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 내가 세속적인 창업자가 된 이유!
아직도
필자가 쓴 브런치를 기웃거리고
이 글을 읽고 있다면,
1) 처음에 필자가 한 경고를 무시하거나,
2) 아니면 각오를 다지고 스타트업에 발을 들여놓았거나,
3) 그냥저냥 이미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에 놓였으리라.
어차피 시작된 스타트업의 길이라면,
이제부터 필자는 당신의 편이 되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지금 당장 급한 이슈는 무엇일까?
검색어로
'스타트업', '창업', '아이디어', '자금' 등을 두드리면서
필자의 글을 만나게 되었을 당신은
창업활동을 위해,
제품/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마케팅을 비롯한 사업활동을 하기 위해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이런저런 카페나 모임을 찾아다니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헤매고 있었을 당신에게
응원 한 스푼과
수고가 많다는 위로 반 스푼에
필자가 직접 경험한 조미료를 살짝 뿌려보겠다.
여러 강연이나 모임을 통해
유명한 스타트업 컨설턴트나
성공한 창업자들에게
스타트업이 무엇인지,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해 들어봤을 테다.
물론,
필자도 늘 배우고, 익히고, 만나러
시간 쪼개 발품을 팔고 있다.
모든 부분에서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강연과 모임은
창업자로 살아가는 필자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준다.
Anyway,
주제로 돌아가서,
스타트업의 세계로 뛰어든 사람이라면
일단, '아이디어 또는 아이템'은 가지고 있다.
(창업자 다 가지고 있으니까 이건 지극히 평범한 조건이다.)
좀 더 사전 준비한 사람은 팀빌딩을 해서
초기 창업 멤버 또는 동료도 갖출 수도 있다.
그렇다.
자금이 부족하거나 거의 없다.
필자의 창업 히스토리를 뒤돌아보면
돈이 없어 중도에
그만두는 창업자가 대부분이다.
1) 사람을 못 구했어요?
: 돈만 많으면 고급인력 채용했겠지.
2) 마케팅에서 실패했어요?
: 돈만 많으면 전문업체 의뢰 주고
꽤 그럴듯한 홍보를 했겠지.
3) 제품 개발에 실패했어요?
: 돈만 많으면 어떻게든 만들었겠지.
물론 다소 자극적으로 과장했다.
인정한다.
자금이 모든 해결책은 아니다.
하지만 자금이 충분하지 못하면,
불편하고,
막히고,
어려움이 너무 많은 건 사실이다.
창업자 또는 창업팀이
노력과 열정만으로
극복하기 힘든 장벽이
바로 자금이다.
필자를 세속적인 창업자로 생각할 수 있다.
창업자가 왜 돈. 돈. 돈 그래야 하는 걸까?
무식하고 현실적인 상상 한 번 해 볼까?
아주 신박한 아이디어가 있어서
창업을 하려고 한다.
서울/경기와 지역마다 임대료가 다르지만
보증금은 빼더라도 월세와 관리비는?
아끼기 위해서,
정부나 지자체에서 빌려주는 공간에
입주한다... 를 추천하고 싶지만,
경쟁이 치열하다.
결국은 창업자 본인의 거주지를
주요 공간으로 잡고,
도서관이나 카페,
요즘 늘어난 창업 카페, 공간 대여 등을
돌아다니며 사업을 준비한다.
그냥 '메뚜기'족이 되어
이 공간, 저 공간 찾아다니며
고정비용을 아낀다.
그래도
먹고, 마시고, 대여하고, 이동하고
비용이 발생한다.
초/중/고/대학교 친구라던가,
군대 동기라던가,
동네 친구라던가,
회사 동료였던가,
친인척이던가,
결국 초기 창업 멤버는 지인의 범위에서
살살 잘 달래고, 꼬드겨서 시작한다.
(스타트업이란 험한 길에 물귀신 작전을 써서 미안하다. 동료들아~)
돈이 없으니까,
창업자가 지분을 제시하던가,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던가 했겠지.
(막간을 이용해 오지랖을 부리자면,
초기에 월급을 제시하는 스타트업을 제대로 못 봤다.
그 상황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지인은 몰라도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을 끌어들일 거면
인간적으로 최소한 법으로 정해진 월급은 줄 수 있을 때,
채용하자. 제발~ 쫌!)
어쨌든 지인들은 넓고, 깊은 아량으로
창업자를 불쌍히 여겨 무급으로 합류하여주곤 한다.
때론 지인들은 환상과 콩깍지가 쓰인 상태로
창업자를 신봉하며 무급으로 자발적 노예 대열에 가입한다.
뭐가 됐든, 무급이다.
어떤 경우는 식대도, 모임 비용도, 차비도 각개 지출이다.
어떤 미래를 확답받고 이렇게 창업 멤버에 뛰어드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이런 형태는 성과 또는 외부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지
않으면 금방 식어버리거나 해산하더라.
잘 훈련된 군인들도
무인도에 고립되어, 오랜 시간 굶주리면
서열이고, 나이고, 계급이고 다 필요 없어진다.
(영화 실미도에 생생하게 묘사 되어있다)
잡아먹겠다고 안 덤비면 다행이지.
그래서,
롱런하기 위해서는
지인일지라도
소정의 활동비는 준비해야 한다.
어째 어째 해서
공간도, 인력도 확보했다 치자.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데 드는 비용은
생각보다 크다.
그냥 큰 게 아니라 무섭게 증가하는 특성이 있다.
디자인하고 사업계획서 짜고,
시장 조사하는 부분은
직접 수행한다고 가정한다 해도,
특허나 그 외 지식재산권 출원,
재료나 장치/기기(사무용 포함)는
적은 비용에 속한다.
실제로 시제품(prototype)까지
구현하는데,
외주를 줄 수밖에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급인력을 채용하더라도 비용은 순식간에 늘어난다.
월급날이란 게
지급하고 나면 금방 한 달이 지나는
마법과도 같다.
외주업체에서는
최소한의 수량과 비용을 산정하더라도
몇 백에서 몇 천은 금방 깨진다.
이것도 예상기간 안에 한 번에 오케이 되는 경우고,
실제로는 예상기간보다 두 세배는 더 걸리며,
그 안에 잦은 오류 수정 및 보완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왜 비용이냐면,
고정비용뿐만 아니라
외주업체의 인건비가 비례적으로 증가하고,
추가 비용을 부담할 수 없으면, 외주업체는 안 움직인다.
진짜 돈이 많이 드는 것이 바로 "그 외"이다.
제품의 경우, 각종 인증/인허가/시험의뢰 비용이 기다린다.
서비스의 경우, 마케팅 비용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아이템이 구현되면, 다 끝날 것만 같았던 장밋빛 미래가
현실로 피부에 와 닿고,
눈으로 통장이 텅텅 빈 것을 보게 되면
산산이 흩날려버린다.
이미 이때는 오도 가도 못하고
돈에 쪼들려 긴 밤 지새우고,
대답 없는 메아리를 허공에 외치게 된다.
이쯤이면,
팀원(멤버, 직원)들이 완전 지쳐있다.
하긴 이 단계까지 남아있어 주기라도 했다면,
창업자는 존경심과 경외의 눈빛으로 꼭 안아주어야 할 거다.
(그리고나서 제갈길로 뿔뿔이 흩어질 수도 있다.)
다수의 컨설턴트나 강의자들은 돈의 중요성보다
창업자의 마인드, 회사의 설립정신, 비전과 핵심역량 등
정성적인 가치를 더 높이 강조한다.
반은 맞는 말이다.
회사의 존재 목적과 기본 정신이 바로 안 서 있으면
돈이 풍족하더라도 회사가 산으로 간다.
회사의 영혼은 확실하게 정의되어져 있어야 한다.
나 역시 항상 기업가 정신과
마인드, 문화, 비전 등의 가치들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살아있어야" 한다.
그냥 말로 떠벌리는 게 아니라
그러한 가치들이 살아 움직이고,
구현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자금은 절실하다.
돈이라는 요소는 회사에게 혈액이다.
구성원들에게,
제품이나 서비스에게,
회사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인허가, 인증, 세금고지서 등에게
영양을 공급하여 성장시키고 회사의 육체를 유지하게 해 준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리 좋은 비전과 정신을 갖추더라도
이를 지탱할 육체가 있어야 한다.
이를 실행할 몸뚱이가 살아있어야 한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배부른 돼지가 나을까?
아니,
이왕이면
배부른 소크라테스가 최선이다.
회사가 생명으로 거듭나야
투자자가 성장시킬 관심을 가지고,
정부 또는 민간에서
인큐베이팅을 지원해준다.
요즘은 단지 아이디어만을 평가해서
예비창업자라는 신분으로 창업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다.
어찌 보면 정부든,
민간이든 주체의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큰 프로그램이다.
아직 영혼조차 희미하게 두리뭉실한 상태에서도
생명으로 태어나도록 지원해 주겠다는 건데
그만큼 중도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기업도
수두룩 할 거란 걸 알면서도
도와주겠다는 강력한 의지랄까?
그래서,
필자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스타트업에게는, 예비창업자에게는
아직은 길이 많이 열려있는 상황이라고 본다.
미국이나 이스라엘, 중국, 유럽 식의
창업환경과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에
단순 비교하여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모든 시스템은 장단점이 있고,
규모가 있고, 오류도 있고, 대안도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과
상황과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여
살아남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직원들에게 월급을 줄 수 있고,
제품을 만들 수 있고,
고객 앞에 설 수 있도록,
자금을 구하는데,
개똥밭에서라도 구르겠다.
흙탕물이라도 마시겠다.
회사의 비전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수혈하기 위해서라면,
악착같이 자금을 졸라대고,
미친 듯이 매출을 올려서,
회사 구성원들 앞에서만큼은 떳떳한 대표가 되고 싶다.
그거면 필자는 스타트업 대표로서
개똥밭에 구를 수 있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