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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May 24. 2019

채사장의 일기(2)-거기 누구 없소?

춘천으로 본진을 옮긴 채사장은 인재를 찾기 시작하는데...

강원대학교 한빛관이라는 건물 2층에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있고, 그 한 켠에는 창업자들을 위한 공간이 있어. 사무공간인데 진짜 인테리어가 아기자기하고, 색상도 이쁘고, 참 좋더라구.


게다가 누울 수 있는 푹신한 간이 소파랑 개별 사물함, 커피머신까지... 쾌적했어.

입주기간은 6개월이고 최대 1년까지 연장 가능하기에 어찌 보면 짧은 기간이지만, 우리에겐 공간에 대한 시간을 일단 벌었으니까 그 사이에 다른 보금자리를 찾아볼 수 있었지(그렇게 찾아다닌 다음 보금자리는 전혀 멀지 않은 강원대학교 보듬관이었다. 옆 건물이고 학교 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가성비 갑이며, 여러 지원을 해주는 최상의 장소... 그리고 우리의 본사는 11층에서 시작되었다. 참고로 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정되어야 들어갈 수 있다.)




우리의 본진(본사)은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2층) 내에 i-square라는 공간이었고, 그중 스튜디오 8이라는 방이었어. 나보다 먼저 입주한 대표님이 귀띔해주길, '스튜디오 8은 명당이에요. 그 방에 있던 회사들이 잘 돼서 나가더라니까요'. 뭐 풍수지리나 포텐으로 운이 터지는 자리 같은 걸 신경 쓰지는 않는 주의지만 이런 지나가는 말조차 믿고 싶은 마음으로 입주했지.


사실 2016년 ~ 2017년은 우리 회사에 좋은 일이 폭풍처럼 몰아쳤던 때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리운에 대하여 동의하기는 힘들어. 객관적으로 자리운이라기보단 동료들의 열심히 가장 치열하게 뿜 뿜 했던 때라서 사람운 덕분이라고 해 둘께(나중에 알고 보니 명당이라고 말해줬던 대표가 지정한 곳이 스튜디오 8이 아니라 스튜디오 6이었다더라. 착각했대. ㅎㅎㅎ).


 


본사를 이 전하고 나서 마주한 문제는 바로 인사였어. 

우리 회사의 초기 창업 멤버는 4명이었고, 그중에 나 홀로 먼저 선발대로 1인 창업을 했었거든. 그러고 나서 다른 한 명이 2015년에 본격적으로 합류를 했는데 우리 회사를 위해 전략적으로 해외로 나가야 했고, 다른 2명은 중국에서 복귀하면서 받은 데미지로 심한 내상을 복구하기에 전력을 다했기에 당장 합류하기가 어려웠지.



처음 강원도 춘천에 본사를 구할 때, 입주심사 자리에서 평가위원이 물었어.


"입주하게 된다면 몇 인실이 필요한가요?"


"6인실이 적당할 것 같습니다."(가장 넓은 방)


"아니, 혼자 오셔서 그렇게 인원이 늘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


"이곳에 있는 동안 저를 포함해서 6명이 다 채워질 거라 믿어요. 그래서 가장 큰 방을 원합니다."


"그게 쉽지 않을 건데..."


이 때는 왜 그렇게 걱정하는지 이해를 못 했었는데... 곧 현실을 알 수 있었어. 춘천에서 스타트업이 채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강원도에서는 신규채용을 한다고 하면 지자체와 정부에서 신규직원에 대하여 이것저것 많은 지원을 해 주려하지만 그럼에도 일단 스타트업이라는 불안정한 고용시장은 외면받더라. 지역인재는 더 나은 직장과 환경을 찾아 서울로, 판교로 이동하고... 그나마 핏(Fit)이 맞을 것 같던 청년들은 본인들이 원하는 회사 채용공고가 뜰 때까지 잠시 거쳐 갈 브릿지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도로 잠시 취업하길 원했어.


뭐 그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냐. 더 좋은 회사, 더 나은 삶을 위해 구직자 입장에서 더 괜찮은 회사를 찾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이 판단이니까. 주변 스타트업 대표들이 다들 한 숨 쉬면서 사람 찾기가 젤 어렵다고 토로했지. 그러다 보면 결국은 다시 서울로, 판교로 턴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다더군.


그리고 또 하나는 제조업이라는 업종은 젊은 구직자들이 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기도 해. 스타트업이라면 다들 자유로운 분위기, 이쁜 인테리어에 편한 소파와 젊은 감성이 녹아든 사무공간을 떠올리는데 제조업이라는 단어 하나가 경직되고, 힘든 근무환경을 떠올리게 하나 봐(실제로 면접 때, 지원자에게 들은 질문 중 제조업인데 공장에서 근무하게 되는 건지 묻기도 하더라고. 이땐 공장조차 없었는데 지레짐작 먼저 걱정하더라.)



여러 고충들을 들어보면서, 인재영입에 대한 나름 전략을 짤 필요가 있더군. 그냥 채용공고 떡하니 올리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뻔한 결과 예측에 무턱대고 사람을 뽑을 수 없잖아. 뭐 결과는 뻔하게 사람이 안 올 거고.


그래서 부산까지 내려가서 창업 멤버를 전원 소환! 

이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아보기로 했어. 일단 탕수육에 짬뽕, 그리고 중국에서 철수할 때, 선물 받아서 아껴놓았던 쉬펀주(西風酒)를 까서 이런저런 릴레이 회의가 시작되었지.


먼저 9월 중에 공채를 시작하기로 결정을 봤어.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원격으로 서포트받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 판단되었거든. 그리고 우리 멤버 중 1인은 춘천으로 올라와 상주하기로 했지. 아무래도 내가 상주해서 일처리 하기엔 집과 거리가 너무 멀기도 했고, 누군가는 춘천 본사를 책임지고 이끌어야 안정적으로 인력관리가 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여러 가지 인재영입을 위한 매력적인 시스템이 필요했어.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갑론을박하며 치열하게 토론했지. 스타트업이 줄 수 있는 건 한정적이기에 많은 구직자들이 스타트업을 꺼리는 세 가지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대안을 만들자고, 실천방안을 세우자는 목적으로 회의를 시작했어. (첫 공채로 입사한 직원들부터 지금까지도 어기지 않고 이 규칙을 적용해 왔어)



1) 낮은 연봉과 복지

우리는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어.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급여는 한계가 있어. 그래서 허풍으로 많이 줄 수 있다고 불러서 정작 계약할 때, 현실을 말하며 연봉을 깎는 건 시작부터 신뢰를 잃는 행동이라고 판단했거든. 그래서 우리는 공고를 낼 때부터 실급여를 공개하였어. 이건 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결정이야. 하지만 구직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그에 맞는 구직자가 찾아오게 되거든. 


복지의 문제도 돈과 연결이 되지. 중소기업의 복지는 '전자레인지 있음/냉장고 있음'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어. 우리는 그런 것이 구직자에게 실제적인 복지와 거리가 멀다는 점을 인식했고, 그래서 우리의 복지는 '개인의 성장'이라고 정의 내렸지.


외부교육을 적극 장려하고, 비용이 소요되더라도 지원할 것!

많은 스타트업들이 직원들을 일일이 챙기면서 교육하기에는 벅차. 내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은 회의를 진행하는 경우도 허다하지. 외부교육은 무료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면 보내질 않아. 하지만 우리는 개인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이 될 것이라고 믿어. 특히 초기 스타트업은 확실하게 개인과 회사의 성장이 정비례해서 성장해. 좀 규모가 커지면서는 서서히 안 맞아가지만 말이야.


또 다른 실제적인 복지는 "지원제도 적극 활용"이야. 고용노동부와 지자체에서는 복지수당을 회사에 지급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어. 그 지원을 통해 직원들의 지속적인 고용환경 개선을 시키지. 청년 내일 채움 공제라던가 내일 채움 공제라는 지원 프로그램은 중소기업과 정부 그리고 신규 입사자가 함께 적금처럼 돈을 불리는 제도가 있어(이건 직접 찾아봐. 꽤 유용하기도하고, 꽤 부담스럽기도 하거든. 프로그램 자체에  몇 가지 제약조건도 있고, 서류 작업도 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꺼려질 요소들이 분명히 있지만 직원 입장에서 필요한 제도야. 꼭 하라고는 강요하지 않아. 그러니 선택은 너의 몫! )  




2) 과도한 업무와 잦은 야근

현실적으로 스타트업에서 야근과 밤샘근무, 주말근무는 뗄 수 없는 레퍼토리야. 그렇기에 스타트업 직원이 느끼는 낮은 연봉에 고강도 업무라는 등식이 생겨나는 거지. 우리는 속도전으로 회사를 키워가는 것이 그러한 원인이라고 보았고, 조금은 느리게 성장하더라도 정시퇴근을 지켜주자라는 것과 야근을 없애자라는 점에 동의했지. 


채용공고에서부터 우리는 야근이 없고, 주말 근무 없다는 점을 내세웠어. 실제로 지금까지도 이 약속은 지켜왔고 어쩔 수 없이 전시회 후에 뒷정리로 좀 더 늦게까지 일하는 예외의 상황이나 해외출장이 생겨버리면 다음 날에 오후 근무라던가 대체휴일을 주기도 해. 최고의 복지는 "시간"이라는 철학이 있거든. 대기업처럼 많은 연봉을 줄 수 없지만 대기업처럼 시간의 노예가 되도록 하면 안 되겠다고 판단했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냐고? 이건 경영진이 많은 희생을 해야 하는 부분이야. 직원들은 다 퇴근시키고, 경영진은 늘 남아서 일하는 문화를 만들었거든. 우리 회사의 자랑은 직원들의 급여보다 경영진의 급여가 더 적은 것과 직원들이 퇴근하면 경영진은 제2의 출근을 하는 거야. 경영진이 늦게까지 일하면 눈치 보여서 직원들이 퇴근 안 할 것 같지? 처음에는 이런 문화가 어색해서 어쩔 줄 몰라하더라고. 그런데 등 떠밀면서 퇴근시키길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굳이 등 떠밀지 않아도 정시퇴근/무야근 문화가 정착되지.




3) 스타트업의 불안정성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 스타트업이 많아. 브런치나 네이버, 구글을 통해 내가 구독하고, 즐겨찾기 하고, 자주 들락거리던 블로그, 포스팅들이 삭제되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때로는 비공개로 전환되기도 하지.


한때는 꾸준하게, 열정적으로 기록을 남기며 '우리 살아있어요~', '지금 이렇게 지내고 있답니다'라고 피드백을 남겨주던 창업자들이 어느 순간 뜸해지거나 종적을 감추기도 하지. 나와 인연이 닿았음에도 굳이 찾아다니지 않는 건 우리 업무에 더 집중해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당분간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고, 홀로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단 걸 알기 때문이야. 창업자들이라고 폐업을 목표로 사업을 했겠어? 하지만 현실에서 여러 가지 요인으로 예측 못한 상황에 놓이고, 어쩔 수 없는 결정을 내리기도 해. 대표조차도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데, 직원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겠지.


게다가 [스타트업 입사는 곧 커리어 파괴]라는 공식이 있어. 괜히 스타트업 들어갔다가 1년 이내에 그만두고 어디에 경력이라고 내세울 수 없기에 공백의 시간이 되어버렸다는 사연들이 생각 외로 많아. 회사가 망했거나 직원이 그만두었거나 어쨌든 간에 그런 형태의 직장에서 시간 쏟기보다는 차라리 노량진으로 간다는 게 더 현실적인 판단 일 수 있어.


우리는 최소한 1년 이상을 약속할 수 있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엥? 좀 전에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다면서 무슨 1년을 보장한다는 거야? 공수표, 허언증으로 들릴 수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그런 약속을 남발하고, 지켜왔어. 오히려 모든 직원이 2년 ~ 3년을 넘겼지. 1년 이내에 그만둔 직원이 없다는 건 그만큼 경영진으로써 헛소리가 아니라 진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해 왔다는 거야.


이런 약속을 하기 위해서는 자금 확보 계획이 일단 확실해야 해. 지금 당장 돈은 부족해도, 현실적이고 이룰 수 있는, 가까운 미래에 이루어질 충분한 개연성과 논리/합리적인 자금 조달 계획과 실행능력을 갖추어야 해.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 내부에서 끌어올 수 있는 자금이 얼마인가도 확실하게 짚어야 해. 그게 대출이 되든, 전세금을 빼든, 보험을 해약하든 간에 폐업 직전에 어디까지 수습할 수 있는지를 기반으로 전략을 수립해.


두 번째로, 회사가 정말 힘들 때가 오기 3개월 전에는 미리 말해 줄 것을 확약해 줘! 자금이 동나고, 돈 나올 구멍이 한 곳도 없고, 남은 게 없이 확정적으로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 오기 3개월 전에는 대표가 직접 직원들에게 알려줘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어. 직원에게도 다가올 충격에 대비할 준비를 할 시간과 마음 정리할 기회를 주어야 하지. 스타트업 대표들이 인력 관리 측면에서 서툰 게 많은데 특히 이런 부분에 주의해야 해. 하루아침에 '우리 망했어요!', '알아서 살길 찾으세요' 말하는 건 정말 직원에 대한 예의가 없는 거야. 이 상황이 발생하기 전까지 경영진이 징후를 알지 못했을까? 경고음은 계속 울리고 있었어. 애써 외면했거나, 간과했거나, 진짜 무능해서 몰랐거나...


스타트업의 경영진 또는 HR을 담당하는 분이라면 이 말을 꼭 기억하길 바라.

"사람을 뽑을 때의 예의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나갈 때의 예의는 더 중요하다."



그렇게 우리는 HR에 대한 철학과 인재 채용 관련한 내규를 만들었어.

이제 막 신규직원 뽑는데 뭔 그리 호들갑이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사람이 절실하고, 중요하니깐.

막무가내로 하다간 사람 때문에 망할 수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그런 리스크는 줄여야지.




우리는 강원도 춘천에서 약속했던 6인실에 나를 포함한 6인의 직원이 모였고, 당당하게 보다 넓은 사무실로 옮기게 되었지. 사람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연구장비들까지 늘어나면서 좁은 사무공간에서 확장할 필요가 있었거든. 그럼에도 지방이라는 한계 때문에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았어. 


서울/경기 등의 수도권에서는 그 나름대로의 불편함과 편의성이 있듯이 지방도 마찬가지야. 그러니 꼼꼼하고, 면밀하게 검토해서 우리에게 무엇이 더 중요하고, 어떤 가치, 어떤 이득이 있는지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라. 스타트업이 꼭 서울이나 판교에 있을 필요는 없기에 회사가 지방으로 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더 멀리 인재영입까지 바라보았을 때는 저울질할 필요가 있어. 단순직이 아닌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할 인재의 역량이 사업에 미치는 비중이 크다면 인력 수급이 수월한 곳으로 잡는 것이 더 나을 거야. 즉흥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이런저런 고민을 해보라구.


그럼 오늘은 이만~~~ 빠이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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