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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Oct 22. 2018

창업자의 일기장(15)-청년창업사관학교로...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 참 제대로 지었다고 느꼈다! 사.관.학.교!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하기 전에 합숙하면서 사업계획서를 수정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지금은 사라졌지만...;;) 직장인 신분으로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하려던 입장에서는 그 합숙 프로그램이 정말 불만이 많았지. 하지만 나처럼 백수 신분이라면...솔직히 고마웠어. 뭔가 잠시 동안이지만, 소속감과 뭔가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좋았거든. 




 이건 짚고 넘어가고 싶은게, 혼자서 창업한다고 사무실 잡고 일하는게 자유롭고 편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솔직히 두렵고, 고립된 느낌이 더 커져. 소속감이 없다는게 장점이자 단점이고, 그게 불안의 원인이야. 디지털노마드? 그럴 듯한 말이라 좋은 느낌이지만, 사실 제대로 나를 관리 안하면, 쉽게 나태해지고 슬럼프에 빠지기 쉬워. 고정적으로 정해진 공간이 아니라는 건 자유이기도 하지만 제대로 통제 못하면 그냥 되는대로 막 가는 경우가 많아. 그만큼 1인 창업자라는 입장은 철저하게 스케쥴 관리, 규칙을 정해서 이끌어야 하고, 범위를 정해서 활동하는 습관이 필요해지지. 반면에 다른 누군가가 옆에 있다면, 거기다가 경쟁자 또는 같은 업종 또는 같은 처지의 창업자가 있으면, 혼자 보단 조금 나아지더라구. 가끔 고민도 털어 놓고, 나보다 더 한 놈을 보면 괜스레 승부욕이 발동해서 더더더 몰아치기도 하고, 좋은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무엇보다 유대감이라는게 조금은 심적 안정감을 주곤 해. 게다가 서로 통제하는 효과도 생기다보니 나처럼 혼자 다 해내기 어려운 스타일은 1인 창업으로는  오래 끌어가긴 어렵겠더라.(이래서 1인 창업가, 디지털노마드로 건실하게 회사 운영하며, 자기 관리 잘하시는 분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이시다. 진심존경존경!!!)




 청년창업사관학교에는 참 별의별, 별난 사람들이 많더라구. 유명한 대기업에서 회사 관두고 나온 사람, 대학생으로 패기와 열정으로 똘똘 뭉친 창업자, 벌써 두 번째 창업을 한 사람, 이미 창업해서 쾌속 성장하고 있는 대표, 두 아이의 엄마로 육아도 대단한데 사업까지 펼치고 있는 슈퍼우먼, 유명 대학에 놀라운 학벌의 소유자 등 이전의 나라면 주변에서 만나기도 힘든 괴짜들이 왕창 모여 있었어. 솔직히 처음 서로 소개하는 시간에 나도 모르게 나를 돌아보게 되더라구. 


어찌된게 다들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어. 여기가 그렇게 유명한 곳이었던가? 아니면 내가 너무 정보력이 뒤처진건가...나중에 알았지만 후자였어. 그 때 당시, 창업선도대학과 창업맞춤화지원사업(연구창업 포함)과 더불어 청년창업사관학교가 정부 주도 창업지원 프로그램 삼대장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거든. 어쩐지~ 여기에 지원해 보라고 했던 형님은 나에게 청년창업사관학교가 딱이라고 몇 번을 되반복해서 말해 주었는데, 왜 그런지 물어보니까 빡씨게 교육시키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인큐베이터 중에서 제일 나를 피곤하게 만들 거라고 했었거든. 그랬어. 진짜 그랬어. 형님 말을 백퍼 공감합니다~~!!!



나랑 같이 방을 쓰는 룸메이트는 참 성격이 좋은 친구였는데, 결혼한 유부 클럽 동지더라구. 얼마나 반갑던지,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유대감이 절로 업업업 되더라구. 청년창업사관학교(안산)에는 인화관이라는 기숙사가 있어. 그리고 신식 기숙사도 있고. 탁구대랑 도서관이랑 헬스장도 있어. 매점이랑 식당도 있고, 잔디 운동장이랑 샤워실도 있어. 합숙 기간동안 내 눈에 들어온 이 모든 시설들에 완전 흥분했거든. 아...여기에 입교하고 싶다~~싶다~~싶다~~으~~으~~으!!!


그러나 우리 중에는 최종 관문인 대면평가를 통해 탈락자도 나올 것이고, 그 대상이 나 일 수도 있기에 마냥 기대와 희망에 부풀수는 없었지. 게다가...내 사업계획서를 컨설팅 해 주고, 수정할 점을 알려주는 담당 교수님이 계셨어. 처음에는 누군가 했는데,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전담교수라는 제도가 있어서 그 분들이 창업자와 함께 팀이 되어 생활하게 되었지. 쉽게 말해서 학교로 생각하면, 담임 쌤이라고 보면 이해가 쉬울거야.


그렇게 합숙기간 중 우리 반을 맡으신 교수님은 내 사업계획서를 보고, 한 숨을 쉬셨어.


"채 대표님 사업은 시간하고 돈이 좀 많이 들것 같은데..."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예! 그렇습니다."


"흠...시장조사도 신문기사 내용을 그대로 옮긴거네요"


"(매우 똘망하게) 예! 신문기사에서 마침 시장규모가 나와 있더라구요"


"아....채 대표님...아하...흠...어디서부터 말해야 하나...참..."


"(진짜 감이 없는 듯) 예! 뭐든 다 말해 주십시요."


"처음부터 하나 씩 고칠 것과 뺄 것, 더 보완할 것 좀 정리합시다. 채대표님 어때요?"


"(그제서야 눈치 채고)....아옙! 제것이 좀 엉망이죠?...부탁드립니다. 도와주십시요"


그리고...그 날, 밤 11시까지 강의실에서 사업계획서에 대한 교육과 체계, 넣어야 할 것과 시장조사 방법 등을 배웠다. 나를 비롯해서 우리 반은 남들 다 기숙사가고, 자유시간이라고 밖에 나가고 그랬는데, 강의실에서 사업계획서 수정하고, 보완하고 있었다. 몇몇 대표들은 그 점에 대해 불만도 있었고,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뒤에서 수근거렸지만, 나는 너무 고마웠다. 누군가 내 사업계획서를 뜯어 고쳐야 한다고, 이렇게 저렇게 해야한다고 조언해 주는게 얼마만인지, 감사했다. 혼자 있을 때는 누구 도움을 받을 수 없었기에 더 그랬나보다. 게다가 나는 절실했거든. 꼭 이 곳에 합격해서 입교하고 싶었거든. 



그 전담교수님은 지금도 내게 은인이여. 합숙 기간동안 우리 반 담당으로 오셔서 처음 만나 뵌 인연으로 2일을 꼬박 밤새서 사업계획서를 수정했어. 발표자료도 수정하고, 코피가 안나서 그렇지 이미 내 상상 속에서는 코피 철철 흘리고 있었지. 그렇게 준비하고, 멘토링을 받아서 대면평가를 받았는데....


합격!!!


너무 기뻤고, 감사했다. 세상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었지. 짧았지만 그 합숙 프로그램 덕분에 더 나은 사업계획서가 됬고, 대면평가 결과도 좋았던거야. 그리고 전담교수님 덕분에 몰랐던 나의 사업계획서 속 헛점들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됬지만, 그 교수님이 10개월 동안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함께하는 분과에서 만나게 되었다는거지. 



시작부터 사관학교란 말이 피부에 와닿게 살벌한 경쟁과 빡씬 교육과 밤낮이 없는 일정의 연속이었어. 사관학교라는 말을 더 실감나게 한 것은 입교 후에 더더욱 깨닫게 되는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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