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가교환의 법칙은 아는데 동등한 가치는 어디 갔나
강철의 연금술사라는 만화에서 자주 언급되는 법칙이 있어. 바로 "등가교환의 법칙"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겪는 일이지.
"원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희생해야 한다"
창업을 하면서 달콤한 꿈을 꾸는 너에게 듣기 싫은 말이겠지만, 우리는 내 맘대로 다 되는 동화 속에서 살아가는 게 아니야. 직장을 다니면서 우리의 시간과 역량을 회사에 지불하고 급여라는 재화를 얻었잖아. 학창 시절에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 필기노트와 오답노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밤잠 이루지 못하고 억지로 허벅지를 찔러가면서 공부했잖아. 다시 되물을게. 넌 무엇을 얻고자 무엇을 줄 수 있니?
연금술이라는 학문(?)을 좋아해. 돌을 황금으로 바꾼다는 상상은 비록 허무맹랑한 이야기일지라도 어릴 적 나를 매혹시키기엔 충분했으니까. 과학을 좋아하게 된 이유도 연금술이라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무지함 때문이었어. 지금은 비록 연금술이라는 것이 상상의 산물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나는 연금술을 꿈꾸는 사람이야.
스타트업 창업자가 되면서 잃어왔고, 포기해야 했던 것들이 많았어. 앞으로도 그런 삶은 계속될 거야. 각오는 되어 있어. 이건 내가 훗날 이야기하려고 했던 수다거리인데, 설 익었지만 지금 기록해 둘께.
1. 가지고 싶은 것을 위해 덜 좋아하는 것을 포기해라.
예전처럼 누릴 것 다 누려가면서, 할거 다 해가면서 추가로 무언가를 얻겠다면, 도둑놈 심보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어. 적어도 내 시간 안에서 편집하고, 축소할 수 있는 것들부터 말이야. 적어도 필수적이지 않으며, 건강이나 삶에 지장을 안 주는 것이라면 일단 리스트에 올려놔. 그리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중요도가 낮은 것부터 하나씩 서서히 줄여나가 봐. 굳이 술자리를 애써 만들 필요도 없잖아. 게을러서 침대에 뒹굴거리는 시간을 줄여봐. 스마트 폰 게임을 좋아한다면 거기에 투입되는 시간과 집중을 생각해 봐. 시간을 딱 정해서 하라구. 티브이나 영화를 보며 웃고 즐기던 삶에서 조금이라도 더 원하는 것을 위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을 습관처럼 해야 해.
2. 예전의 나를 죽여야 지금의 내가 산다.
예전에 네가 얼마나 잘 나갔고, 얼마나 뛰어났는지 몰라도 지금은 그냥 작은 회사의 미생이야. 알량한 자존심이 너를 살리지 않아. 오히려 때로는 굽힐 줄 알아야 하고,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해.
연구직을 했기에 더욱 실감하는 게, 어떤 회사 연구소의 연구소장을 했던 분이 창업해서 꼿꼿하게 회사를 운영하시더라고. 말하다가 보면, '내가 예전 직장에서 연구소장이었는데', '내가 이런 거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여럿 봤는데' 하면서 과거에 얽매여 있더라구. 더군다나 기술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고정관념은 굉장히 위험해. 기술이 없어도 수익 창출하는 회사들이 많아. 오히려 기술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서 주구장창 개발만 하는 무한루프에 빠져 들 수 있어.
이전의 네 모습이 레퍼런스가 되고, 보기 좋은 스펙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사업에 지대한 성공요인이 될 수는 없어. 오히려 너의 그런 모습이 있다면, 사람들은 떠나가고 시장에서 고립되는 상황만 기다리고 있을 뿐! 과거는 과거일 뿐, 지금이 아니야. 그 과거를 딛고 일어나서 현재의 내가 더 진일보할 수 있는 밑거름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과거에 사로잡혀서 여전히 회상과 착각의 늪을 허우적거리고 있다면, 딱 거기까지야.
3. 사람을 얻기 위해 사람을 떠나보내라.
학창 시절에는 어떤 친구와 만나든 늘 즐거웠다. 그러다 군대와 사회에 첫 발을 내딛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친구라고 알고 있던 인연들은 한 꺼풀 벗겨보면 "친구"라기 보단 그냥 아는 사람 수준이 대부분이었다는 걸. 너무 힘들어서 또는 너무 외롭고 지쳤을 때, 당장 네가 폰을 들고 누군가에게 연락하겠다면, 떠오르는 사람이 몇이나 되지? 핀치에 몰려서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을 속마음을 털어놓고 위로받고 싶은 사람이 몇 명이지? 결국 거리가 멀더라도, 시간이 흘렀더라도 그런 순간마다 서슴없이 연락할 수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너의 친구야. 그 외에는 사실 아는 사람, 좀 더 아는 사람, 친구와 유사한 사람 정도 수준이야.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을 줄여야 하고, 사람들을 만나려는 노력을 줄여야 해. 그리고 그 시간을 네가 만나야 할 사람들, 만나고 싶은 사람들,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써야 해. 그러다 보면, 하나둘씩 너의 주변에 있다고 느꼈던 사람들 중에서 멀어지는 사람들이 생길 거야. 두려워하지 마. 이전과 동일한 방법으로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축적해 가더라도 결국은 딱 그 선까지의 관계가 만들어져. 그보다 더 깊은 친구, 벗이라는 사이가 되고자 한다면 더 집중해야 하고, 더 몰입해야 해. 그렇게 하기엔 시간과 너라는 자원이 물리적으로 한정되어 있다구.
4. 하지만 지켜야 할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강철의 연금술사라는 만화 주인공들이 고생하고, 후회하던 일들이 바로 이 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바라고 원하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그보다 더 소중하고, 중요한 것을 가지고 있다면 우선순위로 지켜야 할 것은 지금 내 손안에 쥐어진 더 나은 가치라는 거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이것은 공통적, 보편적으로 동감하지 않을까?
바로 건강과 가족이야.(사실 이렇게 적으면서 지금 내가 가장 잘 못 지키고 있고, 가장 미안하고, 가장 찔리는 내 상황이야.) 시간을 아무리 줄이더라도, 최소한의 건강을 잃도록 방치하지는 말자. 나도 이 글 쓰고 다시 운동 꾸준히 하도록 할게. 가족과 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좀 마음의 여유를 가져볼게.
원래 목적이 행복이었는데, 돈이 목적이 되어버리는 순간이 바로 이러한 것을 지키지 못하였기 때문이야. 행복이란 게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누려야 하는 건데, 그렇지 못해서 그 보상심리로 다른 가치를 추구하게 되는 거거든. 나도 그래. 가족에게 미안한 죄책감이 들 수록, 더 나를 몰아쳐서 일에 매몰되었어. 그러다 보니 더 가족에게 소홀해지고, 더 마음의 짐은 커져갔지.
문득 내가 왜 이렇게 변해가고 있는지 돌이켜보고는 잠깐 숨 돌리고, 나를 돌아봐야겠더라고. 그리고 가족과 나의 삶, 일에 대한 배분을 다시 설정하게 되었어. 최소한 지킬 것은 지키자. 다른 건 지불하더라도, 건강과 가족만은 잃지 말자.
현실은....
살다 보니까 항상 예외라는 법칙이 존재하더라고. 등가 교환의 법칙에도 예외란 게 있고, 그게 가끔 거슬리기는 해. 노력을 아무리 해도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얻는 건 아니라는 거야. 그렇게 절제하고, 관리하고, 애썼는데도 소비된 노동력과 시간과 열정과 희생과 동등한 가치를 얻었다고 보긴 힘들 때가 많더라는 거지.
그리고... 간혹 그런 것도 보여. 어떤 이는 낙하산으로, 어떤 이는 든든한 집안 배경으로, 어떤 이는 일확천금으로 너무나 손쉽게 엄청난 가치를 얻어내기도 하지.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 시대는 아니라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숨겨진 계층이 존재하고, 인류의 역사 이래로 항상 부와 권력의 격차는 있어왔어.
한 숨이 나올 때가 있더라고. 그런데... 나와 다른 조건/세상/환경에서 시작하는 사람하고 비교하지 말라구. 거기에 좌절해 버리면 그걸로 끝이야. 그냥 인정하구 가자.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부딪히고 또 부딪혀서 벽을 깨야지. 한계를 깨야지. 제약을 깨야지. 남들이 안 된다고, 포기하면 편하다고 말한다 해도 나는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다 쏟아서 하얗게 불 사르고, 더 이상 후회도, 여한도 안 남길 정도로 최선을 다 해서도 안 되는 거 확인해야 맘이 편할 거 같아.
어긋나기 시작한 나의 방향성을 빨리 원상 복구해야겠어. 내가 왜 지금의 선택을 하였고, 애를 쓰며 살아가는지 다시 떠올리고 제대로 항로를 잡아야 해. 나침반을 보자. 북극성을 보자. 변하지 않을, 나의 본질적인 가치와 다짐들을 떠올리자.
재정비 끝~! 다시 돛을 펼쳐라. 항로로 재진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