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장만 바라보기보다는 내 지역부터 챙기기
한껏 부풀었던 글로벌의 꿈을 현실로 체감하다 보니...
결국은 국내에서 잘하지 못하면 해외에서도 듣보잡 레벨임을 깨달았어.
물론 처음부터 해외시장, 타겟시장에 맞춰서 출시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예외야.
나처럼 어정쩡한 시장 포지셔닝을 정했을 때, 그렇다는 거야.
팔면 팔 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였고(원가/판매가 조정 실패)
인증이라던가, 수출을 위한 준비가 허술했어(시장 침투 전략의 부재)
바이어들은 디자인과 특이한 제품이라 환호했지만,
가격과 레퍼런스가 없다는 점에서 망설이다가 연락이 두절되곤 했지.
그래서 국내 크라우드 펀딩으로 잠시 눈을 돌렸지만
반짝 효과를 지속적인 매출이나 주문으로 연결시키지 못했어.
가장 활발하게 해외로 나가던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베트남 호치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싱가포르, 홍콩,
중국의 심천/광저우/청도/베이징/상하이,
태국 방콕, 일본 후쿠오카/도쿄를 왕복했건만...
결국 수출 성과는 몇 백만 원 수준에 그쳤고,
그에 비해 지출한 비용은 항공사 마일리지로 여러 번 국내를 돌아다닐 정도였지.
그렇게 해외 시장 진출은 쉽지 않다는 걸...
내가 준비가 정말 미흡했다는 걸 알기까지 수업료를 톡톡히 치렀어.
무엇보다 시간 소모가 컸던 것이 아쉬웠지.
물론 그 사이에 핑계를 댈 것은 많아.
중국과의 사드 문제로 인한 외교적 분쟁이 극심했기도 하고,
중국을 피해 너도나도 동남아시아로 몰려가서 경쟁이 치열한 중이었다는 거랑
일본과도 사이가 안 좋아지면서 눈치 보며 비행기를 탔을 정도였다는 걸
변명으로 들먹일 수도 있겠지만....
솔직한 내 고백을 하자면,
그냥 내가 수출에 대한 준비가 덜 되었고
내 제품이 대량 구매로 이어지기까지 매력이 없었던 거야.
그렇게 한국에 돌아와서 정신을 차리니
우선은 지금 당장 매출을 올리는데 집중해야겠더라고.
독특한 단일 제품으로 승부 보려 했던 전략에서
일반적인 다양한 제품으로 라인업을 늘려야 했어.
그리고 네이버 스토어 팜/쿠팡/위메프/자사몰을 열고,
상세페이지에 신경을 써야 했어.
더불어, 좀 더 생산 단가를 줄이기 위해
원료 구매부터 생산까지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수정하고,
견적 비교부터 다시 손봐야 했어.
틈틈이 글로벌을 위한 외국어 카탈로그를 7개 국어로 준비하는 반면에
제품 이미지 사진을 최대한 늘리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제품 광고를 시작했지.
그럼 결과는 어땠냐고?
기대와는 달리 엄청난 매출이 일어나지는 않더라.
문맥상 이렇게 턴했으면 뭔가 드라마틱한 결과를 예상했겠지만
현실은 또 예상이 빗나갔어.
반전이지? 왜냐고?
먼저, 인스타그램/인플루언서 광고 등은 생각보다 비용 대비 효과가 미미했는데
그 이유는 너무나 많은 기존의 업체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팔고 있었다는 점이야.
두 번째로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해서 팔아봤는데 정말 그럴듯한 곳에 들어가지 않는 한,
그냥 눈길만 주고 지나치게 되는 쇼윈도 제품으로 남아버리더라.
입점비와 판촉비를 지불했지만 그게 매출을 보장하지는 않더라고.
셋째로 온라인 채널을 늘렸지만, 제대로 된 고객응대와 관리/이벤트 등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니까 고객을 잡지 못하겠더라. 마케팅의 기본 전략자체가 없이 남들 하는 대로 따라 했더니 별 다른 차별성도 없었어.
결정적으로 위의 마케팅/판매 전략의 가장 큰 미스는...
타겟 범위를 좁히지 못했다는 거야.
너무 두리뭉실한 타겟고객층을 정하다 보니 광고/마케팅 비용은 많이 들어가지만
정작 우리 제품을 구매할 고객들은 그물 사이로 빠져나가는 물인 양 거침없이 흘러가버리더라고.
결과론적으로
더 좁은 범위에 우리 진성 팬이 될 고객들에게 집중했어야 효과를 볼 수 있었다는 거야.
그래서 "글로컬"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봐.
글로벌로 나가기 위해서는 로컬에서 우선 성공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쓰이고,
글로벌일지라도 작은 지역이라는 범위에서부터 확장해 나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해.
이러한 가설은 멀리 있는 고객보다는
가까이 자주 접할 수 있는 고객을 충성고객으로 이끌어낼 때,
그들이 시장 확장에 있어서 마중물이 되어 바이럴을 일으킨다는
가장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마케팅 이론에서 나왔어.
글로컬(Glocal)이란?
로컬 제품이 인기를 얻어 글로벌 파급력을 지닌 후,
다시 다른 지역 시장과 결합하여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하는 것을 뜻해
영국의 사회학자 롤랜드 로버트슨이 만들어 제안한
Glocalization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단어야.
글로컬이 가설에 불과했냐고?
아니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기업들의 성공 사례가 있어.
미국의 지역 중심으로 시작한 햄버거 집이
전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맥도널드]를 떠올리면 되지.
그 외에도 롯데리아/나이키/디즈니 등의 성공사례가 있지.
반면에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실패한 대표 사례로는 월마트, 까르푸를 들 수 있어.
단지 출발점에서 로컬에 집중했다는 이야기는 아니야.
포인트는 어느 지역이든가 그곳의 현지에 대한 이해와 적용 가능한 점을 찾아내서
고객들의 마음을 얻어낸다는 거야.
이러한 경험이 축적되면서 자연스레 어떤 나라, 어떤 시장에 진출하든지
막연하게 글로벌 스탠더드를 들이대거나 인위적인 잣대를 내세우는게 아니라
현지 기준, 현지 문화와 구매 패턴 등을 적용한다는 거지.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좋은 예로는
BTS(방탄소년단)의 사례를 들 수 있어.
전 세계 최고의 보이 그룹이면서
언제 어디서나 흘러나오는 그들의 노래와
유튜브에서 그들의 콘서트나 공연에 대한 리액션 컨텐츠가
하루가 멀다 하고 세계 전역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초기에 BTS의 기획사는 작고, 영세하다는 이유로
방송 스케줄 잡기조차 힘들었다고 해.
멤버들의 인터뷰에서 그때 당시 누군가의 땜빵으로라도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길 기도했다고 하지.
결국은 빚을 내가면서 해외의 지역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했고,
국내에서는 방송에 설 곳이 없기 때문에 SNS로 꾸준히 자신들의 팬과 소통했지.
그들의 다큐를 보면서
처음에는 방탄소년단이라는 네임이 촌스럽다고,
힙합 하는 아이돌이라는 딱지가 붙어서 정통 힙합 하는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SNS 역시 처음에는 너무 더디게 팔로워가 안 늘었기에 힘들었다고 고백하더라.
하지만 확실한 건,
그들의 노래와 퍼포먼스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자작한 소통이 끊이지 않았고,
그들이 다른 친구들에게 방탄소년단을 대신해서 설명해 주는 빈도가 점차 늘어났다는 거야.
물론 그것이 다른 네임드 있는 아이돌들에 비해서는 미비한 수준이었지만,
그들의 팬심이 누구보다 열성적이고 충성도가 높았던 이유는
언제나 sns에서 멤버들 모두 혹은 개개인의 삶을 공유할 수 있었고,
화면이나 음성으로만 접할 수 있어 손에 닿지 않는 대형 아이돌이 아니라
매일 뭐 하고 있고, 고민에 응답해 주는... 멀지 않은 이웃과 같은 아이돌이었다는 점이었어.
우리는 춘천에 위치하고 있기에 춘천의 고객에게 집중하고 있어.
그리고 자사몰을 통해 꾸준히 구매해 주고 있는 고객들에게 더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그렇다고 실패나 실수를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겠지만
이전보다는 더 단단해지고, 더 디테일하게 대응할 수 있을 거야.
코로나로 해외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오히려 우리가 뜬구름 잡는 이상을 좇기보다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현실에서의 문제풀이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 같아.
다들 힘내고,
오늘도 파이팅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