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3F 전략기획 (first -fast-final)
"세계 최초"란 말은 특히 연구개발자들에게 가슴 설레는 단어지.
그리고 "우리가 처음으로"이란 말도 왠지 오리지날티(원조)를 부여하는 뉘앙스?
이른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사업이란 영역에서, 개발 실무자 입장에서, 심지어 국밥집 사장님까지 처음으로 무언가 전문 미답의 결과물, 제품, 서비스를 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고,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민을 수반하는 일이야. 왜냐면 처음이란 말은 리스크가 꽤 높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거든. 사용자 경험이 전무하다거나, 기존의 것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거부감이 들기도 하니까. 새로운 맛에 어떤 이는 경험 못한 미각의 충격이지만 어떤 이들에겐 생소해서 꺼리는 맛인 법이지.
최초라는 프리미엄은 시간이 흐르면서 오리지날리티(원조)라는 브랜드력을 더해주기도 해.
어떤 분들이 세계 최초란 없다고 주장하던데, 우리가 아직 발견, 발명, 개발, 생산 하지 못 한 것뿐이지 분명 세계 최초는 늘 존재해 왔어.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인터넷? 라디오 주파수? 전기? 통조림? 바퀴의 발명? 인쇄술? 한글? 철기? 따지고 보면 새 것들은 많아. 인간의 문명은 혁신과 새로운 발명의 역사가 진보를 이끌었어.
다만, 이미 있는 건데 제대로 조사, 확인하지 못해서 어줍지 않게 자신의 것이 세계 최초라고 착각하고 있는 경우를 견제하기 위한 주장이겠지? 개발자 혹은 연구자의 좁은 시각으로는 세계 최초라고 섣불리 주장하겠지만, 넓게 찾아보면 벌써 누군가가 상용화하였거나 먼저 앞서 개발한 경우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 그만큼 세상은 넓고,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있으니까.
그리고 세계 최초가 나오기까지는 이전에 알려진 방대한 지식과 노하우, 규칙과 기술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세계 최초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세계 최초가 없다고 비약하는 건 좀 과하다고 생각해.
예를 들어, 전화기와 컴퓨터가 이전부터 있었는데 그 기능을 모아 콤팩트 하게 만든 것이 스마트폰이야. 스마트폰은 세계 최초가 아닐까? 이미 있던 것들의 조합이니까 아니라고? 다른 예를 들어볼까? 전류의 저항으로 빛을 내는 방법과 반도체라는 것은 LED라는 새로운 조명을 만들어 냈지. 냉장고, 전기자동차, 에어컨, 세탁기, 전자레인지, 헤어드라이기, 기능성 화장품, 코팅된 프라이팬, 완전 밀폐되는 용기, 세그웨이, 블루투스, AI 스피커, 블록체인, 노트북, 마스크팩, 전동칫솔, 인스턴트식품 등 우리 삶 속에 알게 모르게 일상이 되어버린 것들은 세계 최초가 있었던 것들이야.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퍼스트 무버가 최초라면, 패스트 팔로워는 최속이야. 흔히 2인자 전략이라고도 하는데... 더 정확하게는 물에 뛰어드는 첫 번째 펭귄(퍼스트 펭귄)을 재빨리 확인하고, 안전하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바로 뛰어들 수 있는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력 가진 합리적인 펭귄 같은 느낌? 누군가 먼저 시장에 진입해서 고객의 니즈를 확인하고, 검증을 받은 것을 확인하고 뛰어드는 전략이지.
진중하면서도 헛웃음이 나오는 개그가 있어.
인도가 중국의 제품을 따라하니까 중국인이 인도 보고 "카피캣이네, 짝퉁 산업이네" 하고 중얼거리니까
한국인이 "야! 너네나 그러지 마!"라고 말했대.
옆에 있던 일본인이 "한국이 그런 말할 자격이 있어? 우리 따라한 거 잊었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쪽 구석에 있던 미국인이 일본인에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푸하하하"하고 웃었대.
처음에 이 개그를 듣고 웃기엔 의미하는 바가 많아. 현실적으로 베끼는 것이 무조건 배척당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해. 벤치마킹은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 줄 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야.
우리는 누군가를 닮고 싶어 하면, 그 대상이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비법/노하우/방법을 가졌는지 찾아보게 되지. 그 사람에 대한 책을 읽기도 하고, 방송이나 인터넷 서치를 통해 하나씩 배울 점들을 추스리기 시작해.
기술도, 공부도, 제품도, 사업도 마찬가지야. 먼저 시작한 사람을 따라가는 수준이 아니라 따라잡고 나서 역전하기 위한 최속의 방법이지. 좋은 점, 배워야 할 점은 빨리 받아들이고, 안 좋은 점은 개선해야 하지. 그것이 짝퉁과 벤치마킹의 큰 차이점이야.
스티브 잡스를 인간적으로는 안 좋아하지만, 배울 점이 많은 인물이야. 잭 웰치(GE의 부흥기 때, 회장)의 닉네임인 "중성자탄 잭"이라는 부분에서 나랑 성향도 안 맞고, 그리 따라하고 싶은 마음은 안 생기지만, 품질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회사에 도입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하지. 감정으로 회사를 이끄는 게 아니라 이성적으로 이득이 되는 것을 행동해야 하는 거야.
파이널 위너(Final winner)
퍼스트 무버와 패스트 팔로워! 각각의 전략이 장단점이 있기에... 어떤 분야냐, 어떤 시장이냐, 어떤 아이템이냐에 따라 적용이 다르지. 하지만... 스타트업이라는 형태에서는...
어차피 몇몇 소수의 창업자를 제외하고는 엄청난 기술력을 가지고 나오는 경우가 드물어. 다수는 아이디어만 가지고 덤비지. 근데 그게 한편으로는 더 유연한 사고, 더 기발한 역발상을 가져오곤 해. 어떨 땐 기존의 것을 재해석해서 가치를 높이기도 하고, 진짜 사소해 보이는 간단한 변화만으로 고객의 마음 뒤흔드는 파괴자들이 나타나. 패스트 팔로워들이 많은 편이지.
그걸로 끝나지 않아. 그들이 성장하면서 진짜 기술 있는 멤버들을 영입한다거나, 시간이 흘러 하나씩 터득하던 기술이 극에 달할 때가 있어. 그렇게 나오는 제품들로 퍼스트 무버의 영역에 도달하기도 하지.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서는 패스트 팔로워를 거쳐야 해.
한편으로는 엄청난 기술로 시장을 앞서다가 점차 후속 아이템/사업다각화를 고려할 시기에 패스트 무버로 변하기도 하지. 감각 있는 사람들이 모이고, 마케팅/제품 기획을 잘 하는 업체들과 뭉치기 시작하면서 상상도 못 했던 기업으로 탈바꿈하기도 해.
결국은 어디서 시작을 했든 수시로 변하는 세상 속에서 단 한 가지 전략만을 고수하면서 살아남기는 힘들다는 거야. 때로는 고집을 부려야 할 시기도 있지만, 때로는 한 발 물러서야 하는 때도 있어.
마지막에 살아남는 자가 승리자야. 그래서 최종장은 최후의 승자 전략(final winner)이야.
배민이나 쿠팡, 아마존 등의 회사들이 그렇게 돈을 써가면서 시장점유율 1위를 노렸던 이유가 바로 이거야. 지금 당장 출혈이 있더라도, 상대방보다 우위를 점해서 최후에는 내가 이긴다는 마음으로 영업이익보다 매출을 늘려간 거지. 그래서 대규모 투자를 받기 위해 엄청 고생을 했고 말이야.
딱히 이들이 엄청난 기술이 있던 회사들은 아냐. 그런데 지금은 AI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채용해서 기술을 가졌어. 여러 기술력 있는 회사들을 M&A 하면서 이제는 어마 무시한 업계 강자들이 되었어. 물론, 시어스(미국의 물류로 성장했던 거대 기업)의 사례처럼 어느 순간에 이들의 신화가 무너질지도 몰라. 하지만 그동안 보여온 행보를 보았을 때, 이들은 세상이 변하는 속도와 고객의 움직임에 매우 기민하게 행동해 왔고 끊임없이 변화해 왔어. 그 힘이, 그 가치가 투자자들의 마음을 더 끌어들였을 거야.
이렇게 길게 글을 서술한 시답지 않은...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게.
내 이야기는 사실 그냥 여기서부터 읽어도 되는 거였어.
지금까지 퍼스트 무버니 패스트 팔로워, 파이널 위너하면서 멋들어진 단어로 주절거리는 건 내 성격상 안 맞는 이야기고. 그냥 세상에서 정한 그런 단어가 있고, 그런 전략이 있다고 소개해준 거뿐이야.
우리는 퍼스트 무버다! 우리는 패스트 팔로워다!라고 정해 놓고 경영을 하지 않길 바래.
그건 한 때 광풍처럼 불었던 6 시그마, 품질 경영론, 창조경제, 녹색성장, 린스타트업, 애자일 기법, 그로쓰 해킹 등 마치 있어 보이고 싶어 하는 단어들로 포장된 유행일지도 몰라. 어려운 단어 써가면서 유식한 척하고, 그럴듯한 말로 뭔가 대단한 것처럼 보이게 하듯이 그런 포장 말이야. 창업이 맞는 말이니, 벤처가 맞는 말이니, 스타트업이 맞는 말이니 논쟁하는 것을 보면 솔직히 웃기지 않아? 나만 그런가? 그게 뭔 상관이야?(나야 뭐 배울 때부터 입에 익숙한 단어가 스타트업이니까 쓰는 거지 사실 별로 뭐가 맞다고 실랑이 붙기 귀찮고, 싫어) 마찬가지로 너무 많은 종류의 어려운 마케팅 용어들이란 게 따지고 보면, 본질적인 목적은 모두 하나로 모이잖아. 기술이나 하이테크에서 쓰는 기법들도 따지고 보면, 도구나 방법일 뿐이지 결국은 목적/결과에 도달하기 위한 거지.
기업은 생존해야 하고, 이익을 남겨야 한다는 게 본질이잖아.
그걸 위해 우리는 교육도 받고, 책을 읽고, 조언을 구하고, 선생을 찾아다니지. 살아남기 위해서. 성공하기 위해서. 전쟁터에서 꼭 K2 소총만 사용하라는 법은 없잖아. 상황이 안 맞으면 뒹굴고 있던 AK소총을 쓸 수도 있고, 돌을 주워서 던질 수도 있고. 안 그래? 어떤 도구, 어떤 방법, 어떤 명칭이 중요한 게 아니라 최후에 살아남아야 한다는 집념, 목표 하나만 기억하고 거기에 맞춰 생각하고, 행동하는 거잖아. 남들이 뭐라 부르고, 뭐라 이름 지었는지는 몰라도 되지. 경영학에 MBA 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을 쓴 사람이 회사 경영을 잘 하는 게 아니라 학술적으로는 몰라도 고객은 잘 알아서 일가를 이룬 기업가가 더 나은 거야. 식당을 예로 들자면, 단골손님이 넘치는 식당의 주인이 고객의 마음을 훔친 위대한 마케터야. 대를 이어 맛집이 되는 식당이 진짜 기술력이 있는 곳이야. 외국인 손님이 줄을 서는 식당이 진짜 글로벌이듯 진짜들은 자신들의 본질에 집중하지 허울 좋은 말장난이나 포장들에 넘어가지 않아.
탁월한 기술력과 시장 타이밍을 잡는 센스! 우리 회사도 어떻게 하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늘 고민 중이야. 특히,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다 보니, 자체 기술력을 더 많이 보유하고 싶은 욕망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빠르게 후속 제품을 연속적으로 출시해서 성장하고 싶어. 그 간격을 줄이고자 한다면, 처음 기획단계에서부터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 그리고 상세한 계획들이 있어야 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냐.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고. 기술력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기에 중장기적인 계획이 있어야 하고 빠르게 후속 제품이 나올 수 있도록 자금/인프라/인력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하지.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트렌드를 알아야 하지. 그래서 많은 모방도 시도해보는 거야. 그 안에서 더 발전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특화시키면 우리의 강점이 될 거라 믿기 때문이지. 어쨌든 상당히 날 귀찮게 하고, 하기 싫은 일도 많아져.
나는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싶지 않아.
하기는 싫지만 꼭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거야.
기왕 해야 할 일이니까 즐거운 일이라고 암시를 걸고,
하고 싶은 일이라고 자기 세뇌 거는 거지.
그 끝에는 하고 싶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으면서 말이야
두 가지 다 가지고 싶어 하는 욕심꾸러기라고? 살아남고, 강자가 되기 위해서 양 발을 담그고 있는 거야. 기술이 방패가 되어 줄 수도 있고, 유연하고 신속한 변화 감지 능력이 칼이 되어 줄 수 있으니까. 지금 찬물, 더운물 가릴 때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서 조금이라도 승률을 높일 수 있는 기회에 포석을 까는 거야.
오늘도 잘 살아남았어. 내일도 잘 살아남자.
우리 잘 살아야 해. 꼭 살아남아서 승리자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