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뷰티 연금술사 Dec 19. 2017

즐기기만 할 것인가요?

즐겁게 일하는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건지...

왜 창업하셨나요?

스타트업에서 왜 일해요?


그 답은 각자 다르겠지만

스타트업에서 즐기는 일이라는 것은

무엇보다 매력적인 단어이다.


힘들고 어렵지만,

일은 즐거워요.

즐기면서 일하고 있어요.

그래서 버텨요.


그래?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즐거움만으로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나도 일은 즐기면서 한다.

단지, 즐기면서 한다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책으로 배운 창업과

실제 창업해서 겪는 하루하루는 너무나 큰 갭이 있다.



즐긴다고?

즐기기 어려운 일이 얼마나 많은데...


멘탈의 문제냐고?

아니,

좋아하는 일 한 가지를 하기 위해서 

하기 싫은 일 또는 좋아하지 않는 일 

아홉 가지는 해야 한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여러 번 해야 하는데

그것을 모두 즐길 수 있겠니?


나도 사람인지라,

슬럼프도 있고,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있고,

잘 안 풀려서 좌절할 때도 빈번하다.


그럴 때다만,

괜찮아. 즐기면서 하면 되지

즐거운 일을 하고 있는 거니까 참자라고

자기 최면을 걸까?


만약 엄청 더운 적도 근처의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었는데...

견딜만하다고 자기암시를 건다 하여도

잠시 잠깐은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다음 날, 다다음날까지 

쭈욱~ 더위에 놓여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더위를 즐기면 된다고?

즐긴다고 더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니까.


스타트업은 즐겁다라던가,

즐기면서 일을 하고 있다라던가...

그런 생각으로 넌 얼마 못 갈 거야.



엔도르핀과 아드레날린의 이야기를 알아?


기분이 좋아져서 맛보는 희열과

고통의 극한에서 맛보는 희열!


마라톤 선수가 극심한 고통을 견디면서 한계에 다다랐을 때,

그 사점(한계점)을 지나면서 다시금 페이스를 유지하게 되고

장시간의 레이스를 견딜 수 있게 하는 힘!


아무리 숙달된 마라토너일지라도

고통의 순간은 늘 겪는다.


그때마다 그 고통이 항상 즐거울까?

고통은 고통이다. 아프다. 힘들다.

마라톤이 즐거우니까 견딘다고?

결승점을 생각하면 즐겁겠지만,

뛰고 있는 시점에서는 괴로워.


여기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말하지.



절실하니까 견디는 거다.

고통이 오고, 포기하고 싶어도 

오래 인내하고 끌고 갈 수 있는 힘은

즐거움이 아니라 절실함이라고 생각해.


절실함은 불면증을 가져오기도 한다.

샤워할 때, 탈모 증세도 오기도 하고,

고민이 많아져서 건망증이 생기기도 하지.


나와 같은 창업자들끼리 만나면,

절실함은 뱃살과 비례한다는 농담을 주고받는다.

절실함은 급격한 노화와 비례한다.


즐거움 때문에 하기 싫은 일,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절실함 때문에 할 수 있고, 좋아져야 하는 일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즐거움은 누구를 만나거나 미팅이 있을 때, 

서로 하하호호 인사하고, 

중요한 일은 다음번으로 미루는 여유를 주겠지만


절실함은 자존심도, 체면도 내세우지 않는다.

오늘 마지막으로 보는 듯 공격적이고, 

크로스 체킹 하면서 최대한 안전하려는 신중함이다.

오늘 안되더라도 다음에는 꼭 도장 찍게 만들겠다는 절박함을 준다.



더운 무인도에서 더위를 즐기는 게 아니라

더위를 피하기 위해 

무언가 그늘이 될 것을 찾거나 만들어야 한다.


내일, 모레 그리고 그 이후의 더위도 피하기 위해

갈증을 풀어줄 물을 확보해야 하고,

음식도 신선하게 보존할 방법도 찾아놓아야 한다.


정신 차리라고!

우리 놀러 온 거 아니야.


스타트업이란 게

즐기기만 하는 여행과 같다는 헛소리 그만하라고.


스타트업이라는 것은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정글을 탐험하는 것과 같다고.


여행자가 아니라 모험가라구!




그렇다고 즐거움을 배척하는 이야기는 아니야.

우리가 하는 일에서 즐거움이란 것은

힘 빠질 때마다 한 방씩  맞는 수액과도 같아.


때로는 즐거움이라는 가치가 희망이라서

미래를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즐거운 일 할 것을 상상하면서

즐겁지 않은 일을 해내야 할 필요가 있거든.


즐겁지도 않은 일을 

단지 절실함 때문에 한다는 것도 

문제거든.


절실함만 가지고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은

마치 카드값 메꾸기 위해서

절실하게 회사 다니는 것과 무엇이 달라?


하루하루 먹고살기 위해서 

일을 찾아다니는 것과 무엇이 달라?


즐거움은 

좋은 성과가 있을 때 배가되는 기폭제이고,

팀원들의 사기를 올려준다.


반면에,

절실함은 실패하고, 기대 이하의 성과가 있을 때,

버틸 수 있는 힘을 주고, 더 많은 기회를 만들기 위한

동기가 되어주지.



회사의 사업 성공 대전제는...

수익은 극대화하고, 비용은 최소화한다.

긍정적인 요인은 증가시키고, 부정적인 요인은 감소시킨다.

라고 배웠다.


즐거움은 생산성/업무동기를 증대시키는 방법을 알려주고,

절실함은 손실/리스크를 줄여주는 방법을 알려준다.


즐거움은 팀원들의 사기를 올려주고, 꿈을 꾸게 하며

절실함은 팀원들을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현실로 구현한다.


즐거움은 기한을 정하지 않고 지속되도록 해야 하지만,

절실함은 기한을 정하고, 빠르게 회전되도록 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움직이는 원동력은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즐거움, 절실함 그리고 성실함


사실 이글에서 성실함을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창업자에게 너무나 기본적인 성질이기 때문이다.



성실하지 않다면, 

창업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서 

도전할 자격이 없다.


성실함이 없다면,

어떻게 실행할 수 있단 말인가?

즐거움이 없다면,

무엇을 꿈꿀 수 있단 말인가?

절실함이 없다면,

어떻게 이겨낼 수 있단 말인가?


즐거움이 부팅하는 힘이라면,

성실함은 유지하는 힘이고,

절실함은 극복하는 힘이다.



굳이 이 글에서 절실함을 강조하는 이유는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들 중에서


성실함은 기본이요,

즐거움을 내세우는 스타트업은 많이 보았지만,

절실함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언급이 적기에

나라도 오지랖을 부리고 싶었다.


직접 경험하면서,

그리고 관찰하면서 

창업의 시기별 원동력 비중이

달라진다는 점을 깨달았다.


창업 초기에는 아무래도 즐거움을 많이 이야기한다.


내가 직장 다닐 때는 얻을 수 없었던 즐거움을

창업해서 찾았다는 이야기라던가,

공모전이나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거나,

특허출원하거나, 아이디어를 인정받았다고 기뻐하면서

즐거움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우리의 핑크빛 미래를 꿈꾸며, 하루하루가 즐겁다.

아이디어를 고객에게 설명하되,

확실한 구매의사는 언감생심이지만 적어도 

좋네요, 좋을 것 같아요라는 반응에 힘을 얻기도 한다.


뜻이 맞는 동료들을 얻어서 읏샤읏샤 하는 단계에서

즐거움이 가장 큰 가치가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이디어 구체화, 사업계획서 작성, 팀빌딩 등의 

막 창업했을 때 해당하는 때랄까?


그러다가 제품을 만드는 과정, 아이템을 소개하는 과정,

매일 늘어나는 서류 작업과 시행착오들이 반복되면서

성실함이라는 힘에 부치게 된다.


잦은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기 위해서라도

남들보다 더 집중해야 하고,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하고,

남들보다 더 오래 일하려고 한다.


머리로는 쉬는 시간, 

몸 건강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보다 일하는 시간을 더 늘리거나, 

아이템에 쏟아붓는 시간이

더 익숙해지는 시기이다.


대략적으로 시제품 제작, 피봇팅, 마일스톤 수행 등의

창업 초기에 보여 줄 결과물은 없고, 진행만 계속되는 시기 정도?


그래서 각종 IR자료와 피칭도 다니고,

서류나 이미지 등을 들고 고객과 바이어를 만나고 다닌다.


많이 힘겹다. 지치기도 하고... 

서서히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이유가 더 많다.

동료들이 지쳐가는 것이 보인다.

비용을 아껴가면 얼마간은 더 버틸 수 있을듯하지만,

그 끝을 확신할 수 없어 망설여진다.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느껴지고,

더뎌질수록 자신감이 떨어지고 압박감이 고조된다.



그러다가 

명확한 구매 타깃 고객을 만나게 되거나 

계약 가능한 바이어를 만나게 되거나

그간 밀당하던 잠재적 투자자를 만나게 되거나

완제품으로 아이템이 출시되는 시점이 되면서

성실함에서 절실함의 비중이 커지는 시기가 찾아온다.


딱 이때에 절실함이 창업자들 모두에게 다가온다.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시기고,

가장 준비가 되어있어야 할 시기이다.


그런데 절실함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막막하고, 방향을 잃은 듯하다.


그러면서 시간은 흐르고,

타이밍을 놓치면서 회사가 기울기 시작한다.

영업력이 없다, 

자금 유치 능력이 없다 란 말을 듣기 딱 좋을 때다.


그러다 대책, 대안이 없어서 사라진다.

그렇게 많이들 사라진다.

소리 소문 없이 기억에서 잊힌다.


(출처: 기업성장곡선,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


그 시기가 창업한 지 3년 미만에 

대다수의 스타트업이 사업실패를 

경험하게 되는 통계치이다.



시기별로 원동력의 비중은 달라진다.

그렇게 막연하게 단계별로 쫓아가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창업을 할 때부터

미리 고려해두어야 한다.


시기에 따라

비중이 달라진다는 것이지,

다른 원동력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다.


준비해두어야 한다.

다음에 어떤 단계들이 다가오고 있는지 알기에

그때 부족함이 없도록,

그때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준비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사실 이건 개인적인 의견이기에 망설여지지만


아무리 시기별로 원동력 비중이 달라지더라도

나의 경우는

절실함만큼은 최고로 친다.

(꼭 수치화하자면 40% 정도?)



창업(1년 차쯤?)

즐거움 40%, 성실함 20%, 절실함 40%


창업 초기(2년 차쯤?)

즐거움 20%, 성실함 40%, 절실함 40%


창업 중기(3년 차쯤?)

즐거움 30%, 성실함 30%, 절실함 40%


그럼 그 이후는 어떨 것 같냐고?

그건 나도 모르지~!

다만, 

이런 마음가짐으로 일해왔고

앞으로도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이어갈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이런 이야기를 이왕이면 

사업적으로 성공했다고 일컬어질 때에 하는 게 

더 신뢰성 있고, 더 정확성 있지 않나 하는데...


속된 말로,

성공스토리는 무얼 써도 다 좋아 보인다.

실패 스토리는 무얼 써도 다 부질없어 보인다 라는 

말이 있다.


사실 우리와 같은 창업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나는 같은 시기에 

같은 고민을 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 더 신뢰성과 정확성을

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성공스토리로 희망을 얻을 수 있고,

실패 스토리로 배워나갈 수 있지만

계속적으로 이어지는 과정 스토리는

정제되지 않은, 가공되지 않은

지금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공감되는 이야기이고,

더욱 나누어야 할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마음에


더 나은 것도 없고,

더 잘난 것도 없는

지금의 내 모습, 내 상황에서의

이야기를 남긴다.



참고로 이 글은 이미 적은지 오래되었는데 

이제야 업로드하는군요.


중간중간에 긁적인 글은 쌓이는데...

신경을 못 쓰는 점!


솔직히 글 한동안 안 올렸다고

송구하지는 않은데...

그 만큼 회사에 이슈들이 많았다고 이해해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근거 없는 자신감의 스타트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