합니다.


유능한 선장에게는

노련한 항해사가 있어야 하듯

전도유망한 청년 대표에게

경험 있는 시니어가 있어야 

안전한 항해가 될 수 있잖아요.


세상의 빠른 변화에 뒤처져 간다고,

그래서 회사 밖은 더 무서운 곳이라고

자조 섞인 농담 반, 진담 반을 되뇌었을 겁니다.


청년 CEO들은 그러한 당신의 고민에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함께 스타트업이라는 모험을 하며,

동화되어 젊어질 수 있습니다.





3. 스타트업계의  몇몇 "꼰대"님들께....


순진하고, 아직 모르는 거 많은 젊은이들을

성장시키고 도와주어야 할 분들이 

등 처먹고, 아이템 뺏어가고, 피 빨아먹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몇 개 스타트업 모아서 간 보듯이 키워주시는 척하시다가

좀 책임질 일 생기면 손절해 버리시고,

다른 더 좋아 보이는 곳 생기면 그쪽으로 갈아타시고,

이제껏 님들만 바라보고, 님들 시키는 대로 회사 꾸려온

청춘들은 뒷감당하다가 신용불량자 되기 십상입니다.


가뜩이나 가진 거 없는 친구들에게 

멘토라는 이름으로 접근해서 

컨설팅, 소개 수수료 명목으로 야금야금 챙겨가시는데...

솔직히 다른 기성 기업에게는 그렇게 못 하시잖아요.


스타트업들에게 방법과 과정 알려주고 돈 받는 건 좀 아니잖아요.

(그것도 일반론적인 걸 마치 비법이나 공식처럼 알려주고) 

기존 기업들에게는 결과와 성과를 달성해내셔야 돈 받으시면서... 

컨설팅은 숫자와 지표로 답이 나와주어야 하는 걸 아시는 분들이...


그리고 예비창업자들이 가진 거라고는 

아이디어 수준의 콘셉트와 기획안 정도이기에

예비창업자들은 아이디어 유출을 

항상 걱정하고, 고민하는 거 아시잖아요.


물론 아이디어 수준은 별로 가치가 없지요.

아이디어 낸 사람에게만 쉬쉬하면서 마치 중요한 보물인 양

숨기기 급급하다는 거, 그래서 본인만 조심조심 다룬다는 거.

사실 여러 사람에게 공개하고, 피드백 주고받아봐야

그냥 돌인지, 원석인지 알 수 있다는 거.

어쨌든 그래 봤자 아이디어 수준이면 결국은 돌멩이라는 거.


그런 거 잘 아시는 분들이라면,

형식적으로라도 NDA 양식 먼저 건네주시는 건 어떨까요?

(Non-disclosure agreement, 기밀유지 협약)

그다지 의미 없겠지만, 그렇게라도 해 주면,

서로에 대한 신뢰가 생기지요.


NDA 이야기 나오면, 

사람을 못 믿네, 

별거 아닌 아이디어로 호들갑이네하는 것보다

깔끔하게 NDA에 사인하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는 게 배려고 신뢰의 시작입니다.

(그거 뭐라고... 쩝...)



내기 장기 둘 때, 

옆에서 훈수 두는 사람이 왜 환영받지 못할까요?


도와준답시고, 이래라저래라 하다가

정작 게임에서 지면 빠져나가거든요.


어차피 자기 게임이 아니니까,

훈수 두다 게임 져도 내 돈 잃는 게 아니니까.

근데 가끔 이런 사람도 있더군요.

내기에서 이기면, 막걸리 한 잔 얻어먹으려는 분!

(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거지)


귀가 얇아 훈수질대로 장기 둔 플레이어가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맞습니다만,

어정쩡하게 도와주는 척만 할 거면, 

그냥 가만히 있는 게 플레이어를 더 도와주는 겁니다.




제가 창업하고, 지금까지 생존하면서

만나 온 많은 분들은 선하고, 

존경받는 분들이셨습니다.


인사이트도 탁월하고,

인품도 훌륭하신 분들이 

지금도 멘토/컨설턴트/투자자/기관 담당자로

역할을 하면서 스타트업들을 도와주고 있지요.


지금도 가끔 찾아뵐 때마다

혼나기도 하고,

걱정해 주시기도 하고,

응원과 격려해 주시죠.


청년 창업이 활발해지면서,

몇몇 자질이 없는 "꼰대"들이 

마구잡이로 뛰어들면서 탁해졌어요.


좋은 뜻과 자부심으로 도우미가 되어주는

진짜배기 어른들을 만나기 쉽지 않다고 할 정도로요.


가장 좋은 방법은

알음알음 통해서 찾아가는 겁니다.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모이니까요.


사람을 분별하는 좋은 눈이 없다면,

세상에서 산전수전 다 겪고,

많은 사람을 경험한 사람이 

눈이 되어주면 어떨까요?


그래서...

"젊으니까 스타트업"이 아니라

"젊고, 경험도 있는 스타트업"이

더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점쳐 봅니다.




 



* 첨언 1.

최근에 재도전/재창업의 기회를 주고, 지원해주는

정부의 프로그램들이 시도되고 있는 점은 분명하게

좋은 취지와 올바른 방향이고 지지하는 바입니다만,

오랜동안 굳어진 실패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사회적 풍토가

짧은 시간 내에 바뀌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적폐를 바꾸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 법적인

수정과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꼭 좋은 결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가 되길 소망합니다.


* 첨언 2.

청년들이 창업에 적합하지 않다는 글이 아니라,

그 윗 세대들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되면 좋겠다는 의도입니다.

그리고 청년들의 부족한 부분을 시니어들이 채우고,

서로 협력하며, 상생하는 구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 첨언 3.

꼰대에 대한 이야기는 

얼마 전에 진짜배기 어르신들과

식사 중에 나온 대화들이 떠올라서 덧붙였네요. 

선량하고 올바른 분들이 더 인정받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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