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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Jan 29. 2019

창업자의 일기(22)- 한 해가 저물어갈 때...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벌써 한 해가 끝나버렸다.

이번에는 조금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의 12월을 이야기 할께.




청창사에서 졸업이 다가오는 시점이 되면, 슬슬 지원금 잔액에 대한 압박이 시작되지. 초반에 꾸준히 지출이 있었던 분들과는 달리 시즌 후반에 지급이 밀려있는 경우는 피 말리는 시기인 거야. 사실 시제품이나 베타 서비스에 대한 충분한 A/S가 진행되지 않은 경우에 잔금을 치르기 껄끄럽잖아. 우리 입장에서는 제대로 만들고 최대한 수정할 것 다 수정하고 픈 마음인데...청창사에서는 정해진 시간 내에 지급이 완료되길 바라다보니 서둘러서 종료하려고 재촉을 더하지. 그래서 완성도가 더 떨어지는 경우가 생겨.


물론 정부지원금의 특성상 정해진 기간 내에 지출을 완료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이왕이면 조금은 유연하게 지급 마감시간을 늘려주면 좋겠어. 물론 사정을 이야기하고 증빙을 첨부하면 1~2주는 더 기다려주긴 하는데 그걸로는 시간이 촉박함을 느꼈거든.


외주의뢰업체들도 이러한 상황을 잘 아는지 이 시점이 되면 슬슬 배 째라는 식으로 시간을 끌곤 해. 그래서 진짜 이런 업체들의 블랙리스트가 있었으면 좋겠어. 안 좋은 업체는 먼저 거르고 시작하는 게 더 효과적이니까.


연말이 되면서 우리 동기 창업자들은 거의 외부에서 지내게 되었지. 업체에 가서 땡깡부리기도하고, 사정사정하면서 기한을 준수해 달라고 애걸복걸하거든. 그러다 지출증빙 서류 만들기 위해 밤이면 청창사 사무실에 집결하고 기나긴 밤을 키보드 두드리며 보내곤 해.


게다가 외주용역의 경우, 청창사의 지급은 잔금 100%인 경우가 많아서 큰돈이 완성 직전까지 묶여있어. 그러니 더욱 초조한 건 업체도, 창업자도 마찬가지지. 사실 청창사를 졸업하고 나면 한 동안 추가적으로 돈을 지출해가며 수정, 보완하는 건 엄두를 못 내니까 사활을 걸고 매달리지. 진짜 심장이 쫄깃해진다고.





어릴 적 기억나던 12월은 여기저기 거리마다 캐롤이 들리고, 녹색/빨강색 트리와 조명이 세상 가득했었지. 뭐 카세트 테잎 시절에나 그랬지 IMF를 거치면서 크리스마스의 훈훈냈던 풍경은 서서히 잊혀졌지. 적어도 내 기억에는 그 전까지의 12월의 체취가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어.


학창시절이나 직장인일 때도 딱히 12월이 특별하진 않았어.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그럴 여유도 없었지만 내가 약간 그런 특별한 시즌/기념일에 참 무던한 사람이거든. 계절의 변화라던가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아. 

 

그래서인지 더더욱 크리스마스라고, 송년회라고 하는 소리는 다 귀에 들어오지 않더라. 지금 당장 일을 마무리하는 게 지상 최대의 숙제다 보니 시간을 쪼개서라도 전력질주를 할 수밖에 없거든. 돌이켜보면, 누구나 중간중간에 더 잘 관리하면 되지 않냐는 말에 수긍을 하겠지만 막상 그 당사자가 돼보면 그리 쉬운 일이 아냐. 우리도 절대로 놀거나 여유롭게 생활하지 않았거든. 매일이 치열했는데... 더더욱 12월은 재무제표도 신경 쓰랴, 나갈 때 상주할 사무 공간 찾아다니랴, 지출하랴 정신이 없다고.


혹시나 청창사에 입교하는 분들 있다면, 이 글을 읽고 더 빡씨게 각오 다지고 시작하라는 뜻에서 오늘 글을 남겼어. 하긴... 그래도 결론적으로 지나고 나니깐 그때마저도 즐겁고 행복한 기억으로 바뀌어져 있더라. 그땐 진짜 미치는 줄 알았는데 말이야.



연말이 되면 하나둘씩 사람들이 사라져.

2월에 졸업을 하게 되는데... 이미 그전에 나갈 준비를 다 끝내거나 새로운 보금자리로 떠나거든.

마치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처럼 사전에 준비를 해놓은 회사들은 즐거운 연말이 되지만, 바로 앞에 일에 급급했던 회사에게는 2016년을 준비할 여력이 없어.


참고로 매년 연말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다음 해 연초에 힘들어지는 게 몇 가지 있어.


내년 사업계획, 자금조달 계획, 한해 결산!

이 세 가지는 꼭 마무리하길 바래. 모든 회사가 그렇듯 연초부터 폭풍 업무가 시작되거든. 그때 준비하려면 늦어. 



그럼 다음에는 울 회사가 버서커 모드/크레이지 모드로 보냈던 2016년부터 이야기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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