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뷰티 연금술사 Dec 24. 2018

창업자의 일기(21)- 11월은 중요해

1년의 사이클을 되돌아보면, 매년 11월은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많은 달!

이건 꼭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있었던 11월을 뜻하지는 않아. 실제로 기업활동에 있어서 11월은 다른 달과 다르게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어. 그래서 이번에는 지난 시간 동안에서 느낀 11월에 대한 정리를 하고자 해.



2015년 11월 청창사에서 터닝포인트


 당시 11월은 기술보증기금에 1억 원을 보증받기 위해 서류 준비와 현장실사까지 받게 된 달이었어. 청창사를 졸업하게 되면 들어갈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뛰었지. 실질적으로 청창사에 있는 중에 투자 유치는 좀 쉽지 않아. 이제 막 시제품을 만들고 있는 창업자에게 투자해 주는 경우는 꽤 드물지. 그렇기에 해가 바뀌기 전에 보증을 통한 융자가 최선이라고 판단했어. 


 청창사 2차 평가가 있었어. 그래서 다들 평가 준비로 바빴지. 평가 직전 주에 스타트업 중국 연수단으로 선발되어 출국하게 되었지. 그동안 이것저것 되는 게 없었는데... 어째 저째 중국 연수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떠나게 되었지. 사실 걱정이 많았어. 왜냐면 중국 가서 돌아오는 주에 평가 발표가 있었거든. 스케줄이 참 잔인했지. 


 또한, 11월에 있던 마지막 공모전 2개가 있었는데 두 개다 결선(프레젠테이션 발표)에서 똑 떨어졌어. 아... 2015년의 마지막 순간까지 상복은 없더라고.

 

 게다가 우리의 첫 영업으로 거래했던 업체가 대금지급 직전에 기업회생신청절차를 밟는 바람에... 돈도 떼이고....ㅠ.,ㅠ(아.. 진짜 이건 참 속상하고, 멘붕이었던 일이었음)


 하지만 이때가 우리 회사의 터닝포인트였어. 11월 말에 기술보증기금에서 보증이 확정되고, 벤처기업 인증까지 받게 된 거야. 그리고 중국 연수를 통해 함께 방을 쓰게 된 형님이 있는데... 그분에게 정말 많은 걸 배웠어. 이런저런 정보부터 어떻게 앞으로 회사를 키워나가야 할지, 전략적인 부분과 노하우를 전수받았지. 그렇게 일정 내내 룸메이트인 형님에게 밀착 교육을 받으면서 생각이 많이 깨지더라고. 그러다 보니 사실 2차 평가는 별로 부담감이 없어지더라고. 어차피 평가는 시스템 속의 작은 이슈일 뿐이고, 중요한 건 내 사업이고 생존이라는 마음가짐에서 딱히 성적/평가에 고민하는 건 아니다 싶더라고.


 돌아와서, 정말 더 많은 사람을 만나러 다니고, 더 진중하게 공부하고, 더 깊이 사업계획에 대한 자기 성찰을 많이 했어. 이미 마음은 청창사 졸업 이후에 가있었지. 형님이 전해준 이야기 중에서 "11월"의 각별함에 대한 이야기가 나를 서두르게 하더라고.




2016년 11월 디지털 노매드 생활


 신논현역 5번 출구 쪽에 탐앤탐스 커피 2층에는 "스타트업 카페"라는 공간이 있었어. 그곳은 창업자들에게 무상으로 공간을 제공하고, 하루에 5000원어치의 음료를 제공하는 코워킹 스페이스였지.(지금은 사라짐)


 그곳이 우리의 본거지였어. 나와 9월에 합류한 신규 직원과 일하는 장소였고, 희망과 꿈에 부풀어 있을 때였어. 아... 그 사이에 꽤 상도 많이 받고, KDB 산업은행에서 운영하는 KDB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최종 결선에 올라가 있었거든. 그리고 강원도 춘천에 본사를 얻었지. 2015년에 세웠던 계획 이상으로 술술 잘 풀리고 승승장구하던 때야.


 거침없이 성장하고,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매일이 기대와 즐거움 가득했지. 그간 패배에 익숙했던 내게 2016년은 소소한 승리와 목표 달성에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우게 된 해였지. 그리고 이 1년 동안 개인적으로 엄청 압축성장을 했어. 이전의 나와는 달리 지식과 경험이 급팽창하던 시기야. 다른 창업자들을 통해 배우는 게 많았고, 조언자들과 팀원들이 속속 모여 쾌속질주라는 표현이 맞는 거 같아.

 



2017년 11월 고난의 행군


 자금이 똑 떨어져서 힘들었던 때야. 자금이 없을 때 느낄 수 있는 지옥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무서운 경험이었지. 사실 이 자금난은 어떻게 어떻게 진짜 간발의 차로 아슬아슬 외줄 타기처럼 극복해 갔어. 투자도 받고, 융자도 늘렸지만 참 가슴이 조마조마했지. 게다가 그 압박감은 잠을 못 자고 악몽도 꾸게 되더라고. 급격하게 흰머리가 늘어가고, 뱃살 팽창 속도가 감당하기 어려웠지. 2016년 11월은 즐거움과 희망 가득하게 느꼈다면, 2017년 11월은 최악의 스트레스와 두려움으로 조심조심 살 떨리는 긴장의 하루하루였어. 


 그리고 그중에서 한 가지를 깨닫게 되지. 끈기는 창업자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질, 열정은 일에 가속도를 주고 폭발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힘이라는 거... 하지만 이걸로는 못 채우는 다른 한 가지가 "절실함"이라는 힘이더라. 힘들 때 극복하는 힘은 바로 절실함이란 걸.  




2018년 11월 바쁘게 혹은 정신없게...


 미친 듯이 일했어. 이제는 익숙해져서 일상이 되어버린 회사 업무도 있고, 여전히 늘 생소한 일을 만들어가기도 해. 그리고 한 해동안 또 큰 변화들에 대응하면서, 위기와 기회 사이에서 달려왔어. 이제는 법인이란 게 여러 사람의 회사라는 걸 실감하고 있어. 공장과 사무실, 본사, 물류창고 등으로 확장되면서 정신없이 뒷감당하며 달리다 보니 11월이더라고. 




11월의 각별함에 대하여(왜 11월이 중요하냐고?)


 매년 12월은 거의 모든 은행과 기관들이 한 해 자금에 대한 출납을 클로징 하지. 정산하기 위해서야. 그러다 보니 그 해의 마지막 자금 확보 기회는 11월이야. 게다가 기관에 따라서 11월은 인사고과가 반영되는 때라 실적을 위해서 또는 예산계획 달성을 위해서 잔금 털기(?)와 같은 이유로 조금 자금융통의 허들이 일시적으로 낮아져.(다만 그만큼 기업의 입장에서는 재무제표에 부채비율이 확 올라가서 한 해를 마무리한다는 리스크도 있어) 


 매년 11월은 재무제표를 관리하기 최적의 시기야. 한해의 재무제표는 12월 말일 기준으로 결산되는데 이때 재무제표 관리를 잘해 놓지 않으면 다음 해에 발행되는 재무제표는 최소 3년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거든. 그렇기에 자본잠식이라던가 부채비율, 연구개발비 항목이랑 가수금 처리 등을 정리해야 하거든. 12월은 늦어. 진짜 일일이 살펴보고, 정리하기에는 11월이 최고야.


 11월은 마지막으로 공모전이 있어. 거의 11월 초에 끝나지. 혹시 상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11월까지 포기하지 마. 그리고 기관들이나 정부 쪽의 인증이나 상 추천이 거의 11월에 모여 있어. 그래야 12월에 무슨무슨 자리에서 언론들 모아놓고  그럴듯한 자리를, 구도를 만들거든.


 12월부터 1월까지는 냉혹한 겨울 시즌이야. 계절을 말하는 게 아니라 기업에게 겨울이라는 거야. 거의 모든 IR자리는 유종의 미를 거두는 모임들이라 기존에 어느 정도 성과를 낸 업체들에게는 좋겠지만, 이 때는 신규로 IR 자리가 나오지 않아. 다들 네트워킹/송년회 등이 가득하지. 그래서 융자/투자 모두 동결되는 추운 겨울이야. 1월에 모집공고 내고 실제로 신청받는 건 거의 2월부터야. 이솝우화의 [개미와 베짱이]처럼 11월 겨울이 다가오기 전에 운영자금을 비축해야 해.(물론 매년 1월 1일부터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창업자금 융자가 열리는데... 그건 온라인 신청 오픈되자마자 곧 신청 마감된다. 미리 사전 상담과 준비서류 준비하지 못해 놓으면 신청조차 안되고, 신청 역시 쉽지 않다. 게다가 경쟁률이 장난 아니고, 융자대상이 되어 최종적으로 자금을 받는 데까지 기껏 해 야 최종심사자 중 다섯에 한 명 꼴이다)


 11월은 기업들이 모두 결산을 준비하는 기간이라 업무를 최대한 마무리하려고 해. 그래서 업무적인 미팅 잡을 마지막 기회지. 특히 영업 말이야. 12월도 있다고? 12월은 송년이라고 개인별로 바쁘고, 회사 내부 회식도 많고, 여기저기 친목 모임도 많아서 업무 관련한 약속 잡기가 미안하지. 하긴 우리에게 그런 거 가릴 여유가 없긴 한대... 상대방 입장에선 그렇다고. 역으로 그래서 사적인 모임을 가장한 영업을 하기 수월한 달이 12월이기도 하지. 하지만 뭔가 결정 내려지거나 하는 일은 없다는 거. 12월, 1월은 일단 어떤 일에 있어서 상대방의 결정/결과를 기대하지 마.




 모든 달이 의미를 가지고 있고, 매일이 중요하겠지만 유독 11월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어.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폐업하는 때가 바로 11월, 12월, 1월, 2월이거든. 그 시작점이라서 그래.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는 달들이고, 좀 손절이 빠른 사람은 12월에 폐업하는데, 끝까지 존버 하면서 버티다가 2월에 결국 포기하는 곳들도 있어. 그래서 백번 양보해서 11월이 위기를 벗어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참고로... 이 글을 쓸 때가... 10월 말이었고, 11월 되기 전에 보여주고 싶었어. 위에 적었듯이... 11월이 미친 듯이 정신없이 살다 보니 훌쩍 넘어가버렸어. 타이밍이 늦어서 미안해. 조금이라도 제때 도움이 되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글이 되어버려서 아쉽네. )

 

매거진의 이전글 창업자의 일기(20)-우직한 소처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