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는 사랑 - 구LOVE도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이라고하기에는 자연이 드넓고 바다속에 잠길 것 같은 그곳, 굴업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국내 3대 백패킹 성지 중 한 곳, 인천의 아름다운 섬 굴업도, 사실 뭣도 모르고 좋다고 따라간 아름다운 섬, 굴업도의 이야기다.
뭔가 빡센 백패킹을 해보고 싶었다. 전기, 수도, 화장실과는 조금 더 동떨어졌으면 좋겠고 자연이 가까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가고싶은 백패킹 장소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백패킹 이야기를 나누던 언니는 굴업도에 가보고 싶다고 했고, 아무런 검색을 하지 않은 나의 답변은 '오케이!'였다. 이름만 들어도 좋을 것 같은 곳이었다.
우리집에서 굴업도에 가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굴업도에 들어가려면 배편을 먼저 예약해야한다. 불행히도 한번에 들어갈 수 있는 배편이 없다. 굴업도로 들어가는 배를 타려면 덕적도에서 내려 굴업도로 들어가는 배편을 예약해야한다. 홀수일과 짝수일에 따라 배편의 상황이 달라지기도 하며 홀수일에만 쾌속선을 탈 수 있다. (그래서인지 홀수일에는 섬안에 사람들이 많아 시끄럽고 북적북적하다고 한다. 쾌속선을 타고 굴업도에 들어가는 소요시간은 1시간50분정도 걸린다.)
우리는 짝수일은 선택해서 배를 타고 갔다. 짝수일은 4시간정도를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야한다. 쾌속선보다 2배나 걸리는 시간은 끔찍하지만 짝수일에 굴업도를 들어가면 그나마 사람이 별로 없다. 우리는 운이 좋게도 적당한 인원이 있는 섬안의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다행히도 날씨마저 좋았다. 섬 여행의 묘미는 날씨운이 함께 따라줬을 때, 오늘을 사는 기분을 크게 만끽할 수 있는 점이 아닐까 싶다.
덕적도를 들를 때도, 굴업도에 들어갈 때도 세상 백패커들은 어디서 왔는지 커다란 가방을 메고 하나둘씩 웅성웅성 나왔다. 커다란 가방을 메고 나온 동지들과 같은 배를 타고 왔다는 기분을 더해 굴업도에 한발자국 내딛었다.
굴업도는 화산섬이다. 8천만~9천만년 전의 격렬한 화산활동이 그대로 남아 침식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언덕은 언덕나름대로의 매력과 울거진 소나무숲의 매력과 들판이 한곳에 어울러지는 화합의 장을 이룬 작은 섬이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유인도이긴 하지만, 10가구 정도가 살고 있다고 한다.
굴업도에 내려서 조금만 걷다보면 작은 마을이 나온다. 마을을 따라 조금씩 걷다보면 꽤 넓은 해변이 나온다. 해변의 곱디고운 모래를 지나 가파른 작은 언덕을 지나가면 언덕과 언덕을 걸을 수 있는 마법의 길이 열린다. 드넓은 들판이 보이는 길을 한시간정도 걸어갔다. 한국에서 만나기 힘들 것 같은 광활한 들판에 사슴들도 뛰어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카더라 통신에 따르면 CJ에서 이 섬에 골프장을 지으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섬을 매입하고 사슴을 풀어놨다고 한다. 상위 1%만 다닐 수 있는 리조트로 만들려고 했다나 뭐라나.. 자연은 모두가 소유하려고 하지 않을 때 가장 아름다울법한데 말이다.)
굴업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인 개머리 언덕에 우리는 텐트를 펼쳤다. 우리가 도착하기 이전에 아무도 텐트를 펼친자가 없었고 우리는 넓게 작은 집들을 만들어갔다. 수평선과 하늘이 만나 석양을 내리쬐는 한 폭의 그림같은 날씨에 퐁당 들어가 싶었다.
도착하자마자 신나서 맥주를 깠는데, 너무 많이 마신탈인지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 화장실은 앞서 말한 아름다운 들판을 1시간을 걸어야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고 날은 벌써 어두워져 있었다. 난 애석하게도 맥주를 너무 많이 마셨고, 텐트의 랜턴들을 무심하게도 너무 밝았다. 자연에 해결하고 싶은 몸과 마음의 신호를 무시하고 먼저 일찍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까지 난 참았다.
다음날은 좀 더 참을만했다.
간단하게 밥을 먹고 얼른 들판을 지나 해변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에서 나와서 생기를 찾고 다시 맥주를 한모금 했다. 잔잔한 서해의 이렇게 깨끗한 바다는 처음이었다. 잔잔한 물결에 떠밀려 걸어가듯 움직이는 뱃소리와 물결이 아직도 내 눈에 선선하다. 해외의 어떤 자연과 비교해도 무색하지 않을 아름다운 곳이었다.
다음엔 꼭 휴대용 화장실인 해피토일렛을 챙겨 한번 더 가고싶다. (굴업도 여행갈 때, 해피토일렛을 꼭 챙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