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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경계 잡기

바닷마을 작은집 7

by 선주


철거 일이 확정되고 나서 경계복원 측량을 신청했다. 경계복원 측량은 지적도에 등록된 경계와 실제 사용하고 있는 토지의 경계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측량이다. 담이 쌓여 있고, 축대가 쌓여 있는 곳 안에이 내 땅이니 그냥 집을 지으면 안 되나 할지 모르겠지만 실제 집이 서 있는 땅과 지적도 상의 대지가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예전에는 좋은 게 좋은 것다 하고 넘어갔는데 요사이에는 이로 인한 분쟁이 많이 일어나 집을 짓기 전에 꼭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걸 두고 시골인심이 어떻네 저떻네 하는 사람이 있지만 시골에 인심을 맡겨놓은 것도 아닌데 이런 사회에서 시골 동네에만 그런 걸 바란다는 게 도둑놈 심보가 수 없다.)


우리 집도 지적도와 실제 점용하고 있는 땅의 모양이 달랐다. 우선 우리 집 남쪽으로 지금은 사라진 (옆집에서 점용해서 사용하고 있는) 도로가 지적도에 남아있었다. 마을 사람들 이야기로는 예전에 개울이 흘렀고 그 도랑 가로 사람들이 지나다녔다고 한다. 그곳을 사용하고 있는 옆집 아저씨의 말은 새마을운동 때 마을 길을 넓히면서 지금 사용하고 있는 골목길이 만들어졌는데 거기에 자기 집터를 내주면서 지적도상의 도로를 사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럼 왜 지적도를 정리하지 않았나 싶으면서도 그 시대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되었든 측량을 위해 한국국토정보공사(옛 대한지적공사)에 의뢰를 했다. 시청 민원실에 공사 직원이 파견 나와 있었고, 방문하여 접수를 했다. 측량 일은 일주일 후로 정해졌다. 정확한 시간은 측량일 하루 이틀 전에 측량기사가 확정하여 알려준다고 한다. 약속한 측량 이틀 전에 시간과 기타 안내 상황을 전하는 문자가 왔다. 의뢰인 혹은 대리인의 입회 하에 진행된다고 해서 직장에 외출 신청을 하고 나가 보았다.


이틀 전 철거가 끝난 집터에는 황토가 속살처럼 드러나 있었다. 세 발이 달린 기계를 여기저기 가져다 놓고 빈 땅의 경계에 빨간 말뚝을 박았다. 말뚝은 경계의 기점이 되는 꼭짓점이다. 점들을 이으면 우리 집 터를 그릴 수 있다.
땅의 뒤편(서쪽)은 그동안 건물 벽체에 가려 볼 수 없었는데 반은 뒷집 석축이 쌓여 있었고, 반은 돌담 위에 대나무 밭이 있었다. 대나무 밭은 오랫동안 돌보지 않았는지 지저분했지만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석축이 놓인 곳(남서쪽)은 뒷집 땅이 조금 물려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 집에서 경계 바깥쪽에 석축의 끝단이 놓여 있었다. 뒷집 어르신이 확인하고 어쩌겠냐며 가셨다. 북서쪽 경계는 돌담 끝부분과 일치했다.
대지를 마주 보고 오른쪽 편(북쪽)은 옆집과 물려 있었다. 뒤편은 우리 집이 옆집 땅을 침범했고, 앞쪽은 옆집이 우리 집을 침범했다. 눈대중으로 비슷한 같아 옆집 어르신과 서로 알고 지내면 될 것 같다고 말을 주고받았다. 옆집 어르신은 얼마 전 우리 집 반대편에 있는 옆집과 토지 사용 문제로 소송을 했는데 승소하여 자기 땅을 찾았다로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 신경이 쓰였는데 잘 이야기가 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동쪽은 도로를 접하고 있고, 우리 집 석축이 경계 안으로 들어와 쌓여 있어 큰 문제가 없었고, 동쪽은 지적도 상의 도로와 우리 집 사이의 경계를 확인하였는데 원래 우리 집 대문이 있던 동남쪽이 조금 지적도 상의 도로에 들어가 있었다. 뒤편으로는 옆집 부속 건물이 우리 땅을 점하고 있어서 경계점을 바로 찍지 못하고 이 점에서 70cm 더 가면 된다는 기점과 방향을 표시해 두었다.


그렇게 현장에서 경계점들을 확인하여 표시를 해 두었고, 측량 2~3일 후에 측량 결과를 기록한 성과도를 받아 볼 수 있었다. 지적도 상의 경계지점과 그 지점들이 실제 어디에 찍혔는지 사진 자료로 첨부되어 있었다. 이 점을 기준으로 집의 위치와 경계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나중에 준공을 신청할 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집을 짓기 전에는 땅의 경계를 확인하는 경계복원 측량과 더불어 현황측량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좋았다. 현황측량이란 건물이나 축대 등의 구조물이나 기타 지형지물이 어디에 얼마만큼 위치하는지 현황을 실측하여 지적도에 표시해 주는 측량을 말한다.
우리 집의 경우 문제가 된 것은 동쪽과 남쪽의 건축선(도로 후퇴선)이었다. 도로에 접해 있는 대지의 경우 건축물을 지을 도로 중심에서 2m 이상의 거리를 두고 건물을 올릴 수 있다. 이렇게 하여 양쪽으로 4m의 도로를 확보하는 것이다. 정확한 건축선을 확인하는 현황측량 없이 경계복원 측량으로 대지의 경계를 확인하고 지적도를 비교하여 건축선을 상정하고 집을 지었는데 나중에 좀 문제가 되었다. 이 일은 사용승인에 대해 정리할 때 다시 이야기하기로 한다.


어찌 되었든 이렇게 집터를 정리하고 경계를 확인하며 집 지을 준비를 마쳤다.


토지를 측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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