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뷰티 연금술사 Jun 05. 2020

꼰대들의 변명

90년대생? 낀 세대? 꼰대? 다 부질없다

작년부터 "90년대 생이 온다"는 트렌드 열풍이 불었어!

이제는 직장에서도 90년대 생을 공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새롭지 않아.


사실은 책이나 드라마, 영화에서 표현되는 지금의 90년대 생이

현실에서 그렇게 특출 나거나 전혀 다른 신인류는 아니야.


옛날 옛날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  고대 그리스, 중세 시대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기성세대들에게는 갓 성인이 되어 사회에 진출하는 모든 세대들이

"철없는 것들, 세상의 종말이야"라고 늘 불려 왔어.


그리고 꼰대들과 새로운 세대들은 기원전부터 꾸준히 자리를 잡고 있었고

양극단의 사이에 낀 세대들은 존재했지.


이건 누군지 모를 녀석들이

지들 맘대로 80년 생들을 "낀 세대"라길래

욱해서 쓰는 이야기야.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그때 젊은 세대를 굳이 "R 세대(red)"란 신조어로 명명하며

뉴스와 신문을 도배하는 거 보고 헛웃음만 나오더라고.


88 서울 올림픽이나 2002 월드컵이나

다들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다 경험하는 이슈 중 하나일 뿐이잖아.


평창 동계올림픽, 아시안게임처럼 특정 시대의 한 사건이

어떤 세대를 규정하는 기준이 된다는 건 웃긴 일 아닐까?

세월호라는 사건을 통해 정부의 무능함과 안전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 건

꼭 지금 세대만이 아니라

대구 지하철 참사 때도 주요 언론과 정치인들이 이래선 안된다고 연일 외쳤고,

이전에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때도

안전불감증과 정부의 안일함에 대한 국민적인 목소리가 있었어.


저 멀리 옛날 옛적에 피라미드랑 스핑크스 짓다가 큰 사고가 났었다는 기록도 있어.


이런 식으로 특정 사건을 기준으로 세대 구분하는 말들이 유행할 때마다

곁들여서 나오는 말이 사회가 붕괴될 거라느니 나라가 망하는 거 아니냐느니 하는 불안감 조장이었지.


헬조선과 흙수저?

과거엔 표현이 다를 뿐이지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사회 계층과 넘어가기 힘든 간격이 언제나 존재했다구.


사농공상으로 나눠진 신분이 드러나 있을 적에는 대놓고 계층 간의 이동은 불가했지.

아직도 현대 시대임에도 인도에는 카스트제도가 있어.

미국의 노예제도가 폐지된 건 인류 역사 속에서 그리 얼마 되지 않은 이야기라구.

그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노예라는 이름으로 잔인한 인권 박탈의 역사가 존재해.



그렇기에 무엇을 경험하고,

그 시대에 어떤 일이 있었다는 것이

새로운 세대를 억지로 규정짓는 건 좀 무리가 있다고 봐.


기성세대와 계속 각을 세워 놓고 서로 싸움 붙이고 분쟁을 극대화하는 건 누구를 위한 걸까?


항상 범인은 마지막에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이지.

남녀 갈등, 노노 견제, 종교 반목, 지역감정, 정치 성향 분류와 더불어

세대 간의 치열한 분쟁은 위정자들의 빅 픽처를 위해 다수의 힘을 분산시키는 늘 변함없는 단골 소재야.  


이봐!

X세대나 N 세대, IMF 세대, Y2K 세대라는 둥

별로 차이도 안나는 짧은 시기에도 뭔 그리 세대를 규정하는 단어가 많은지....


그리고 그러한 세대를 분류할 때마다 갈등을 극대화하고 서로 싸우도록 부추기는 녀석들이 누구인지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거야.

 



요즘은 90년 대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여러 기업에서도 공부를 강요하고, 배우라고 은근히 압박을 해.


그러다 보니 꼰대들과 소위 낀세대로 불리는 층에서

책도 사보고, 영상도 찾아보며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도 간간히 보여.


아쉬운 점은...

여전히 시대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꼰대질을 영위하려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주류라는 점이야.

꼰대는 답을 정해 말하지만, 선생은 질문을 한다.


윗세대는 아랫세대에게 답을 정해서 던지던 습관에서 벗어나야 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무엇이 힘들게 하는지

질문으로 던지는 어른스러움이 필요해.


기성세대들이

"라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라고 시작하며

상대방에게도 그래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나 때는 이랬지만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되묻는 게 올바른 대화가 아닐까?


어리다고, 경험이 부족하다고 먼저 기죽이고 무시하는 태도를 버려야 해.

지금은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고 있으니까.




한편으로는...

과연 90년대생은 기성세대, 낀세대로 분류되는 그들과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야.


대화라는 것은 어느 한 편에서 떠든다고 되는 게 아니라

서로 마주하고 들어 줄려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되는 거야.


일단 상대방을 꼰대로 규정짓고,

더 이상 말이 안 통한다며 귀를 닫으려고 하는 자세는

이미 대화는커녕 입만 뻥끗해도 싫다는 거잖아.


멘토는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고,

꼰대는 듣기 싫은 이야기를 해 주는 거라고 

어떤 젊은 방송인이 말하는 게 어이없더라.


듣고 싶은 말, 듣기 싫은 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

멘티가 직면한 문제 또는 어려운 상황을 들어주고,  

해결책이나 대안/방법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멘토인 거고

그거랑 하등 상관없지 이야기만 주절거리는 게 꼰대겠지.


어떤 조직이든 다 상사/선배가 있어.

그리고 조직에는 체계가 있고, 규칙이 있어.


윗사람이라고 다 꼰대 거나 본인이 싫다고 나쁜 기성세대가 아니야.


티브이나 인터넷에서 보던 극단인 꼰대들보다

현실에는 합리적/효율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가는 상사들이 더 많아.


그 증거는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겠지만 서서히 발전하는 사회야

이전에는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외국인 노동자,

여성의 지위와 미성년자 선거권, 성적 소수자의 권리 등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시각과 불편하게 바라보던 관념에 대한 담론이 늘어가고 있기에

우리 사회가 그래도 "살아서 돌아가고 있구나"란걸 느껴.

예전부터 당연하다는 듯이 이루어졌던 불합리한 것들이나

잘못된 것들은 고쳐나가고 새롭게 바꿔나가야 하는 점은 분명하고,

더군다나 새로운 세대, 새로운 직원에 대하여 더 공감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려 하는 노력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해.


만약 지금의 젊은 세대가 시스템이나 지금 상황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왜 이런 시스템이 생겼고,

지금 상황이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부터

공부하거나 배우며 바꿀 부분을 제시하는 게 좋아.


무턱대고 이건 아닌 거 같다는

추상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은 철없는 어린애 땡깡 같으니까.

인터넷 댓글 창에 숨어서 여포짓하지 말고,

진짜 실력을 키워.


옛날엔 대학만 나오면 다 취업했다고?

-> 일단 그때 대학생이 드물었어.


지금처럼 스펙 기준으로 따지면 윗 상사 들은 무능해 보인다고?

-> 그들의 시대에는 미팅 한 번을 위해 수많은 전화와 팩스, 우편을 날리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하루 온종일 걸리는 기차 안에서 쪽잠 자며 뛰던 분들이야.


그들의 시대에서도 그들은 사회적으로 채용에 합당한 인재 기준에 충족한 사람들이었다고.

노동환경은 정말 극악이었고, 정치적인 지역차별도 반영되던 시절이야.

기성세대에 비판하는 걸로 자기 위로하지 말고,

행동의 반복으로 만들어지는 진짜 너의 실력을 키우라고.


남들 따라서 다 하는 스펙 같은 거,

남들이 시키는 대로 만든 가짜 실력 말구,

진짜 너만의 실력!

그게 뭔지를 네가 알아내고, 그걸 니 것으로 만드는데 힘을 쏟아야지.




오호라~! 꼰대들 편들어주는 듯하니까 반대편에서 신났지?

이전 세대들이 그렇게 했으니 90년 대생들은 찍소리 말라고 당당하게 말하라는 옹호가 아니야.

 

영감, 땡감, 꼰대님들! 부끄러운 줄 아셔야지(나와 낀세대들 포함해서)

요즘 친구들이 잘 다루는 프로그램이나 업무 tool들이 생소하다고

여전히 변화를 꺼려하며 과거 회귀하려는 습성은 비겁한 겁쟁이 꼴 아닌가?


가짜 권위로 누르려고 하지 마.


당신들도 진짜 실력이 있는 사람들이면 자연스레 누구나 어른으로 인정해.


본인의 실력이 없다 보니까 나이나 경력, 지위라는 겉치레에 기대서

뭐가 있는 척, 뭐라도 되는 척하는 꼴에 웃음도 안 나온다고.

소위 "요즘것들"도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가는지 들여다봐봐.

이 친구들이 공무원으로 몰리는 이유,

너도나도 유튜버 하겠다고 학원 다니는 모습은

우리가 오래전부터 싼 똥의 결과물들이잖아.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스펙, 스펙, 스펙에 목숨 걸며 하나씩 클리어 가는 이유는

우리들이 그들을 평가하는 잣대로 스펙을 강요했잖아.

애들에게 "꿈"이란 걸 직업으로 대답하도록 가르쳤잖아.

직업이란 꿈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진실을 가리고,


"직업 = 꿈"이라고 하면, 결국은 돈이나 명예, 권력이

행복의 기준이 돼버릴 수밖에 없잖아.


"꿈 = 하고 싶은 일"이고 그걸 이루기 위한 보조 수단이 직업이 될 수도,

또는 꼭 직업이 아니더라도 다른 활동들을 통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걸

알려주었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이 글의 목적은

서로 비난하며 피 튀기게 싸우기보다는

서로 존중하고 공감하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내가 장담하는데

앞으로 00년대 생, 10년대 생, 20년대 생 등

계속 뭔가 이름을 붙여 세월이 흘러도 나올 거야.


어느 순간 90년대 생도 낀세대라고 불리다가

어느 때부터는 꼰대 또는 꼰대를 뜻하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될 거야.


어떤 의도를 가지고 고의적으로 세대를 나누고, 갈등을 장려하는 그들의 의도에 놀아나지 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서로 니가 꼰대니, 요즘 것들은 개념이 없니 하면서 치고받고 싸우는 게 아니라

서로 대화하고 공감하면서 생각의 차이, 현실의 불합리한 갭을 줄여나가야 하는 거야.


세대차이라고 어쩔 수 없는 갈등관계라 단정 짓는 게 아니라

그렇기에 더 그 차이를 좁히려고 애써야 하는 거야.

그런 뜻을 품은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세상은 어제보다는 조금 더 나아져있지 않을까?

그래야 다음 세대와는 더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오늘 나는

세대 간에 구분 없이 다 함께 친해지는

유토피아를 꿈꾼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너에게 증거가 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