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뷰티 연금술사 Dec 24. 2020

태산을 보고 한숨짓지 마라.

정작 나를 넘어뜨리는 것은 네 발 앞에 돌멩이니까.

위로와 응원이 필요한 날들의 연속이야.

정말 무기력하게, 의지가 꺾이는 일이 많았던 2020년이야.


새해를 맞이할 때만 해도, 

기대와 각오로 희망을 노래했고

설령 어려운 일이 생기더라도 

'그까짓 것쯤은 이겨낼 수 있다'고 자신만만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2월 2020년의 마지막을 회고하고 있다니 

허무하기도 하고, 아쉬움이 한가득 한데...

더 두려운 것은 내년에 대한 걱정과 고민 때문일 거야.


더불어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그러할 거야.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질병의 공포에 

사회활동도, 경제활동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되었어. 


새삼스레 말하기도 번거롭겠지만

매년 힘들어져만 가던 취업이나 이직도 

지금은 역대 최악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만큼 사정이 어려워.


내일이면 그래도 좋아지지 않을까?

다음 달이면 그래도 나아지지 않을까?

곧 좋은 날이 올 거야 라는 희망으로 매일을 이겨냈지만...


조금 좋아지려면 터지는 대규모 확진자 뉴스와

줄어드는 통장 잔고에 조바심이 들었고,

소비를 줄이고 줄였지만 밀려오는 카드 명세서에 

한 숨이 아니라 열 숨, 백 숨을 쉬어도

해답이 보이지 않았을 거야.


그렇게 이 고난의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고

오히려 2020년만 끝을 보게 되었지.


 


아무리 좋게 포장하려 해도

너무나 힘든 시기라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봐.


갓 카페를 오픈했다고 날 초대해서 언제든 놀다 가라고 했던 친구는 8개월도 안 되어 점포를 내놓았고,

사업을 확장한다고 사무실 인테리어와 지사까지 내고 신규 채용을 확 늘렸던 선배 대표님은 다시 공유 오피스로 옮기면서 짐을 정리하고 모든 계획을 취소하며 술 취한 밤에 전화로 하소연을 하더라.


나도 그리 여유롭지는 않아.

그나마 버티고 있고, 그나마 억지로 힘을 쥐어짜고 있는 거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서 애는 쓰는데...

생각만큼 결과가 별 볼 일 없더라고.


우리 모두 참 어려운 한 해를 보냈네.



내가 영화관에 가 본 게 거의 5~6년 전인가 그럴 거야.

[7번 방의 기적]이란 영화가 마지막이었으니까.


집에 티브이 수신을 끊은 것도 7년 정도 되었고,

게임이나 심지어 휴대폰 게임까지도 하질 않고

SNS도 계정은 있지만 뜸하게 확인하는 정도일 뿐 무던한 편이야.


일할 때 듣는 음악은 그나마 오래전에 플레이리스트로 담아 놓은 옛 노래들이고,

당연히 최신 음악은 가끔 운전하면서 들려오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걸 듣고 흥얼거리는 정도?


그러다 BTS(방탄소년단)의 "life goes on"이라는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되었어.

처음에는 그냥 스쳐 지나가듯 본 뉴스에서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 보이 그룹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정작 노래는 들어 본 적이 없거든.


근데 BTS의 "life goes on"이라는 제목에 너무 마음이 끌리는 거야.


그래서 유튜브를 통해 검색을 했지.


Wow...

그들의 퍼포먼스와 노래, 그리고 전 세계적인 "아미(Army)"라는 팬덤을 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


불현듯 2017년에 그들이 한참 동남아시아에서 활동할 때, 

그들의 소식을 공항에서 접할 수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어. 


내 기억으로는 청년창업사관학교를 통해 동남아시아에 바이어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고,

방콕이었던 것으로 기억해.


TV 전광판에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가 나오고 있었고,

솔직히 그들을 알지는 못했어. 

그냥 동남아시아에서 인기 있는 아이돌 중 하나라고 정도로 지나쳤고,

현지 통역사가 방탄소년단을 모르는 나를 오히려 의아해했다는 것만 기억이 나.



그들의 스토리, 다큐를 얼마 전에 찾아봤어.

어쩌면 내가 가장 문외한이었던 연예계/음악이라는 영역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소름 끼치게 공감되고, 마음속 깊이 찡한 감동이 생기더라고.

나도 모르게 플레이 리스트에 그들의 노래를 하나 둘 올려놓았지.

그리고...

사그라드는 희망이라는 단어에 불씨를 다시금 소생시켜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



매년 새해 소망을 쪽지에 적어서 지갑에 넣고 다니며...

지칠 때마다 꺼내보고 마음을 다시 잡는데...


다가오는 2021년을 향한 목표와 꿈을 적는데 망설여지더라.


마치 높고 험준한 산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내년의 전망도 너무 부정적이고 암울한데...


하지만 올해 내가 얻은 가장 큰 소득이라면

운동을 하면서 체중을 감량하고, 

작은 일들에 집중하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목표들을 달성했다는 거야.


https://brunch.co.kr/@seonhongchae/217




우리는 너무 큰 걱정과 고민 앞에서 쉽게 포기하곤 해.

패배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레 패배하는 달인이 되는 것 같아.


중국 산동성에는 "5악 중 으뜸"이라는 태산(泰山)이라는 산이 있어

우리 속담에 [걱정이 태산],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도 여기를 뜻하는 건데...


학창 시절에 외웠던 시조가 떠오르더라고.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도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 양사언: 조선 전기 4대 서예가 - 



그로 인해 작은 깨달음을 얻었어.


너무 큰 문제에 지레 겁먹고 물러서지 말자.

지금 눈 앞에 작은 것부터 하나씩 이겨내자.




여기에 좀 더 추가하고 싶은 구절이 있어.

원문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의역한 내용은 마음에 담아두었던 글귀이며,

더 간략하게 정리한 글이었지.


"높은 산을 보고 두려워하지 마라.

사실 너를 넘어뜨리는 것은 작은 돌멩이니까."

(태산을 보고 한 숨 짓지 마라. 정작 나를 넘어뜨리는 것은 내 발 앞에 돌멩이니까)


내년 계획이 안 떠오른다면, 막막하다면

그건 그거대로 억지로 세우려고 하기보다는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오늘의 삶에 충실하자.


내가 해야 할 눈 앞에 일,

내가 풀어야 할 오늘의 숙제들,

일상적으로 해 왔던 순간순간의 평범한 일들에 집중하자.


우리, 오늘도 한 걸음 더 내딛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