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고로 이 글은 봄이 막 시작되던 2020년 4월에 적었던 글입니다. 그 동안 업로드를 미뤄두었다가 올리다보니 시간이 추운 겨울을 앞두게 되었네요. 이점 참고하시고 읽어주세요-
“날이 따뜻해져도 내 마음은 아직도 겨울인가 봅니다. 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올거라 생각했는데...봄이 아닌 빙하기가 이어 지는가 봅니다. 그래도 찬란한 봄을 기다립니다.”
2015년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있을 때, [메르스]라는 중동발 바이러스로 한 차례 난리가 났어. 서울 코엑스와 부산 벡스코 전시회에는 관람객들이 드문드문 방문했고, 전체적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야심차게 출시했던 많은 신제품들이 관심은커녕 바로 창고에 머물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했어.
그 다음 해에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외교마찰로 [사드]가 이슈가 되었어. 한참 K뷰티와 한류가 중국을 휘젓던 때라 갑작스런 사태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던 많은 화장품/콘텐츠/엔터테인먼트 회사들과 한중 무역을 하던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었지. 심지어 대기업이었던 롯데그룹 마저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구.
올해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코로나]일거야. 질병에 대한 공포뿐만 아니라 경제적/사업적 리스크로 인한 두려움을 넘어 곧장 현실이 되어버렸어. 이번 칼럼을 쓰고 있는 지금도 여기저기서 조용한 곡소리가 들려오고 있어. 특히, 스타트업에게는 너무나 혹독하고 잔인한 한해가 예상되지. 많은 투자사들이 상반기 투자는 보류하였고, 기업들은 충격적으로 떨어진 매출로 인해 현금보유에 총력을 기울다보니 전체적인 분위기가 위축되고 있어.
사실 우리에게 좋은 소식들 보다는 항상 암울하고, 부정적이고, 힘들 거라는 소식들이 더 많잖아. 매년 상승하는 인건비와 늘어나는 이자부담, 고정비용 증가와 나날이 치열해지는 경쟁과 빠른 트렌드 변화에 의한 제품수명 주기가 짧아지는 패턴이다 보니 사방에서 욱여쌈을 당하는 느낌이랄까?
고립무원, 사면초가와 같은 스타트업의 숙명 속에서 우리는 어떠한 자세를 갖추어야 할지 이야기 나누어 보자구.
1. 자신만의 동굴 속으로 숨어들어가는 대표는 최악!
좌절(挫折)이라는 말은 계획이나 진행하던 일에 있어 마음이 꺾여 묶이는 상태를 뜻해. 감당하지 못할 만큼 큰 리스크를 마주했을 때, 좌절이라는 단어는 우리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해.
의지가 꺾이고, 멘탈이 무너져 털썩 주저 앉아버리는 상황을 경험해 보면 피부에 와 닿을 거야. 그쯤에 어떤 대표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게임을 하기 시작해. 또는 영화를 보거나 평소에 멀리했던 술을 과하게 마시며 현실도피, 문제 회피라는 방어기작이 발동하게 되지. 나 역시 문제를 잊으려고 하고, 애써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전혀 없지않아. 이별의 상처는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하지만 사업의 문제는 결코 시간이 흐른다고 나아지거나 해답을 주지 않아. 오히려 감당하지 못할 것 같던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진짜 감당하지 못하는 사태로 진화할 거야.
우리가 멈추어 앉아 있으면 회사도 멈추어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뒤떨어지게 되지.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시작하면 가속도가 붙는다고 하는데 역으로 퇴보하는 속도도 엑셀을 밟듯 가속이 된다구. 누군가 답을 찾아 주겠지란 안일한 생각 따위는 버려야 해. 결국은 남도, 시간도, 그 어떤 것도 대신 해결해 주지 않아.
공룡이 멸종하게 되고 포유류의 전성기가 도래하는 경계선 어디쯤인가에 결정적인 차이가 무엇이었는지 곰곰이 생각 해 보자구. 포유류의 활동량은 어마무시했어. 그렇기에 급변하는 환경에서 더 빠르게, 더 많은 생존의 기회를 마주 했을 거야.
그렇기에 우리는 더 활발하게 뛰어다녀야 해. 대표라는 이름의 무게를 이겨내야 하는 사람이 동굴에 숨어버리는 볼썽사나운 꼴을 보인다면 어느 누가 너를 믿고 따르겠니?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고 동정심으로 널 바라볼지언정 발 벗고 도와주러 올 사람은 없어. 사람은 위기상황에 직면했을 때,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게 되어 있거든.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에 비례해서 앞으로 더욱 경험하지 못했던 더욱 크나큰 리스크를 접하게 될 대표라는 위치일진대 당당하게 문제와 마주하고 해결방법을 찾아 동분서주하며 대안이라도 제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아무도 너와 동행하려 하지 않을 거야.
2. 성인 군자가 되려 하는 대표가 꼭~ 문제를 키우더라.
직장인일 때는 ‘구조조정’이라는 단어에 발작적으로 반응 했어. 경영진의 무능 혹은 시장 변화와 같은 외적 환경에 의한 충격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거라 생각했거든. 역지사지로 상대방을 가장 잘 이해 할 수 있을때는 자리가 바뀐 상황이야. 대표가 되어보니 효율성과 수익성, 비용의 절감에 민감해 질 수 밖에 없어. 게다가 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안위하면서 모두를 끌고 간다는 건 대표의 성향을 뛰어넘어 상상이 아닌 꿈속에서나 가능할 일일거야.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 냉혹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 구조조정의 카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살아남기 위해서 삼국지의 유비와 같은 리더십보다는 간웅 조조와 같은 리더십이 필요해. 인정과 덕으로 조직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 있는 반면에 냉철하고 강력한 통솔력에 의한 운영이 적합하기도 하거든.
그런 일이 가급적 없으면 좋겠지만 때때로 미수금이 발생하기도 해. 특히 어려운 시기에 미수금이란 사람 마음을 참 어렵게 하지. 재촉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대표의 입장에서는 닦달하는 모양새에 멈칫하거든. 상대방도 힘들 거라는 배려심이나 수금일을 연장해 주면서 한없이 신뢰로 버티기에는 우리의 재정상태가 뻔하잖아. 신뢰라는 것은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믿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야. 한 쪽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순간부터 신뢰에 문제가 발생하는 거지. 더불어 우리도 거래처나 상대방에게 결재를 미루거나 약속을 저버리지 말아야 해. 확실하게 룰을 지키는 자세가 신뢰를 오래, 굳건하게 만들어가는 정석이라구. 게다가 회사라는 존재와 대표라는 존재는 엄연히 다르다. 대표의 선택과 행동에 의해 회사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걸 안다면, 쉽사리 미수금을 인정(人情)으로 넘어가려는 마음을 접어두길 바래. 그 인정이 비수가 되어 네 가족과 직원들을 향하게 될거야.
그 때가 돼서 어쩔 수 없었다는 비겁한 변명으로 사람들을 사지로 내몰지 말아야 해.
착한 대표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해. 기업활동에 있어서 착하다는 것은 수익을 꾸준히 창출하면서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어가며 생존을 넘어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을 뜻하지.
외부에서 대표의 인성이 착하다, 선하다라는 말에 휘둘려서 당연히 해야 할 대표 본연의 직무를 망각하거나 애써 눈감으려 한다면 회사 동료를 비롯해서 주변 사람들의 희생 위에 혼자 고고한 척, 우아한 척하는 진정한 소인배일 뿐이야.
3. 대표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잡아라.
항상 평화롭고 안정적인 삶을 누구나 꿈꾸지만 스타트업의 실상은 매일이 전쟁터고, 하루에도 몇 번을 골머리 싸매며 일촉즉발, 백척간두의 상황을 마주하고 살아가잖아. 그런 상황에서 하늘이 무너지더라도 솟아날 구멍을 만드는 게 대표의 역할이야.
말은 쉽게 했지만 현실적으로 예측/대응이 가능한 리스크와 달리 갑작스레 다가오는 외적 문제들을 겁내지 않는 대표는 없을 거야. 더군다나 지금 막 시작해서 아무 것도 없는 스타트업보다 이제는 지켜야 할, 갖추어진, 만들어진 것들이 있는 상태의 스타트업에게는 더더욱 두려움이 커지지.
이때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역전의 용사가 탄생할 절호의 타이밍이기도 하지. 때로는 나른한 회사가 되어버린 곳에서는 대표가 무얼 하는지, 어떤 이유로 대표인지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하지만 힘든 시기에 고군분투하는 대표의 모습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존재감을 각인시켜 줄 수 있어.
점잖 빼고 있는 대표가 아니라 싸움닭이거나 치열하게 생존의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장수 같은 대표가 되어야 해. 전방위적으로 둘러쌓인 위험 앞에서 어떻게든 활로를 찾기 위해 때로는 돈에 탐욕스럽고, 평소와 달리 과감하게 배팅할 수도 있어야 해.
우리의 아이템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것이 아니더라도 생존이라는 미션 앞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는 억척스러우면서도 쟁취하고자하는 필사적인 발버둥이 필요해. 가까운 친구들이나 지인들에 영업하는 것이 뭐가 어때? 가족에게 돈을 빌리고, 한 번도 아쉬운 소리 한 적 없던 거래처에게 도와달라는 말 한마디 전하는게 뭐가 어때서? 경기불황에도 살아남는 기업은 언제나 있어왔고 고객들이 지갑을 안 열어도 버텨내는 기업들은 꾸준히 존재해 왔어. 모두가 같이 겪는 어쩔 수 없는 광범위한 외부문제라고? 바보야! 문제는 대표라고!
배곯아 죽기 직전까지 간 선비는 결국 굶어 죽거나 도둑이 되어 버린다구. 더군다나 우리는 고상하려고, 득도하기 위해서 창업한 것이 아니라는 걸 기억해야 해. 배부르진 않더라도 굶어 죽을 정도는 되지 말아야 해.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부른 소크라테스가 되는게 최선이야. 우리가 여유가 있어야 더 객관적인 판단과 올바른 행동을 있어.
사장에게는 회사가 문을 닫는 것만큼 큰 죄는 없어. 남들에게 백날 박수 받아도 정작 우리 회사, 우리 멤버들에게 손가락질 받는다면 크게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 거야. 회사 직원들, 거래처나 협력사들, 투자자들, 더 나아가 고객들에게도 좋은 서비스, 좋은 품질, 좋은 가격을 제공하기 위한 최고로 선한 행동은 회사가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고 지속하는 것이야.
올해는 나를 비롯해서 많은 창업자들, 심지어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선 경쟁사들에게마저도 힘겨운 시절이 될거야. 하나 둘씩 눈물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허탈하게 문을 닫는 기업들이 속출할거야.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도록 악으로, 깡으로 생존의 활로를 찾아야 해. 살아남자! 살아서 우리 다시 만나자. 겨우 살아남아 여전히 배고플지라도 서로 마주보며 씨익 한 번 웃고 전심전력으로 뛰는 생존자가 되자. 찬란한 봄을 향해 내달리자. 파이팅!
- 이 글을 업로드하려고 보며 다시금 읽어보니, 비록 우리에게 추운 겨울이 될거라고는 말했지만 마음 한켠으로는 올해 여름쯤에는 그래도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길, 종식될 날이 오겠지라는 희망을 기대했었는데...여전히 우리는 그 녀석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네요. 그러나 우리는 잘 해내고 있습니다. 잘하고 있습니다. 잘 이겨내야 합니다. 독자 여러분도 정말, 진심으로 이 겨울을 극복하고 봄날을 고대하며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