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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8. 2020
우물을 찾아서
한우물? 여러 우물?바보야 문제는...
“우물 팔 자리를 정하려면 직접 땅을 보러 가야지 ”
영국의 산업혁명과 미국의 대공황 시절까지 굴뚝청소부라는 직업이 있었어. 영화나 책 속에서만 보던 그 직업에 대해 지금은 상상 속의 이야기가 되었지만 실제로 존재했었어. 추억을 소환한다는 드라마들을 보면 전화교환원이라던가 신문을 들고 호회를 외치며 뛰어다니는 아이, “아스께끼~”, “재첩국 사이소”라는 외침이 골목에 쩌렁쩌렁 울리는 장면들을 보았을 거야.
지금은 그러한 직업들을 눈씻고 찾아봐도 없지?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많은 직업들이 사라지고, 듣도 보도 못했던 직업들이 생겨나길 반복하면서 오늘날의 세상이 왔어.
“IMF 금융위기”라는 생소한 단어가 익숙해질 무렵부터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진지는 오래고, 요즘엔 평생직업이란 말보다는 투잡/쓰리잡하면서 멀티직업을 선호하는 추세야. 많은 직장인들에게 이직과 퇴사는 익숙한 문화가 되어버렸지.
이러한 세상의 변화와 흐름이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아. 오히려 이전에 틀에 박히고 정형화된 직업관이나 한정적인 범위 내에서 자아 성찰을 하던 것보다 더 많은 기회를 찾아다니게 되었거든. 긍정적으로 보면 비록 자발적이지는 않지만 다른 직업과 다양한 업무들을 경험하게 되는 것은 나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현실 속에서 직접적으로 찾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잖아.
어릴 때 “뭐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아무 것도 모르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대통령이나 우주선 조종사, 과학자라는 직업들을 쉽게 내뱉었지. 그리고 나름 상상하는 모습을 크레파스로 그려서 아빠, 엄마에게 보여드리던 기억이 떠올라. 그땐 뭐든 다 될 수 있을 것 같았고, 어른이 되면 다 되고 싶은대로,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는 줄 알았어. 그때는 아무 것도 몰랐으니까.
그러다 나이가 들고, 세상을 알아갈수록 오히려 “꿈이 뭔데?”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 못하게 되는 거 같다는 말이 아이러니하면서도 공감이 되더라. 나 역시 중간에 수없이 인생 계획이 바뀌고, 현실과 타협도하고, 꿈도 바뀌고 그랬으니까(그 이유는 어릴 때 내 꿈이라고 생각했던게 사실은 내 꿈이 아니라 부모님의 기대였다는 걸 알게 되면서 진지하게 내 꿈에 대한 고민과 노선변경을 했지)
막연하게 무엇이 되고 싶다, 어떻게 하고 싶다는 주장보다 몸소 부딪힌 경험을 토대로 무엇을 해야겠다, 어떻게 할 수 있겠다라는 구체적인 근거가 앞으로 우리의 우물을 찾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마치 여러 곳을 탐지하고 직접 확인해야 우물 팔 곳을 알게 되듯이 말야.
그래서 창업 전에 가급적이면 많은 경험이 필요해. 단지 책이나 미디어를 통해 얻은 간접 지식보다는 아르바이트가 되었든, 여행이 되었든, 직장이 되었든 간에 직접적인 체험, 현실적인 경험이 한 우물을 파기 시작하는 출발점이 될 거야.
“정말 우물이 맞는 걸까?”
우리의 선택이 항상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늘 기억해. 이제 막 우물 팔 자리를 찾았다고 믿었고, 첫 삽질을 시작했어. 근데 아니다 싶으면 빨리 다른 자리를 찾아봐. 확신을 가지고 더욱 깊숙이 파내려가다 보면 어느 지점부터는 정말 돌이키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있거든. 잘못된 방향으로 왔을 때, “아이고! 여기가 아닌가벼~”라고 한탄했을 때는 이미 시간과 노력, 비용을 되돌릴 수 없잖아.
그렇기에 창업 초반에 특히나 사업 방향에 대하여 더 자주 의심하고, 더 많이 확인해야 해. 그 동안 들어간 기회비용이 아까워서 고집부리지 말길 바래.
나 역시 첫 아이템에 그러한 실수를 했거든. 너무나 애지중지했고, 온갖 수고와 비용이 들어갔기에 중도에 포기하지 못했어. 시간이 지날수록 확연하게 잘못된 방향이라는 걸 인지했지만 그 때까지도 헛된 요행을 기대하면서 고집을 부렸지.
분명 처음부터 우려가 되는 피드백들과 파악한 잠재적인 리스크들이 너무 많았고, 시장에서 실패가 예상되는 징조들이 있었어. 팀원들의 의견들도 여러 갈래로 나뉘었고, 하물며 제품화 과정에서 통제되지 않는 비용구조들이 뻔히 보였지만 나의 안이하고 편협한 결정으로 결국 첫 아이템의 실패했어. 진심 뼈아프게 손실이 컸어.
더 나은 선택을 할 기회가 많았고, 여러 번 이탈할 수 있는 시기가 있었어. 이걸 굳이 비싼 수업료 지불하고 얻은 깨달음이라고 둘러대기엔 부끄럽고, 한심한 경험이라는 게 솔직한 내 고백이야. 그러니 너는 나와 같은 시행착오는 굳이 반복하지 말고 바로 하이패스하길 바래.
“한 우물만 파는 건 위험하지 않아? 요즘 누가 한 우물만 파나?”
갓 창업했던 때와 달리 사업에 대한 시스템이 돌아가기 시작했다면, 더 이상 한 우물에 대한 의심을 할 단계는 지난거야. 비록 수익은 좀 적어도 매출이 일어나고, 하나 둘 거래처들과 신뢰관계가 형성되며 회사 내부에서 대표의 비중이 외부로 집중되기 시작할 때쯤이랄까? 근데 이때 다른 곳에 눈이 돌리거나 뭔가 착각하기 쉬운 때이기도 하지. 이전에 비해서는 회사가 알아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니까 사업다각화/아이템 다변화에 관심을 두거든. 이런 게 틀리다는 건 아닌데...
요즘은 한 우물만 파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들 하지. 근데 조금 딴지걸자면, 한 우물이라도 제대로 파고 다른 우물 팔 능력/여력은 있는지 되묻고 싶어.
딱 이맘때가 사업 방향에 대한 고민보다는 속도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야. 대표가 사업방향에 확신하고 밀고 나가는 단계라구. 이제는 더 깊이, 더 빨리 우물을 파는 것이 중요하단 말야. 본업이 제대로 굴러가는 건지 아니면 삐걱삐걱 거리면서 가까스로 구르기 시작하는 수준인지를 잘 파악해야해.
모두가 위기라고 말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시장이 공포와 두려움에 떠는 이때, 한 우물을 파서 성공하는 사례들을 바로 옆에서 찾을 수 있어.
7년 전,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분석 쪽으로 창업해서 끊임없이 연구하시던 대표가 있는데 이번 코로나 19 바이러스 진단시약을 납품하시면서 매출과 수익이 역대 최고를 갱신하고, 회사가 순식간에 성장가도를 달리더라구, 지금은 뭐 주 단위로 매출이 후덜덜!
또 다른 사례로 내 동기 창업가는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주로 다니다가 오랜 고민 끝에 4년 전 “마스크” 공장을 시작했어. 그가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는 이미 사양산업이 되어 다들 내일을 기약하기 힘든 상황이었어. 굳이 그 친구의 현재 소식을 남기지 않아도 예상은 되지?
지금은 너도나도 뛰어들어 너무 많아진 신규 마스크 공장들 때문에 난리라지만, 이 친구 회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거래해 온 업체들과 해외 수주로 인해 지금도 엄청 바빠.
그리고 이미 몇 년치 돈은 다 벌어 놨어.
갑자기 끼어든 뜨내기 공장들하고는 다르다구.
이전에는 너무 고지식한 거 아니냐며, 걱정스런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확신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이끌어 온 거야.
갈팡질팡하며 휘둘리는 게 아니라 본업에 온전하게 집중하며 꾸준히 준비해왔고 버텨왔기에 가능한 성공사례지.
“바보야!
문제는 우물의 개수가 아니라
그 우물 안 갇힌 개구리 신세가 되는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