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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Apr 22. 2019

시즌2: 채사장의 일기(프롤로그)

인큐베이팅을 끝낸 후, 제품 출시와 공장설립까지의 이야기

리마인드 하자면, 이전까지의 일기는 창업하게 된 이야기부터 청년창업사관학교 졸업하기까지의 이야기였어.


그리고 앞으로 남길 스토리와 사건들은 필드로 뚝 떨어져 버린 후, 생존을 위해 달려온 기록들이야.


뭐 지금도 그 연장선상에 있지 말이야. 사실 이제부터의 기록들은 기억에 의존하는 부분이 커. 당시 메모들과 다이어리에는 사업과 미팅, 기획 관련한 내용들만 있고 일상에 대한 기록은 매우 적더라고. 


그만큼 쫓기며 살다 보니 일에만 급급해서 나를 돌아보거나 자성하고 복기할 여력이 없었지.


그래서 글이 늦어지거나 굉장히 시간 간격이 클 수도 있어. 

게다가 곧 우리의 두 번째 회심작을 런칭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 바쁘기도 하고... 


그간의 글을 읽어보면 알다시피 매년 2월부터 5월은 스타트업에게 씨 뿌리는 역동의 시간이잖아. 영업에 집중하다 보니 외근도 많아서 사실 자리에 앉아서 글 쓰기가 쉽지는 않더라(예전에 써 놓은 글이 좀 있었을 때는 부담 없이 업로드하기 쉬웠는데 말이야)


그러니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조금 가독성이나 업로드 기간도 그렇고 불편할 수 있어. 




지난 시즌 1에서는 "창업자의 일기"였는데...이번 시즌에서는 "채사장의 일기"로 바꿀게.


물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스타트업이고, 여전히 초기창업자 레벨이라고 생각해. 


근데 내 속마음은 사실 스타트업(Startup), 최고경영자(CEO), 청년창업가라는 식의 단어들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 은근히 멋들어진 단어들이고 왠지 나 자신을 꾸미는 느낌이 나는 건 내가 예민한 걸까?


사실 나는 소기업의 사장이라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거든. 

다만, 가끔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겸손하게 나를 표현해야 할 자리가 있지만, 때로는 그래도 요즘 많이 사용하고 좀 세련되어 보일 듯한 단어를 써야 하는 상황도 있다 보니 그때 그때에 맞춰서 병용하기는 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밀하게 따지자면 

우리 회사가 그래도 법인이라 "사장"이라는 말보다는 "대표"라는 말이 맞겠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서 어색한 호칭이라서... 그냥 "소기업 사장"이 지금의 날 가장 잘 설명하는 것 같아.


이번 시즌이 끝날 때에는 더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만날 수 있도록 회사를 더 잘 키울게.



청년창업사관학교라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끝나고 나오니까, 그동안 나를 보호해 주던 쉴드가 벗겨진 느낌이더라구. 움직이는 게 다 돈이야. 공간, 이동에 들어가는 돈이 생각보다 부담스러워. 이전에는 청년창업사관학교 내의 사무실 반경으로 자주 활동해서 가까운 구내식당, 샤워, 운동, 기숙사 이용까지 꽤 저렴하게 또는 무료로 제공받았으니까 시제품 만드는데만 집중할 수 있었고, 다른 경비는 생각보다 많이 아낄 수 있었거든.


근데 필드에서는 차 끌고 다니면서 주유비, 서울의 엄청난 주차료에 가끔 과태료도 끊기고... 움직일수록 돈이 나가더라구. 또한 안산에서 구내식당의 식권으로 먹던 밥이 가성비 짱이었는데, 이건 뭐 밖에서 계속 사 먹으니까 자연스레 식욕이 떨어지더라. 카드 대금이 무럭무럭 자랍니다~.


또한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지원받는 자금이 있을 때는 든든했는데, 졸업하고 나니 자금이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무서워서 점차 위축되더라고. 새삼 다시금 청년창업사관학교에 감사한 마음이 샘솟는군.

 


일단 생존을 위해 필요한 건!!!


1. 자금 확보

2. 공간 확보

3. 인력 확보

4. 제품 출시

5. 마케팅 


이렇게 카테고리를 나누어서 실행하려 했는데... 뭐 하나 쉽지 않더라. 진짜 진짜 쉽지 않아. 청창사 졸업하면 쉽게 쉽게 다 잘 풀릴 줄 알겠지만, 아냐 아냐~ 세상은 그리 녹록하지 않아. 


그리고 일이 순차적으로 안 이루어지고, 계획에 변수가 더 자주 일어나. 5개의 카테고리가 그냥 단어를 나열한 거 같지? 각 카테고리마다 세부 항목들과 목표/기한/계획서/To Do list와 자금소요 예상에 따른 전략이 붙어있어.


예를 들어, 

3. 인력 확보의 경우, 

하위 카테고리 1) 신규직원 채용, 2) 기존 직원 관리, 3) 업무분담이 있고

각각의 그 하위 카테고리에는 ㄱ) 목표, ㄴ) 방법, ㄷ) 기간, ㄹ)  스케줄에 따른 예산 추정, ㅁ) Plan B에 대한 내용과 ㅂ) 추가사항이 필요하지. 

고용계약서랑 회사 내규, 연봉 책정 기준 등에 대한 부분이 추가사항으로 딸려 들어가. 이게 다 일이야. 직접 해야 하는 일들!!! 


그리고 이게 계획 틀어질 때마다 연관되어 있는 게 다 수정되거든. 왜냐면, 3. 인력 확보에 대한 계획이 틀어지면서 1. 자금 확보를 비롯한 4. 제품 출시, 5. 마케팅도 다 일정과 내용에 수정이 필요해져. 2. 공간에 대한 사이즈와 위치도 다시 고려하게 되고... 이래저래 연관된 게 많아서 참 골치 아파진다고.


그래서... 스트레스받고, 책상에 더 자주 앉아있게 되고, 업무의 진척이 없게 되지. 



여기서 깨달음을 하나 얻게 되더라구.

그냥 이럴 때는 일일이 계획 수정해가면서 하지 마. 큰 계획만 설정하는 게 더 낫더라. 세세한 계획을 세워서 마이크로 컨트롤하듯이 일을 만들어가는 정교함이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 역량으로는 쉽지 않아. 그거에 매몰되다 보면, 정작 액션 없이 시간만 페이퍼에 소비하게 될 거야.


그래서 어차피 갖춰진 게 없는 이 맘 때는 그냥 정교함/세심함 같은 건 잊어버려.


카테고리 하나 잡고! 막 파 들어가. 막 만나고, 사람 만나고, 미팅 잡고 무식하게 밀어붙여버려. 그게 나아. 하나라도 일단 뭔가 해결되면 그다음을 하는 게 더 낫더라. 정교함/세밀함의 컨트롤은 나중에 일을 분업할 수 있고, 시스템을 갖출 필요를 느낄 때 해도 늦지 않더라고.


그러니 뛰어! 달려! 만나!

(나름 전략이나 계획을 시작단계부터 잘 짜야한다는 주의지만... 그것도 타이밍과 시기가 있더라. 전쟁터에 갑자기 뚝 떨어져서 책 읽고, 계획 세울 시간이 어디 있냐? 일단 생존을 위해 총알 덜 날아오는 곳으로 몸을 숨기고

나서 방도를 찾아봐야지. 안 그래?)



진짜 생존게임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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