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연수 vs 워킹홀리데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모으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돈에 대한 걱정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한 달을 죽어라 일 해 봤자, 미국 가는 비행기 값도 안 나온다는 생각이 드니 괜히 서글퍼 지기까지 하다. 돈돈. 그 놈의 돈이 뭔지. 처음에는 500만 원 모아서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야지 생각했다. 비행기표와 수업료를 내고,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로 충당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학교에서 워킹홀리데이 설명회에 참석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알고는 있었다. 지금과는 다르게 워킹홀리데이는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그리고 일본 이렇게 4 개국하고만 협정이 맺어져 있었다. 호주도 지금은 쿼터 없이 갈 수 있는 것에 반해, 당시에는 매년 400명 이렇게 쿼터가 정해져 있었다. 기억나는 것 중에 하나가호주의 CVA 프로그램이었는데, 자연봉사활동을 하면서 캠핑도 하고, 친구들도 사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으나, 봉사활동을 굳이 돈을 내면서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도 어학연수보다는 훨씬 저렴하니까 다음에 기회가 있어서 호주에 가게 된다면 좋은 프로그램이다 라고 생각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에 대해 잠깐 설명하자면 만 18세부터 30세의 사람들에게 발급되는 여행, 어학, 일이 세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매력적인 비자다. 물론, 나도 이렇게 많은 혜택에 있는 비자라 매력을 느꼈고, 호주로의 워킹홀리데이를 선택했다. 호주… 그래, 오페라하우스에는 꼭 가보고 싶었는데 하면서 말이다.
주변에 다녀온 사람들이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알게 되었던 호주 워킹홀리데이로는 독보적인 존재였던 파랑*의 꿈 정모에 참석하게 되었다. 좀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다. 매주 진행되는 정모였지만 2-30명 정도 꽤 많이 참석했었다. 매주 이 정도 인원이면 한 달이면 100명 가까이인데. 외국생활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경험이 있었던 카페 주인장이 이것저것 설명을 해 주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인터넷으로만 알던 지식들, 그리고 가서 부딪힐 현실적인 이야기들, 아무래도 경험자라 그런지 현실적인 정보를 많이 얻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은
영어공부를 할 거면 어학연수로 떠나고, 경험을 할 거면 워킹홀리데이를 가라.
는 말이었다. 목표가 여러 개면 하나도 달성하기 힘들다. 는 것이 주 요지였다. 괜히 뜨끔했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마법 같은 비자의 매력에만 빠져서 보지 못한 부분을 짚어주는 듯했다. 지금 저 사람이 우려하는 사람이 바로 앞에 앉아서 그런 생각을 가지고 호주를 가려고 하고 있으니. 그렇게 한 시간 가량 설명을 듣고 왔는데, 머리가 복잡했다. 그분은 아직 경험이 없어 잘 모르는 참석자들을 위해 쉬운 예를 하나 들었다. 공항에서 내렸다. 버스를 타야 한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물어 볼 것인지, 버스가 다 끊겨서 택시를 타야 한다면 어떻게 탈 것인지, 택시 아저씨가 돌아가는 느낌이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호스텔에 도착했다, 예약이 잘 못 되어 있다, 어떻게 할 것인지, 스스로에게 이 정도 할 수 있냐고 물어보라 했다.
영어로 이야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물었는데, 그렇다라고 말할 수 없는 내 자신이 작아졌다. 나의 마음은 마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러 갔다가 하나도 못 잡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겼고, 내 목적은 영어 공부니 당연히 어학연수를 가야겠다는 마음이 기울었다. 아… 그렇다면 어학연수 만을 하기 위해서는 당장 생활비가 필요할 텐데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한담… 주변에서는 외국에서 공부하거나 나가 있는 친구들이 하나도 없으니 며칠 내내 답답했다. 인터넷을 찾아봤지만 속 시원히 이야기해주는 곳이 없었다. 몇 달 동안 가지고 있던 생각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엔 신중해야 했고, 좀 더 많은 자료와 객관적인 정보, 그리고 이 분야에 잘 아는 사람의 조언이 필요했다.
한 유학원을 찾아갔다. 우선은 가장 급한 상담도하고, 무엇을 선택하던 서류 준비에 도움을 받기 위함이었다. 유학원 담당자는 친절하게 호주와 미국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고, 대략적인 경비 계산과 장단점에 대해서 이야기해 줬다. 많은 고민을 했지만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먼저 떠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헐… 그러면 500만 원 가지고는 택도 없을 텐데…. 생활비를 아르바이트로 충당하려던 계획이 변경이 되자 1000만 원은 있어야겠다는 예상경비가 나왔다. 그래서 애당초 최대 6개월로 잡았던 아르바이트 기간이 늘어났다. 두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