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금의 종류 시리즈
공모전은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해. 너무 빠져버리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헌터”가 되어서 상금만 찾아다니게 되지. 그렇게 자신이 누구였는지 잃어버리게 되는 거야. 마치 심해에서 올라온 사일런의 노래에 홀려 바다에 뛰어드는 것처럼 말이지.
오딧세이에서 나오는 사일런이라는 요괴(?) 또는 괴물(?)이 있어. 뱃사람들을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홀리게 해서 물에 뛰어들게 하고 잡아먹지. 그리스 고전 속에서 뱃사람들을 유혹하는 달콤한 속삭임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돈(상금)의 매력에 끌리게 하는 공모전이 있어. 게다가 수상이력에 떡하니 [OO대회 대상 수상]이라고 번듯하게 자랑할 수도 있잖아. 이럴 때 하는 말은 “여보게~ 정신 차려 이 친구야~!”
한 해에 창업아이템/아이디어에 대한 공모전은 얼마나 될까? 세어 본 적은 없지만 중앙정부와 기관/지자체/은행권/대학교/VC/엑셀러레이터/BI센터/기업체 등에서 개최하는 공모전까지 합하면 어마어마하지. 거기에 해외에서 열리는 공모전까지 찾아보면 일 년 내내 공모전만 챙긴다는 사람들이 왜 바쁜지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스타트업 팀원을 모집 글이 즐비한 카페에서 주로 공모전을 준비한다는 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 프로젝트 단위의 업무가 연속적인 스타트업의 특성을 생각하면, 창업 전에 공모전에 도전해서 인정받는 것은 오히려 비용과 시간 대비 효과적인 경험치랄까? 하지만 순수하게 곱게 보여지지는 않아. 이미 많은 상금 헌터들이 상금에 눈이 멀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아이디어를 베껴서 나오기도 하고, 사업을 할 아이템이 아니라 이력서 한 줄 넣기 위한 팀플 정도로 활용하는 부류들이 있거든. 수상이라는 게 진짜로 전력을 다해 준비한 팀들에게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그리고 공모전을 위해 1회성으로 팀을 조직한다는 건 창업에 목숨 걸고 뛰어드는 사람들에게는 밉상으로 보이겠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모전이지만 그 외에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이야기 나누어 보자구.
1) 사업 아이템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우리의 아이디어 내지는 사업계획서 수준에서 조금 더 나아가면 시제품/베타서비스 수준에서 고객들의 반응을 파악하기 위한 좋은 채널이야. 이전에 공모전은 심사위원단에 의해서만 좌지우지되는 공모전들이 많았지. 그래서 학연/지연/인맥에 의해 정해지는 게 아니냐는 뒷말도 있었어. 최근에는 공모전에 참석한 일반 고객들의 평가들이 포함된 공모전이 늘어나서 우리의 시제품/베타서비스를 시연해 보고 반응이 어떤지 간접적으로나마 살펴볼 수 있는 자리야. 또한, 심사위원의 피드백 역시 값진 인사이트를 얻어낼 수 있어. 정작 개발하고 만들어낸 우리에게 보이지 않았던 문제들이 심사를 보는 사람들에게 보이거든.
꼭 아이디어나 기술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업성/대중성/수익구조 등에 대한 현실적인 지적에 귀 기울여서 보완하고 다듬을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하는 게 좋아. 마치 대규모 토목공사를 하기 전에 환경영향평가나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듯이 공모전을 같은 의미로 활용해 보면 더 넓은 시각으로 멀리 바라볼 수 있어.
2) 상금과 상장(수상이력)이라는 후광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건 상금과 상장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지. 창업 초기에 너무나 자금이 너무나 궁한 때에 공모전 상금은 사막에서 발견한 귀하디 귀한 한 모금의 물과 같아. 매출을 일으키기 전에 딱히 들어올 자금이 없는 상황에서 상금이란 여러 지원금들 보다 사용이 자유로운 편이라 더욱 값지거든.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상금보다 더 좋은 건 사실 상장(수상이력)이야, 다른 스타트업들도 기발하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가 좀 더 돋보이고 싶은데 그럴 수단이 뭘까? 하나의 수상 이력은 하나의 악세서리가 되어줘. 없는 것보단 수상 이력이 있는 게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쟁 상황에서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거든.
3) 마케팅과 홍보의 또 다른 수단
스타트업이 언론의 주목을 받거나 인터넷 검색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건 마케팅을 잘 못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마케팅 콘텐츠가 없는 경우도 있지. 그리 규모가 크지 않은 공모전의 수상 소식임에도 여러 스타트업 언론지나 인터넷 언론을 통해 홍보하는 기업이 있어. 처음에는 좀 뚱딴지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러한 홍보들이 누적되어 회사의 인지도, 제품의 신뢰가 대중에게 점차 어필되더군. 나중에 같은 IR 자리에서 그 회사 대표를 만났는데 투자자들이 단번에 인터넷 검색을 해서 알아 보더라구. 마케팅은 작은 거라도 자주, 꾸준히 반복하여 재생산되면서 브랜드가 되고 각인이 되는 거라서 수상 이력을 콘텐츠로 사용해도 좋아.
특히 매년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창업/아이디어 프로그램은 놀라울 정도로 파급효과가 크지. 우리 팀도 첫 회에 심사를 받는 장면이 잠깐 나온 걸 저 멀리 친척들이 보고 연락을 주더라니까. 정작 우리는 나중에야 확인했는데 말이야. 비록 본선 진출했으나 수상권에서는 떨어졌지만 그 홍보 효과는 꽤 컸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공모전은 2월을 기점으로 11월까지 공모전이 있어. 거기에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들까지 고려하면 1년 내내 공모전에 매달려 있는 예비창업자와 스타트업들이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이란 걸 알 수 있어.
그런데 정작 진짜 해야 하는 자기 제품/서비스에 집중을 못 해. R&D나 지원사업과 마찬가지로 공모전 역시 너무 치우쳐 버리면 본질을 잃게 만드는 중독성이 강하지. 그러다 보니 수상이력은 많은데 한 번도 제품/서비스를 출시하지 않고 여기 기웃 저기 기웃 거리는 팀들을 보게 되지. 그런 팀을 보고 ‘우와! 저 팀은 혁신적인가 봐’라고 칭찬할 바보는 없어. 수박의 겉만 핥고 다니는 한심한 팀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아. 창업 초기에 검증을 위한 단계로 공모전을 활용해야지 매년 공모전만 반복해서 나가는 건 시장을 두려워하는 겁쟁이거나 제품/서비스를 낼 능력이 없는 무능력자야.
그렇기에 공모전에 대한 범위를 정해 놓고 도전하는 게 옳아. 옛말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랬다. 공모전이란 공모전을 다 들쑤시고 다니기보단 우리 제품/서비스에 맞는 공모전, 규모와 인지도를 고려해서 추려내고 일정 기간을 설정해서 그때에만 빠듯하게 집중해서 참가해. 적어도 공모전에서 원하는 목적을 달성한 다음에는 받은 피드백을 적용해서 더 개선시키고, 제품화하여 시장에 내놓는 것에 매달려야 해.
공모전도 진화를 하지. 한 번 수상한 걸로 끝나버리는 공모전에서 최근에는 후속지원/연계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공모전이 늘어났어. 해외 시장조사/마케팅 비용 지원/교육 및 법률 지원과 사무공간 및 투자/융자까지 연결해 주는 공모전들은 회사 입장에서 큰 도움이 되지. 개인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공모전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1) 도전 K 스타트업
지상파 방송국을 통해 방영하는 공개경쟁방식으로 각 지역예선 선발부터 최종 우승까지의 과정을 담는 공모전이야. 매년 늘어나는 억대 규모의 상금과 투자 유치 및 융자 지원까지 규모와 영향력 면에서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공모전이며 주로 창업넷을 통해 참가신청을 받지.
2) KDB 산업은행 스타트업 프로그램
산업은행에서 주관하고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에서 운영하는 공모전으로 상금 규모가 1억이었으나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서 현존하는 민간 창업 공모전 중 최고 금액이야. 후속 지원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수상 팀들의 투자/M&A 실적이 높은 특징이 있어. 게다가 KDB 스타트업 프로그램 수상자들의 동문회라는 모임을 통해 투자자들과 자주 만나도록 식사와 미팅, 워크숍을 지원하고 있지.
3)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2012년부터 매년 개최되며 아산나눔재단에서 운영하지. 스타트업이라면 한 번쯤 들어 봤을 거야. 마루180이라는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하여 치열한 경쟁을 하며 결선 수상팀들에게 많은 혜택과 지원을 해 주며 우리나라 공모전 중 전통의 공모전으로 유명하지.
4) 그 외 공모전
신용보증기금 4.0 창업 경진대회는 공공데이터 활용과 4차 산업혁명 관련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데 상금의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수상팀은 인큐베이팅으로 선발 기업을 뽑는 ‘스타트업 Nest’ 프로그램의 1차 서류 면제와 향후 보증 지원에 매우 크게 도움이 되지,
국민은행/기업은행 등 은행권에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공모전을 개최하여 인큐베이팅까지 진행하며, 초기에는 핀테크 중심이었으나 현재는 참가 영역을 확장하여 제한이 없어. 공모전은 아니지만 데모데이 형태로 매달 열리는 디캠프의 D.Day도 기억해 둘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