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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Feb 12. 2019

인큐베이팅/엑셀러레이팅 후에...

키워주고,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자립하겠습니다.

 오냐오냐 보살핌을 받는 아이는 마마보이가 세상 밖에서는 찐따가 되어버렸다. 
응석받이 창업자는 정작 필드에서 유리멘탈로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자주 접한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에 대한 성장 과정이 세월을 거쳐 시스템에 맞추어져 정형화되어가면서 소위 "창업 코스", "창업 테크트리"라는 단어가 생겨났어.


 정부에서 창업이 늘어나도록 유도하다 보니 그에 맞는 지원시스템과 성장 과정에 따른 자금 유치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여러 민간, 은행, 투자자들과 연계하게 되었고, 그러한 환경에 순응하며 길을 따라가다 보니까 매뉴얼처럼 만들어진 경험의 산물이랄까?


 처음에는 자기 자본이 적은 상태에서 정부 지원을 받고, 공모전에서 수상하고, R&D를 하고, 후속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성장하는 다양한 루트들이 공식처럼 알려지면서 마치 토익 시험 점수를 잘 받으려면 영어를 말하고, 듣고, 쓰고, 이해해서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이 문제는 "형용사", 저 문제는 "명사", 여기는 "현재분사"가 답일 확률 80% 라는 식의 속성 풀잇법 같은 느낌이 든다.


 좋은 점수를 받고, 잘 성장할 수 있다면 그것도 그 나름대로 나쁘지 않아. 토익 점수가 없는 사람보다는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성적표를 활용한 더 많은 기회를 접하게 되는 게 현실이니까. 아무것도 없고, 도전할 기회조차 없던 상황에서 이런저런 레퍼런스도 생기고, 그걸 기반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으려나. 그리고 에둘러 가는 길보다 지름길로 갈 수 있는데 굳이 돌아갈 이유는 없지 않은가. 누군가 키워주고, 보살펴 주겠다고 손을 내밀었을 때, 그럴 필요 없다고 손사래 치고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아이가 얼마나 될까? 그런 면에서 인큐베이팅이라는 시스템에 들어간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해.




 문제는 그 이후야. 공모전이든, 정부지원이든, R&D든 뭐든 간에 매뉴얼 안에서, 시스템 안에서 기준을 충족하고 조금만 두각을 나타내면 따라갈 수 있어. 성실하고, 꾸준하면 어느 정도 그 틀 안에서는 무난하게 지나갈 수 있어. 그다음에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인큐베이팅(보육)이라는 과정을 끝내고 나오면 막상 할 줄 아는 게 없더라. 나도 그랬거든. 이론과 현실 사이의 간격은 많이 배웠다고, 똑똑하다고 채워지지 않아. 어미새가 먹이를 잡아주던 시절이 끝나면, 스스로 먹이를 찾아 먹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 하면서 굶주리고, 서서히 말라가지. 그래서 엑셀러레이팅이라는 또 하나의 보육이 생겨났지(저 멀리 미쿡 실리콘밸리에서 넘어온 개념). 


 인큐베이팅이나 엑셀러레이팅이나 뭐 조금 성격이 다르고, 주체가 다르다는 것 빼면 그게 그거야. 연장선이랄까? 물론 엑셀러레이팅은 실질적인 자금 유치와 인프라를 제공한다고 하는데 요즘 그 경계가 꽤 모호해졌어. 


 지금 당장은 아니라고 안도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너도 필드에 홀로 서게 될 거야. 진짜는 바로 이때부터야. 여러 공모전/인큐베이팅/엑셀러레이팅을 다 거쳐서 밖으로 나오니까 다른 풍경이 보이더라고. 이전보다 훨씬 많은 빈도로 거절을 경험하게 되지. 단지 어디에 지원했다가 떨어졌어, 어디에서 발표를 했는데 지적받았어라는 수준이 아냐. 특히 영업을 다니면서 다양한 형태의 거절을 경험하게 되지. 정중하기도 하고, 애매모호하기도 하고, 때로는 매몰차기도 하고...


 이전보다 많은 실패를 하게 될 거야. 그제야 울타리 밖에 나온 걸 실감하게 되지. 그때는 후회하고 원망하는 부류가 나타나. 세상 탓, 나라 탓, 제도 탓으로 돌리며 화풀이 대상을 찾으려 하지. 이봐. 그러니까 창업하기 전에 심사숙고하랬지? 어정쩡하게 할 거면 시작을 하지 말랬잖아. 

 그 반면에 필드에서 고군분투하며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데 매진하는 부류가 있어. 그동안 쌓은 레퍼런스와 인맥, 인프라를 총동원하고, 거절에 익숙해지면서 아이언 마인드, 다이아몬드 멘탈로 진화해 가는 사람들이 있어. 지금 우리 사업 챙기기도 바빠. 




 한 대표가 술자리에서 자신을 지원해 주었던 기관에 대한 불평불만을 쏟아내더라고. 그분의 모습을 보면서 나이고하를 떠나서 한심해 보였어. 지금 힘들고 어려움의 원인을 누구의 탓으로 돌리려는 건 정말 볼썽사나운 꼴이야. "니가 사업이 망한 사람 심정을 알고 하는 소리야? 얼마나 속이 상하면 그러겠어!"라고 질책한다면 "그거랑 뭔 상관?"이라고 단호하게 쏘아붙여줄게. 


 우리는 감정으로 사업하는 건 아니잖아. 친구사이, 친목질 하는 사이라면 같이 욕해주고, 같이 손가락질하는 척을 해 줄 수도 있지만, 내가 왜 그래야 하지?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과 어떻게 오래 함께 할 수 있을까. 원한은 잊을 수 있어도 은혜는 잊으면 안 되지.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래 함께 갈 사람들과 살아가야 해. 


  네가 어디선가 도움을 받았다면 감사할 줄 알아야 해. 그리고 그 도움이 헛되지 않도록 그걸 기반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발판으로 삼아야지. 인큐베이팅/엑셀러레이팅이 끝나도 끝난 게 아냐. 네가 손을 뻗어 도와달라고 하면 언제든지 그들을 활용할 수 있고, 더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해. 프로그램이 끝났다고 인연이 끊기거나 관계가 단절된다는 건 네가 아직 정신을 못 차렸거나 배가 덜 고프다는 뜻이야.




 인연을 맺는 게 영업이라면, 

 그 인연을 좋은 인연으로 만드는 게 관리고, 

 좋은 인연을 아름다운 인연으로 만드는 게 경영이라고 했어.


 이번 주 시작하고 3일째인 수요일인데 벌써 6번의 제안 거절/미팅 거절이 있었어. 그리고 2곳의 관심과 담당자 메일을 얻어 냈지. 그리고 지인들이 여기저기 백방으로 수소문해주고 있고, 하나둘씩 연락이 와. 여전히 좌충우돌하면서 상처도 입고, 깨지고, 아파하기도 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작은 회사지만 처음 필드에 뚝 떨어졌을 때의 기록을 돌아보면 그래도 제대로 가고 있다고 느껴.


 이 글을 보면, 내가 이제 막 무슨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하나 끝내면서 하는 소감처럼 들리겠지만... 이미 2년 전에 다 졸업하고 필드에서 요런 저런 사건사고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 여전히 나에겐 감사한 분들과 여전히 도움을 주고 있는 분들, 지켜 봐주시는 분들이 계셔. 슬프거나 기쁠 때, 전화 걸어서 만날 수 있는 인연으로 단단해졌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위대한 기업이 되겠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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