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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Apr 29. 2019

채사장의 일기(1)-공간문제

공간을 지배하는 자~! 하지만 안정적인 공간을 얻는 건 호락호락하지 않아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사무공간에 대한 걱정이 제일 컸어.

그럴 수록 더 오기가 생기고, 더 절실해지니까 미친듯이 활동했지.

생존을 위해 미친 거라고. 무지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미쳐야 했다고.


경기도와 서울을 비롯해서 강원도까지 싹 훑었어. 특히 BI 센터에 지원서는 무지하게 많이 보냈고, 발표하고 떨어지고를 반복했지(뭐 이건 지난 시즌에서 잠시 언급했던 이야기니...)


BI 센터는 주로 대학교 내에 위치하고 있어서 구내식당이라던가 대학교 편의시설을 이용하기에 편하지. 게다가 임대료와 관리비도 나름 주변에 비해서 저렴한 편이야.

또 하나의 팁을 주자면, BI 센터에서 경영활동이 우수한 기업에게는 인센티브가 지급되는데 특허 비용 지원이라던가 전시회 참가에 따른 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인센티브를 기대할 수 있어. 

게다가 대학교와 산학협동을 하기 쉬워서 교수님들과 기술개발이나 연구에 지원받을 수 있어.


단점이라면... 서울 내에서는 그래도 좀 부담스러운 공간 임대비와 주기적으로 학교에 기부금 형태의 돈이나 지분을 내야 한다는 점이야.


특히 지분에 대한 점은 좀 민감하거든. 지금 당장 3 ~ 5%가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성장하고 기업 가치가 쑥 올라갈 것을 기대하고 있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그 지분 가치는 꽤 큰 편이거든. 


하긴... 그게 잘 나갈 때 이야기지 정작 지분 가치라는 게 생기기도 전에 아스러지는 회사가 많으니 선택은 대표의 몫이랄까.




코워킹 스페이스가 막 붐이 일기 시작했었지. 

뭐 지금도 위워크패스트 파이브, 한화 드림플러스와 같은 대형 코워킹 스페이스를 비롯해서 중소형 코워킹 스페이스들이 군웅할거하는 시대 긴하지.


코워킹 스페이스는 일단 따로 책상이나 의자 같은 걸 구비할 필요도 없고 보증금 거치라던가 그 외 비품들에 대한 구비에서 한 시름 덜 수 있어. 그리고 좀 괜찮은 곳은 엑셀러레이팅도 해주고, 밋업이라던가 네트워킹이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점에서 장점이지.

단점은... 그래도 비싸다는 거랑... 공간이 좁다는 건데 뭐 여윳돈이 좀 있으면 넓게 쓰면 되는 거고.(하지만 우리는 늘 헝그리 했으니 패스)


무상으로 쓸 수 있는 공간들이 있어. 

서울창업허브에는 오픈형 공간이지만 꽤 시설이 괜찮은 무료 사무공간이 있지. 

그 외에 청춘공간, 각 구청 지원 창업공간이 있어.


또한, 당시에는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6개월 또는 1년 단위의 무상 공간 지원이 있었어(지금도 있음).

물론 신청하고 심사받고 써야 하지만 말이야.



그러나 신청한 게 몽땅 다 떨어지고, 결국은 카페와 도서관을 전전했어. 다른 멋진 디지털노마드 족과는 달리, 나는 선택의 기회가 없이 방황하는 디지털 방랑자가 되어 돌아다녔지. 


특히 일산에 도서관들은 진짜 아침부터 문 닫을 때까지 쭈욱 일하는데 최고였어. 도서관 식당 이용하고, 가끔 책도 읽고, 근처 공원 나가서 햇빛 좀 쐬고...


그러다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게 되었어. 2등으로!!!!

당시 상금이 크지는 않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그곳 공간에 입주할 때, 가점사항이 된다는 거였지. 

물론 입주신청받는 기간까지는 기다려야 하지만 말이야.


그러나 그 기회가 우리 회사가 춘천 입성을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지. 

공간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금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던 도약의 기회가 되어주었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길 거야. 

"서울", "경기도", "강원도"를 알아봤는지에 대한 이유 말이야.


사실 화장품, 뷰티 스타트업에게는 제주도가 확 뜨고 있었어. 그리고 주로 큰 화장품 회사들은 주로 충북에 있고, 화장품 연구 개발하기 좋은 인프라는 충남에 있지. 전국에서 세 번째로 화장품 업체가 많다는 인천도 있고. 솔직히 제주도에서 러브콜도 있었어. 


왠지 스타트업이라면 판교로 가야 할 것 같은 유행이 있었고, 수원에서는 경기대학교와 창업 인프라, 지원을 내세워서 많은 스타트업들을 유치하고 있던 때지. 




서울을 원했던 점은 바이어, 투자자, 네트워킹의 용이성 때문이었어. 현실 그대로를 말하자면, 아직 지방의 인프라보다는 여전히 서울이 이러한 활동에 유리한 건 사실이야. 이건 뭐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거야.


넓은 경기도 중에서 우리가 원했던 지역은 일산/김포였는데 이건 지극히 내가 활동하는 영역이 이쪽이라 그랬어. 근데 동국대학교(병원 쪽)를 제외하고는 당시 딱히 갈 곳이 없더라고. 그나마 서울 내에 홍대/신촌 근처를 봤는데... 일단 비싸. 그리고 뭐... 내가 그쪽 인싸가 아니라서... 뭐...서울 내에 몇몇 대학에 연을 닿아보려 했는데....그렇게 느껴지는 장벽이 있더라고(자세하게 설명을 안해도 누구에게는 학교 출신이라는 메리트가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게 장벽이 된다는걸) 




사실 춘천에 공을 많이 들였어.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한림대학교, 강원대학교 산학협력단 등 춘천에 있는 모든 공간에 지원서를 넣었었고 도전했어. 


은근 춘천에 화장품 회사들이 있다는 점, 화장품 원료를 지역에서 공급하기에 수월하다는 점, 서울/경기도에 비해 운영비용 절감이 크다는 점, 서울하고 거리가 1시간 반이면 이동 가능하다는 점, 제조업이다 보니 공장까지 고려했을 때, 시설/임차비용에서 메리트가 있다는 점, 서울이나 경기도와 규모면에서는 지원이 적지만 화장품 회사로써 생산시설 사용이라던가 원료 개발 등에 대한 딱 맞는 지원 프로그램들이 있다는 점에서 꼭 진입하고 싶었지. 




내가 춘천으로 본사를 옮긴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우리가 사업이 잘 안돼서 가는 줄 알더라고. 이래서 선입견은 무서운 거야. 


우리는 희망을 봤고, 가능성을 보았기에 요모조모 따져서 나름 전략적으로 본사 이전을 하는 건데... 그때는... 마치 in 서울 아니면 in 판교가 잘 나가는 스타트업이고, 지방으로 가면 아싸가 되는 스타트업이라는 인식이 있었어.


그래도 꿋꿋하게 춘천에 둥지를 틀게 되었지. 

한 동안 방황을 정리하고 사무실을 배정받았을 때, 너무나 기뻤어. 

이삿짐을 옮기고 나오는 길에 먹은 막국수는 솔직히 맛은 없는 집이었지만 그래도 내게는 달게 느껴졌어.


우리는 그렇게 춘천에서 역사를 만들어갈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어.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공간이 해결되고 나니까 

사람에 대한 문제가 떠오르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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