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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Jun 13. 2020

채사장의 일기(6)-발해를 꿈꾸며

글로벌을 향해 비상하고 싶은 꿈은 있지만 그게 또 쉽지만은 않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여기저기서 널 비행기 태우려 한다


우리나라 역사를 살펴볼 때, 

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된다는 말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개인적으로 삼국시대의 백제와 훗날 해동성국이라 불리던 발해를 좋아하게 되었어.


단편적인 지식을 머릿속에 꾸역꾸역 밀어 넣었던 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역사의 한 페이지에 불과했던 그 나라들이

사실은 그들의 경쟁자에 의해 묻혀버리고 축소/가공된 사실들에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었다는 점에서 더욱 끌렸나 봐. 

시대는 달랐지만

바다를 건너 또는 말을 달려 신기한 문물과 알지 못한 문화를 마주하고,

물품을 거래하며 점차 영역을 늘려갔던 백제와 발해!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지만,

만약 백제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어땠을까, 발해가 망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하지.


국내를 넘어 해외를 향한 도전과 이상은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 같아.

그때도 나처럼 타는 목마름과 뛰는 심장으로 미지의 세계를 꿈꾸는 선조들이 있었겠지?

 


"글로벌"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드라마나 영화에서 번드르르한 스타트업 CEO가 

이코노미석이 아닌 비즈니스석에 앉아 중요한 미팅을 준비하는 모습을 떠올릴 거야.


업무시간이 끝나고 스카이라운지나 루프탑 같은 곳에 올라가서 

인증 사진을 SNS에 올리고 멋들어진 시간을 꿈꿀 수 있어.


5성급 호텔 내 수영장과 헬스장을 이용하면서 

외국 투숙객과 간단한 유머를 주고받는 이미지라던가, 

골프장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필드를 돌아다닌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겠지.


우와~~ 

여기까지 들으면 왠지 해외 관련된 사업 하면 해외 자주 나가서 좋을 거 같지?

뭔가 지금 당장 글로벌 창업하고 픈 맘이 살짝 들지 않아?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아.

꿈깨시라고요~~!!! 




또한 "글로벌"이라는 참 가슴을 뛰게 하는 단어인 거 같아.


뭔가 위대한 일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조그마한 수출 건수도 무용담처럼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거든.

근데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갈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활동하다 보니 해외 쪽으로 눈 돌릴 여유가 없어.


학교 다닐 적부터 교과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내수가 그리 큰 편이 아니라 

수출 비중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배웠잖아.

나도 한치의 의심조차 없었고, 당연하다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해외 전시회를 나가고, 

무역사절단을 가보고, 

바이어들과 만나길 수년간 해오면서 과연 이게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


밖에 나가서 쓰는 비용 대비 수출액 또는 기대 수익이 너무 형편없었거든.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기저기 찔러보기만 한 나의 부족함 때문이야.




중소기업 진흥공단이나 코트라에서는 매년 수출을 독려하고, 

해외진출에 필요한 지원을 끊임없이 해주고 있어.

(중소기업 진흥공단 수출지원 홈페이지/코트라 홈페이지는 수시로 확인할 것!)


그 수혜를 입는 입장에서는 매우 고마운 일이겠지만....;;;

한편으로는 그 지원을 받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어.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지원인가?', 

'우리는 수출에 적합한 아이템인가?', 

'우리는 수출할 역량이 되는가?'


뼈 때리는 팩폭을 하자면,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제품/서비스로 해외에서 성공하기란 더 어렵다.



소개할 준비는 해놨냐?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언어와 

현지 마케팅/결제방법까지 구성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섣불리 해외에 나가지 않길 바래.


하다 못해 홈페이지가 현지어나 하다못해 영어로조차 안되어 있다면, 그냥 가지 마.


상세페이지나 카탈로그가 한글이면 더더욱 난감하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가서 우리 제품을 소개하려고 네이버나 다음을 접속하는 게.... 쉬울 것 같지?

막혀있는 경우가 태반일 뿐만 아니라 VNS 탈출해서 내 폰으로는 보일 지라도 바이어 폰으로는 안 보여.


아마존이나 이베이, 쇼피, 라쿠텐이나 현지 이머징마켓에서 

검색이 될 수 있는 정도는 준비해두는 게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더라고.


바이어들에게 메일은 보내 놨더냐?


해외 나가기 전에 가능하면 만날 바이어들과 사전에 약속을 잡아놓길 바래. 


발이 워낙 넓어서 인맥이 짱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에이젼시나 코트라/중소기업 진흥공단 기관을 통해 바이어의 연락처와 미팅을 잡지. 


웬만하면 출국하기 3주 전에는 바이어 리스트를 받아서 메일을 따로 보내 놓길 바라.

리스트를 알아서 챙겨주면 좋겠지만 경험상 요청해야 보내주더라고.

 

회사 소개자료나 제품/서비스 카탈로그 등을 메일로 보내주면 

현장에서 설명하고 계약까지 걸리는 시간을 초단축시킬 수 있어.


한 업체당 기껏해야 20~30분 정도 간격으로 미팅하는데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면서 개요만 말하다 보면 시간이 다돼서 

정작 중요한 본론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 


프린트해 가야 할 것들이 많다.


미리 가격정책은 정해 놓고 프린트해서 출국해. 


현장에 가서 그때그때 뒤적이면서 MOQ(최소 구매 수량)이 어느 정도고 

수량이 늘어나면 얼마를 할인해 줄 수 있는지 긴가민가 하는 사이에 

바이어는 너를 향한 신뢰를 깎고 있을 거야.


기본적으로 

가격과 물량, 수출조건, 지불조건, 계약서나 구매의향서 정도는 현지어로 된 걸로 프린트해가렴. 

귀찮으면 파일이라도 준비해 가서 현장에서 프린트해도 되지만 

뭐... 난 울 사무실 프린터로 출력해가는 게 맘 편하더라.

(현지 사정에 의해 프린터 품질이 꽤 안 좋기도 하거든)



제품을 많이 가져가라! 설령 번거로울지라도...


방문해서 선물로 나눠주는 한이 있더라도 제품은 충분히 가져가! 

출발하는 공항 면세점 가서 지인들 선물꾸러미 채울 생각으로 좀 비워가지 말고...


설령 그 나라에 가서 떨이로 팔고 오더라도 없어서 난감하지 않게 해야 돼. 

제품을 가장 잘 아는 나 자신이 해외에 나가서 

캐리어 하나 분량 조차 팔 자신 없다면 다른 사람은 더 팔기 어려워. 


이왕 비용과 시간을 지불하면서 해외로 나갔는데

이번 기회에 확 뽕을 뽑으려면, 최대한 많은 고객들에게 팔거나 

하다 못해 테스트로 사용하게 한 후, 피드백이라도 확보해야지.


대부분 현장에서 판매할 때, 카드결제나 모바일 결제를 준비 못 한 경우가 많아서

현금결제가 주로 이뤄질 거야. 그러니 거스름 돈을 줄 정도는 환전해 놓아야겠지?



다녀와서 끝이 아니라 더 많은 일이 기다리더라.


현지에서 만난 바이어와 고객들의 리스트와 명함을 다시 분류/정리해야 해.

그리고 후속 메일을 보내서 그들의 기억에 나를 한 번 더 각인시켜야지.

후속 메일은 당일 전송이 가장 좋지만, 늦더라도 3일을 넘기지 않아야 해.

그 정도 연락 없이 지나면 서로 어색한 사이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거든.


고객/바이어와의 미팅 내용은 가능하다면 당일에 정리해 놓는 게 좋아. 

하루만 지나도 누가 누구였고,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긴가민가해지거든.


일과시간이 끝났다고 어디 놀러 다닐 생각하지 말고,

우선은 당일 업무를 정리하고 마무리해야 진짜 하루 일과를 끝낸 거라고.


특히 메일 보낼 때, 서로 기억을 되짚어주기 위해 

현지에서 미팅이 끝나고 양해를 구한 후 함께 사진을 찍어 놓는 게 좋아.

바이어와 미팅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메모해 놓고, 리스트의 비고란에 기입해 두면 더 확실하지.

어차피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 사람 간의 인연을 이어가는 것은 

얼마나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계속 연락을 주고받길 원하느냐를 보여줘야 해.



해외로 나갈 때, 일확천금을 기대하지 마


해외 투자 IR 참가나 해외 빅 바이어와 미팅을 연결해 준다는 프로그램들에 너무 들뜨거나 

엄청난 기대에 다른 일상적인 일들을 소홀히 하지 않길 바래.


큰 계약을 따내려면 좋은 아이템이어야겠지만 제반사항들도 무시 못하거든.

수출입통관에 대한 부분이나 세금, 인허가 등 여러 가지 서로 조율할 것들이 많아.


게다가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큰 거래가 이루어질 거라 생각해?

전시회도 같은 곳에 3번 정도 참석해야 알아봐 주는 바이어가 생긴다고 하잖아.

그러니 차근차근 한 걸음씩 전진해 가는 게 정석이라고 마음먹고 도전해야 해.


해외 투자 유치라는 것도

동남아시아나 일본, 중국 등 자국 내에 

투자 관련 법과 규정들이 있기에 좀 긴 숨 가지고 진행해야 해.

국내보다 언어와 법규, 문화가 다르다 보니 더욱 어려운 난관이 많은 게 해외 투자 유치야.

그러니 너무 조바심을 가지거나 한 번에 모든 걸 다 이루려고 하지 않길 바래.




내 경우,

중국은 선전(심천), 광저우, 베이징, 상하이, 청두, 정저우, 홍콩, 주 마디엔 정도?

동남아시아는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 자카르타, 방콕, 호찌민 정도?

일본은 도쿄와 오사카, 후쿠오카.


사업하면서 돌아다닌 해외도시들이야. 

길게는 3개월/6개월의 기간 동안 체류하며 시장 진출을 노린 곳들도 있고,

짧게는 3~7일 정도 일정으로 급박하게 몰아붙이기도 했어. 

중국은 뭐 6년 내내 매년 들락날락, 

동남아시아도 근래 4년 동안 좀 꾸준히 갔던 곳을 반복 방문했지.


적어도 올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전면적인 해외 출장은 물 건너가기 전까진 말이야.

최근에는 러시아랑 동유럽 국가들에 대해 서적을 통한 공부 겸 이래저래 알아보고 있어.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나갔던 해외 시장에서

곁눈질하며, 직접 경험도 하면서 하나씩 배워가다 보니

"글로벌"이라는 것은 결코 쉽게 입에 담기 어려운, 난도 높은 미션이라는 걸 깨달았어.


그리고 준비되지 않았기에 

날려버린 기회들이 떠오를 때면, 나도 모르게 이불 킥한다니까.

무엇보다 그동안 매몰된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앞으로 글로벌에서 제대로 벌어와야겠다는 각오가 절로 생긴다니깐.

해외진출을 고민하고 있다면,

막연하게 해외 나간다고 좋아하는 철없는 사장이 되지 않아야 해.

고객/바이어를 만나기보다 어디 놀러 갈까, 뭐 먹으러 갈까를 먼저 고민하는 관광객이 되지 않아야 해.


글로벌 시장에서 맘껏 뛰어다니며,

세상에 이름 석자를 곳곳에 남겨 

오늘의 내가 발해를 꿈꾸듯

훗날 역사에 흥미를 가진 누군가가 우리를 꿈꾸는 그런 날을 기대하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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