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로만 말하는 게 스타트업이라고요?
현대 사회에서 과정보다 결과라는 말이 대세가 된 지 오래다.
일견 그럴듯하게 보이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좋으면 다 좋은 거다."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
"결국은 결과를 보려고 과정을 거치는 거잖냐"
요즘 잘 나가는 대표가
"그래도 스타트업은 결과가 증명이잖아.
채 대표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사업은 결과적으로 생존해야 하고,
매출을 내야 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게 선(善)이라고
중간에 망하거나 숨만 붙어 있는 것은 악(惡)이라고"
"예! 그 부분은 여전히 변치 않은 생각입니다만,
그렇지만 전 사업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앞뒤 안 맞는 소리야?"
"그럼 제 이야기 한 번 들어보세요."
창업자든, 대표든, 사장 이든 간에
회사를 이끌어가는 경영진의 입장에서
돈을 벌어오지 못하면,
돈을 구해오지 못하면,
자격미달이라는 점은 변치 않았다.
그러기 위해 진흙탕이라도 굴러야 한다.
자존심보다 목적 달성이다.
내가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해서
고객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여기에는 지극히 당연해서
언급할 필요도 없는 전제조건이 있다.
범죄나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사회 규범에 벗어나는 행위로
돈을 버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그런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된 세상이
이상한 건지, 내가 이상한 녀석인지 헷갈리네.
난 지극히도 과정 우선주의다.
올바르고, 합리적인 과정,
계획적이고, 유연성 있는 과정이
보편타당하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든다고 믿는다.
많은 스타트업 리더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매출이 일어나고,
수익이 증가하는 것이 결과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심지어 투자를 유치한 것을 결과라고 믿는 사람도 있더라.
그것은 여러 가지 과정 중에 지표일 뿐이다.
그것을 마치 결과인 양 착각하니까
잘 나갈 때, 결과가 최고야~ 외치는 거다.
이런 분들은 매우 위험하다.
사업에는 흥망성쇠가 있고 굴곡이 있고,
마치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어디로 튈지 모른다.
결과라고 믿는 것들이 무너지기 시작할 때,
이런 분들은 세상이 무너진 듯,
인생도 같이 포기하려 하는 경향이 크다.
어떤 분들은 남의 돈으로 받은 투자들을
성공인 냥 여기고,
숨겨져 있던 본성들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그렇게 변질되는 사람들도 있다.
오만해지고,
코가 높아지며,
어느 순간 안하무인이 되어버린다.
그러다 한 순간에 추락하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몇몇 유명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범죄를 저지른다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고객을 배신하고, 직원들을 갈취하며,
자금을 횡령하고, 문란한 삶을 살기도 한다.
그들은 잘 나가고 있었다.
그래.
잘 마무리된 게 아니라...
잘 나가고 있는 현재 진행형!
과정 중에 있는 거다.
사업에 결과가 좋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업을 문제없이,
잘 접어서 더 이상 사업 근처에 얼씬도 안 한다면,
그때는 참 좋은 결과로 마무리하셨네요라고 말해 줄 수 있다.
우리가 사업에서 손을 끊는 날이 결과다.
우리가 세운 목표가 달성되는 것이 결과다.
그 전까지의 모든 행동과 지표와 성장은 다 과정이다.
투자 좀 받았다고,
손익분기점 넘었다고,
여기저기서 불러주는 유명인사가 되었다고,
고작 그런 것이 목표였다고 말하진 않겠지?
그럼 과정이 왜 중요할까?
올바른 기업가정신이라고
굳이 거창하게 말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쉽게
살아있는 양심에 따르는 기업가가 되는 것이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사과하고, 수정하고,
다음에는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
사업가는 합리적인 결정을 우선시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올바른 결정을 무시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때로는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면서
올바른 결정을 하는 때도 있다.
무조건 공공의 이익이 되는 선한 결정을 하라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남의 눈에 피눈물 흘리게 하지 말아야 하며,
적어도 나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이 남지는 말아야 한다.
법은 최소한의 규칙이다.
하다못해 최소한의 규칙조차 무시하면서
돈에 눈이 멀어버린 기업가는
과연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까.
좀 더 멀리 보자.
돈은 수단이고, 방법이고,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도구이다.
수익을 내고, 비용을 줄이고,
가치를 높이고,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활동이
돈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그 돈이라는 것조차도
수단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궁극적으로 사업하는 이유가 결과에 가까운 답이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지극히 개인적으로
돈이 목표라는 사장님들이라던가,
잘 사는 것이 목표라는 대표님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조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라던가,
세계평화를 위하여라는 식의 두리뭉실하고
짧은 문장으로 얼버무리는 분들도
왠지 나랑은 코드가 안 맞는다.
간단한 질문 같지만, 참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다.
나는 이 질문에 대하여 단계별 답변을 한다.
1. 우리가 만든 제품을 세계여행 중에 사고 싶다.
그것도 가족여행 중에 자식들에게 자랑하면서...
2.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업계에서
세계 최대의 시장 점유를 하는 L사와 E사, S사와
같은 레벨로 키워야겠지.
3. 그 전에는 국내에서 적어도 A사와 L사는
넘어서야 할거 아니야.
4. 우선은 H사와 N사라는 규모는 능가해야 할 거고.
하다못해 3년 안에 G사 정도는 벤치마킹해서 넘어가고 싶다.
5. 당연하게도 지금 수준에서 도달해야 할
가장 작은 통과점은 S사와 I 사라고 생각해.
6. 그러면 그들은 얼마나 벌고 얼마를 남기는데.
진출한 시장은 어느 정도고
어느 규모의 회사일까?
7. 그렇게 되려면,
얼마가 들어가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고,
누구와 협력해야 할까? 어떤 차별성으로 상대할까?
8. 지금 우리가 가진 것과 없는 것은 무엇이고,
이걸 해결하려면,
사람/돈/시간/기술 등 어떤 게 우선적으로 클리어 돼야 하지?
한 번에 달성하기 어려우니까, 좀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고
세분화해 보자.
이것이 바로 내가
목표를 기준으로 사업계획서를 쓰는 방식이고,
목표를 중심으로 마일스톤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며,
벤치마킹과 협력, 전략을 만들어가는 스토리이다.
세상을 바꾸려는 위대한 창업가들이 있다.
그들은 나와 달리 정말 큰 뜻으로 사업을 하는가 보다.
기아와 에너지 불균형, 기후변화를 해결하고자 한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여러 활동을 한다.
닮고 싶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럴 위치도 아니고,
그런 숭고한 목표를 가지기엔
시야가 좁고, 얕다.
그렇지만, 성장하고 있다.
괜히 어설프게 꿈만 크고
헛질 하는 것보다...
지금 내가 이룰 수 있는 작은 꿈들과
그 파편들을 모아서 쌓을 수 있는 꿈의 규모 내에서
조금씩 나는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 때에는 그런 위대한 기업가,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마음껏 담아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내 성향이...
보수적이고, 조심스럽다 보니
차근차근 하나씩 클리어해 나가면서
지경을 넓히는 스타일이라 그런가 보다.
그래서 더더욱 과정이 중요하다.
하나하나의 알갱이를 잘 쌓다 보면,
처음에는 낮은 흙더미지만
그렇게 차츰차츰 높아지면서
성을 짓는 모습이 내게는 더 현실감이 있다.
더 안전하고, 더 확실한 길이라고 믿는다.
사업이라는 게 사람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나 자신과의 관계,
동료들과의 관계,
고객과의 관계,
투자자와의 관계,
은인들과의 관계.
지인들과의 관계,
제삼자들과 의 관계...
잘못된 행동,
비상식적인 생각,
양심을 순간순간 상처 입히는 선택들은
결국은 신뢰를 깨버린다.
관계를 망친다.
그리고 사업을 망치게 될 것이다.
이 글을 읽다가 그런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손가락질받는 기업인 중에도 여전히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기업윤리를 저버려도 사업만 잘하더라~!"
"도덕, 윤리 따질 거면, 산에 들어가지 뭣하러 사업하냐?"
이 점에 대해 언제 한 번 내가 생각하는 "정의"에 대하여
글로 정리해봐야겠다.
경제적 성공,
넘치는 부,
무소불위의 권력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단순한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잘 안 알려져 있지만,
착실하게, 성실하게, 선하게
사업을 영위하는 분들도 계시다.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 것!
그리고 적어도 자기 자신은 속일 수 없다.
마무리로 한 마디만 더 하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