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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Nov 23. 2018

초심을 잃지 말고,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최소한의 나다움은 지키자!

 나는 고고하거나 도도한 품격의 창업자가 아니라 오히려 진흙탕에서 기어 나오는 창업자에 가깝고, 그러한 절실함과 각오, 악바리 정신이 나와 맞는 캐릭터라고 믿어.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알량한 쫀심이나 뽄새보다는 실리와 합리적인 '을'이 되는 게 낫지. 최선의 전략을 얻기 위해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려야 한다는 신념은 변하지 않았고, "나"라는 본질은 약간 고리타분해서 허세에 대하여 굉장히 비판적인 입장이야. 일단 이 점을 확실히 못 박고 이야기할게. 왜냐면 이건 개인적인 의견이고, 사견이니까 너와 의견이 다를 수 있거든.




이 바닥에서는 학연/지연을 넘어서 같은 성씨라고, 같은 종교라고, 같은 정치색이라는 것까지 내세우면서 억지로 인연을 만들려는 사람들을 자주 접하게 되더군.


어떤 사람들은 그럴듯한 모임을 개설하고, 사람들을 막 모아서 세를 과시하듯 홍보하다가 몇몇이 정치판으로 끼어 들어가는 목적으로 이용하기도 하더라. 선거철이면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무슨무슨 청년창업가 모임이니 포럼이니 하면서 지지 성명을 낸다거나 지지서명 또는 연판장을 돌리기도 하고.


어떤 대표들은 크고 유명해서 한 번쯤은 다 들어 봤을 절이나 사찰/성당/교회에 찾아다니면서 인맥을 넓히고, 사업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하더군.  그분들에게 신(GOD)은 사업이겠지. 아니, 머니(Money)려나?


이름난 강연자를 찾아다니면서 명함 돌리고, 인사하면서 서로 페친, 카톡 친구 맺기라도 하면 엄청 친한 사이인 것처럼 여기저기에 자기도 마치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된 것인 양 이름 팔며 SNS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니는 창업자들도 봤어. 게다가 이제 쪼금 살만 해졌다고 SNS에 개인적인 자랑을 뿌리고 다니는 대표들이 보이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적인 표현과 활동이 나쁘다는 뜻은 아냐. 대한민국 헌법으로 보장되는 종교에 대한 선택권에 손가락질하는 게 아냐. 자유와 평등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이념적 성향을 드러냄에 반대하는 게 아냐. 누굴 만나고, 인맥을 활용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게 아냐.


사업은 가족을 빼고는 모든 자원을 다 활용하는 거라고 하던데, 가족 말고도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는 걸 기억하자. 아직 배가 덜 고프고, 목이 덜 마른 거라고? 나 역시 지금 가족들의 희생과 헌신/친구들의 우려와 도움/지인들의 자금과 관심으로 지금까지 버텨오고 있어. 그런 나에게 달콤하고, 먹음직한 유혹이 늘 찾아오곤 하지. '딱 한 번만... 눈 감고 손을 댈까?', '누가 알지 못할 건데...'라는 식의 속삭임도 들려와. 안 그럴 거 같지?


 




1. 욕심이 필요한 우리지만, 탐욕은 경계해야 하는 우리


"사장이 되가지고 욕심이 없으면 쓰나?"


여기서의 욕심은 원초적으로 강한 힘을 가지고 싶다는 욕심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떤 목표/목적을 이루기 위한 갈망에 더 가까워. 욕심이 없이 사업을 한다는 말을 들으면 우리 집 근처에 토요일 저녁만 되면 차를 세워 놓고 "마진 없이 팔아요"라고 외치며 양말을 팔던 아저씨가 생각나. 마진이 없는데 왜 저렇게 고생을 하지? 믿을 수 있겠어? 못 믿잖아. 욕심이 없이 사업을 할 수는 없어.  돈이나 욕심에 대해서 나는 조금 관용적인가 봐. 기본적으로 그게 무슨 문제야라고 말할 수 있거든. 

돈을 잘 못 된 방법으로 벌거나 사용하는 것이 문제고, 탐욕으로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되는 게 문제인 거지.


돈만 벌면, 사고 치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나타나지. 좀 잘 나간다 싶으면, 안하무인으로 뉴스에 나오는 사장들.

아니 저 사람 예전에 안 그랬던 사람이 지금은 왜 저렇게 됐을까 하는 대표들을 생각해봐. 한때는 치열하고, 끈기 있고, 신념이 있었던 멋진 사람들이었는데, 목적과 수단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탐욕에 눈이 멀어 버린 거지. 


마치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부와 명예를 얻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나 자신을 헐값에 팔지 마. 가장 나답게, 가장 나로 살아가자. 남들의 시선과, 남들의 양식과, 남들의 삶을 굳이 따라 할 필요 없어. 처음 가졌던 그 마음, 그 영혼의 순수함을 지켜나가자고. 욕심은 가지되, 탐욕을 경계하자.



2. SNS 속에서 웃고 있는 삐에로 같은 대표들!


SNS를 들여다보면  남들의 이런저런 자랑이 넘쳐나. 부럽기도 하지만 뻔히 그 속사정과 고민을 알고 있는데, 그럴듯한 자랑으로 덮어 놓은 걸 보면서 안타깝기도 해. 그렇게라도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SNS로 소문내는 모습 속의 진실은 자괴감과 고민으로 정말 머리를 쥐어뜯고 싶을 거야. 겉으로 보이는 것과 속은 다르다는 걸 마케팅을 위해서라고 퉁쳐버리기엔 간격이 크다고 느껴져. 알아! 현실은 투자자가 안심하도록 보여져야 할 것과 고객들에게 신뢰를 지속적으로 주기 위해 아무 문제없고, 더 좋아지고 있다고 알릴 필요도 있다는 거. 그런 포장도 필요하다는 거. 그 사이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점차 누적되어가지.


페OO북이라던가 인OOO램에 계정도 있고, 가끔 좋아요나 추천/공유를 눌러주러 들리곤 하는데, 회사/브랜드/제품에 대한 소식을 전달하는 채널로 사용하는 것은 유익하다고 생각해. 그러나 대표라는 입장의 나를 꾸미는 글이나 콘텐츠를 올리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아닐까? 마케팅에서 꼭 대표란 이름을 앞장서서 포장하는 게 효과가 좋을까? 고객들은 대표에 대해서 별로 궁금하지 않을 것 같아. 물론 사회 뉴스라던가 물의를 일으킨 인물 또는 엄청나게 대박 난 사례로 나오는 대표라면 궁금해하겠지만.... 그 외에는 별로...;;;(단, 인플루언서/MCN/크리에이터/연예인 또는 본인 자체가 브랜드이거나 상품인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야)


내가 좋은 음식에, 좋은 옷에, 좋은 차로 바꾸었다고 올리면 사람들이 환호를 할까 아니면 손가락질을 할까. 당연히 후자일 거야(속으로 그러겠지만 말이야). 시계가 얼마 짜리고, 선글라스가 어디 거고 하는 자랑질은 아무리 봐도 마케팅이라기보다는 그냥 철없는 관종 대표라는 생각이 들거든. 설령 돈을 많이 벌고 있더라도 나는 좋게 안 보여. SNS 속의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자랑질이나 허세를 제외하고 나면, 광고밖에 안 남아있을지도....;;; 


많은 대표들이 SNS에 익숙해 지기 위해 발을 들여놓지만, 거기서 본 세상은 현실과는 많이 달라. 일상이라고 올리는 사진과 글들이 대부분 꾸며지고, 인위적으로 데코레이션 된 상황이고 찰나의 포장이랄까? 아무리 팔로워가 많고, 친구로 등록된 리스트가 많아도 늘 애정결핍 상태 가운데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워진 세상이 SNS가 아닐까? 




3. 내 것이 아닌 것으로 나를 채우지 말라.


어디에 가서든,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특히 나는 내 정치성향을 입 밖으로 안 내려 노력해. 종교 관련한 논쟁이 벌어지는 자리에서 굳이 내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섞지 않으려 하지.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과 진보적인 시각이 대립할 때, 되도록 한쪽 편이 되지 않으려 해. 어쩌다가 친해졌는지는 몰라도, 자연스레 알게 된 분이 좀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고 거기에 편승해서 인맥을 늘리려고 이름을 팔지 않아. 


수단과 방법, 전략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것에 뚜렷한 '목적' 만큼 중요한 것이 '주체'야.


'너'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면, '너'가 세웠던 목적이 '너의 목적'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의 목적'일까?


너를 잃어버리면, 그 순간부터 너의 사업은 너를 잃은 사업이 되어버려. 돈을 많이 벌고, 수익률도 높고, 회사가 잘 굴러가고 다 좋아. 하지만, 너는 그 사이에 변해서 예전의 너라면 하지 않았을 일들을 습관처럼 하고 있을 거야. 네가 꿈꾸고, 그리던 삶이 아니라 변해버린 네가 바라던 삶이 되어버리는 거야.


정치나 종교, 사회 가치관은 모두 "사상"에 영향을 주지. 생각의 배경이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중립적인 판단을 못 할 가능성이 높아져. 예를 들어, 유력한 정치인이 뒤를 봐주진 않을까 하는 기대라던가, 같은 종교인이라 일단 믿고 같이 해 보겠다던가, 대표의 개인적인 사회가치가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 하기에 회사가 손해 보는 것에 관대해진다던가. 지금 보면 '나는 안 그럴 것'같은 이야기인데 의외로 많이들 그런 판단기준이 모호해져 있더라고.


지식은 남에게 배워서 채워 넣어도 돼. 경험은 남에게 전수받아 너의 몸에 새겨 놓아도 돼. 그런데 꼭 너 자신의 주관은 지우지 말길 바래. 어떠한 것을 내 것으로 만들더라도 나에게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있다면, 본질이 있다면, 주관이 있다면 타인의 기술과 배울 것들을 너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유익할 거야. 하지만 아무런 필터링 없이 있는 그대로 다 받아들이고, 무분별하게 다 섭취하다 보면 어느 새인가 너를 잃고 말 거야. 



4. 중독은 사업으로 족하다? 아니, 가족에게 중독되야지.


"중독에서 벗어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또 다른 중독이다."


혼자 생활하는 사람은 게임이나 알코올 중독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고 해. 그러다가 가족 또는 연인과의 관계가 생기면서 중독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이것은 관계에서 오는 만족감이 이전 중독성보다 강하기 때문이라고 해. 문제는 이러한 만족감이 무뎌지고, 일상화되면서 다시금 알코올이나 게임으로 회귀하려고 하지.


연애를 할 때, 여자 친구가 싫어하기 때문에 게임을 줄이거나 멀리한 경험이 있을 거야. 그러다 여자 친구에게 익숙해지면 다시금 게임 시간이 늘어나지. 사람이란 그렇더라고. 더 강한 자극, 더 강한 욕구, 더 강한 만족이 있는 쪽으로 끌리게 되지만 뭐든 익숙해지면 다른 중독성을 찾아가더라고.


워커홀릭이라고 불릴 만한 대표들이 차고 넘치지. 그만큼 절실하고, 열과 성을 다해서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자 사업이라는 것에 중독된 사람들이야. 문제는 사업에 익숙해지는 대표들이 뻘짓을 하기 시작한다는 거야. 도박/술/여자 또는 남자/마약/게임 등의 다른 자극과 반복적인 중독을 찾아가다가 사고를 치는 경우를 조금만 찾아보면 수두룩하다고. 


이런 말 할 자격은 없지만... 난 사업에 중독자라서 가족에게 늘 미안하지. 가족이 나에게 마약이고, 가족이 나에게 최고의 중독이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어. 늘 가족을 위해서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사실 나의 삶은 그렇지 못해. 미안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 


나를 위한 변명을 하자면, 지금 내 상황에서는 더 속도를 내서 사업을 안정화시켜야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절박감으로 미친놈처럼 일하고 있어. 가족을 사랑하니까 더 일에 목매달고 있다는 비논리적인 상황에 포지셔닝하고 있지. 오직 탈출구는 빨리 시스템화해서 내가 자리를 비워도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가족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있다고, 오직 그 방법밖에 없다고 믿고 달려가는 중이야.


그래. 솔직히 요즘은 헛갈려서 멘탈이 흔들려. 표면적으로는 사업 중독자인데 내면은 가족 중독자라서 더 일 중독자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다시 나를 돌아보면... 이 패턴이 우리 아버지들이 했던 이야기와 같더라고. 


"내가 누굴 위해서 이렇게 야근하고, 집에 안 들어가는데~~"하면서 회사에 목숨 걸었던 우리네 슬픈 가장들의 모습이 나랑 같은 모습이 아닐까? 그렇게 가족들과 멀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겁이 나곤 해.


중독은 사업으로 족하다고 적었지만... 중독은 가족으로 족하다가 정답이 아닐까? 반성할게. 나... 지금보다 더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멘탈도, 마음의 여유도, 생각도, 계획도 다시 다듬어야 할 것 같아. 가족이 내 최고의 중독이 되도록... 그래서 다른 것들에 눈길조차 주지 않도록 되어야지. 그러한 강한 동기로 사업을 이끌어야 하지 않을까? 글 쓰면서 엄청 반성중이야...ㅠ.ㅠ

 



갑자기 왜 이런 글을 쓰느냐고? 얼마 전에 내 마음이 흔들리는 일이 있었거든. 정신적으로 피폐하고, 스트레스가 극도로 높았어. 게다가 회사 자금 상황이 매우 안 좋았던 때라 하루하루 피가 마르던 중에 어떤 제안이 들어왔어. 쉽게 말해서 우리가 그동안 꿈꾸던 것을 포기하면, 편하게 훌훌 털어 버릴 수 있다는 제안! 평소라면 눈길도 안 주었을 텐데... 마음이 흔들리는 걸 느꼈어. 거절은 하면서도 마음이 되게 찝찝하고 계속 생각나더군. 


더욱 내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정신수양에 집중해야겠어. 초심을 떠올리고,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각오를 더 다져야겠어. 이 글을 보는 너는 그러겠지. "이 녀석 유리멘탈인거 아냐?" 


내가 놀란 건 나름 나 자신에 대하여 완고하고, 견고하게 철학을 지키고 강화시키고 있다고 여겼는데, 이번 기회로 여전히 내 멘탈과 철학이 부실하다는 걸 느꼈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바뀌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는데 마음이 해이해졌었나 봐.  


이전에 작성했던 합리성과 올바름에 대한 글에서도 밝혔듯이, 우리가 아무리 쥐뿔도 없고, 빽도 없고, 가진 것 없이 창업한 흙수저 출신일지라도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것들이 있어.


그것은 우리가 왜 이 바닥에 뛰어들게 되었고, 어떤 모델을 꿈꾸느냐야. 강한 동기가 강한 갈망을 만들고, 행동을 재촉하는 원동력이 되잖아. 다시금 나의 원동력을 되새기기 위해 가족을 떠올렸어. 일기를 돌아봤어. 그간 쓴 글들을 되읽었어. 


정신 바짝 차리자. 나답게 살자. 유혹에 넘어가지 말자. 


찬 물로 샤워하러 가야겠다~! 아자자!



In the town full of fancy cars and crowded bars and supermodels

이 도시엔 가득해 멋진 차들과 바글바글 한 술집 그리고 슈퍼모델들까지


Looks exactly the way it did inside my head

어떻게 내 머릿속 모습 딱 그대로인지


When I dreamed about it, All the things I could live without

꿈속에서 봤을 때처럼, 없어도 사는데 문제 하나 없을 텐데


I need 'em now 'cause they're all around me

견물생심이라더니 주변에 있으니 더 있어야만 할 것 같아


Only thing that I can't afford is to lose myself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 나 스스로를 잃지 않는 건데


Tryna be somebody, somebody

내 본모습을 두고 다른 사람이 되려고만 하면서



The Chainsmokers  -  "Somebody" 가사 중 후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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