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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연금술사 Jan 20. 2020

채사장의 일기(5)-5년이 지났다

우째우째 5년 동안 살아남았습니다. 감사합니다.

5년 전...

남들은 일부러 조금이라도 시간 늦춰서 1월에 창업해야 한다던 그 때...

아무 것도 모르는 예비창업자가 뭘 모르고 12월에 창업했다.

(지금 생각해도 사업에 대하여 순진무구를 넘어서 무지와 무식의 결정체였던...참 백치미가 넘치는...'나'라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더라)




꼬꼬마 생초보 창업자가 되어 열정과 패기 하나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깨지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지.


같은 일, 같은 이슈를 한번에 처리하지 못하고 등기소 들락거리기 일쑤였고,

도장 찍기 위치를 틀리거나 빠져먹거나 하면서 거래처를 왔다갔다 왕복을 하루에 몇 번을 했는지...

시제품만 나오면 일사천리로 투자를 받을것 같은 마음에 혼자 실실 웃었는데 

정말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신 꼴이 되기 일쑤였고

맡겨만 주면  판매 대박칠거라는 말빨에 넘어가 검증없이 입금했다가 사기당하기도 하고...

남 탓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나 자신의 욕심에 눈이 멀어 실패, 실수가 잦았다는 사실에 부끄럽기도 하지.




5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것은 


하나. 그놈의 시행착오는 모양만 다를 뿐 지금도 여전하다는거

둘. 시간과 경험이 축적 되도 오늘 만나는건 선택의 기로 앞에서는 늘 초짜이고 

셋. 내년에는, 내년에는, 내년에는...하면서도 결국 벗어나지 못하는 워커홀릭이라는거지.

통계에서 말하는 1년차, 3년차, 5년차 스타트업의 생존률에 신경쓰기보다는

우리는 그저 매일 매일 하루 하루가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였어.


아무리 책으로 공부하고 강의를 듣는다한들

실전과는 다른 점이 많고, 꼭 우리에게 적용하기 어렵지만

그나마 배우지 않았으면 여기까지도 못 왔을거야.

이전에 직장인일 때는 부사수에게 가르쳐야 한다는 마인드였지만,

회사 대표가 되고 나니까 그런 인식 자체를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


직원의 의견이나 조언이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고,

내게 없는 능력, 자질을 가지고 있어 오히려 내가 배워야할 점이 있거든.


이해를 강요하기보다는 공감대의 영역에 동참하는 게 다른 뜻임을 알게 되었고,

그럼에도 아는 것을 행동하는 것, 

그리고 서로가 합의점에 도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내 뼈를 때렸지.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을 거란 건 각오했지만

상상한 것 이상으로 잘 안풀리는 일이 연속이고, 중간중간 좌절은 습관이 되어지만...

그 가운데서 한 번, 두 번 간간히 다가온 기회와 작은 성공은 내일을 다시 기대하게 하는 힘이 되어 주었어.



"우리가 잘 해서 살아있는게 아니야"


객관적으로 보면 참 실수와 실패가 많은 5년의 시간이었어. 감정조절이 잘 안될 정도로 화가 치밀 때도 있었고, 심박동수가 귓가에 들리듯이 흥분할 때도 있었어. 조금만 더 디테일에 신경썼으면 굳이 빙빙 돌지 않아야 할 길을 걷기도 하고, 헛된 욕심에 잘못된 결정을 한 일도 있었으며,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거라 다짐하면서도 정신차려보면 여전히 같은 실수 속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다는걸 깨닫기도 했지.

응원하던 분들에게 의도치 않게 실망감을 안겨준 적도 있어. 생각처럼 항상 잘 되진 않더라고. 무기력한 날에 좌절모드로 꿍한 적도 있고, 확정되지 않은 이슈에 괜스레 설레발치다가 오히려 일을 망친 적도 있어. 


업무나 사업적으로 우리가 잘해서 된 것은 기억이 전무하고, 오히려 우리가 못 한 것들에 대해서는 생각만해도 얼굴이 붉어 질 정도로 생생한걸로보아...진심으로 우리가 잘 해서 살아있는건 아니란걸 확신해.



그럼에도 우리가 딱 한가지 잘한 것이 있어.


"포기하지 않는다"


똑똑한 집단도 아니고, 배경이나 인맥이 화려하지도 않고 내세울 건 없지만...

힘들때나 기쁠때, 슬플 때나 화날때도 우리들은 함께 동행해 왔다는거야.

"포기하면 편해"라는 건 아직 우리들만의 세상에 갇혀 있을때나 통하는 말이야.


사업이 확장되고, 이해관계와 업무가 얽히고 섥히면서 

개개인의 삶과 시간에 대하여 책임지고 이끌어야 할,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더 다독여야 할,

함께 손잡고 참여자가 되어 준 사람들이 늘어나는 만큼


"포기하면 안돼"라는 말밖에 남지 않아.



"이제는 알아버린 선택과 집중의 과정"

선택의 폭이 넓었고,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몰랐던 창업초기와 달리

지금은 선택지가 한정되어 있고,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가 너무나 뚜렷해.


다른 선배 사업가들에게는 짧게 느껴지고, 여전히 풋내나는 업력이겠지만

우리가 지난 5년간 무수히 경험한 시행착오와 오류들의 축적들이...


하면 안 되는 것,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 해야 하는 것, 했어야 하는 것에 대한 기준들을 뼈저리게 각인시켜 주었어.


그러다보니 선택을 하는 것에 이전보다는 수월해지고, 확실하다고 자신하지는 못해도 그나마 최선의 선택일 것 같다 정도의 선구안이 생기는 것 같아. 그래. 지금도 미완이지만 처음보다는 정말 많이 추려내는 방법을 체득해가고 있는 걸.


그리고 

우리에게 남아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몇 안 남은 선택에 집중할 수 밖에 없잖아.


자연스레 다른걸 쳐다보지 않게 되더라구.


많은 선택지가 앞에 있다는 건 그만큼 정해지지 않았고, 준비 되지 않았다는 걸 뜻하는 걸지도 몰라.

그러다보니 여기저기 기웃기웃거리고 집중을 못하게 되는거지.


반면에 선택지가 뻔하다면 할 수 있는 건 그 선택지 내에서 집중하는 것 뿐이잖아.



우리가 달성했던 미션들과

과거가 되어버린 시간들

만남을 넘어 도움과 애정을 전해 준 고마운 분들을 떠올리며 5주년을 찬찬히 돌이켜보았어.

우리가 더 달성해야 할 미션들과 

만들어가야 할 시간들, 

만나야할 인연들을 기대하면서 앞으로의 5년을 다시금 계획하고 있어.


오늘 잠이 들기전에

5년 후...그러니까 10주년을 상상하며 

이 글을 "참조"로 새로운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길 기도해야겠어.

클린그린의 5년 간 감사했습니다.

앞으로 5년도 잘 부탁드립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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