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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어학연수 준비

준비과정 중 힘들었던 에피소드

by 꿈꾸는 앵두

개강 이후 맘 편히 찾아오는 학생 손님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이건 마치 백수일 때 아침저녁으로 바쁘게 출퇴근하는 친구들이 부러운 것, 야근한다면 불평하는 친구들이 부러운 것과 같다. 나는 30분 일찍 출근할 수 있는데, 나도 야근할 수 있는데 하면서. 바삐 움직이는 차들을 보고, 저렇게 갈 곳이 있어 바쁘게 움직이는 구나. 하며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과 같다. 물론, 바쁘게 살아간다면, 쉬고 있는 친구들이 부러운 것과 같다. 남이 떡이 더 커 보이는. 학교 다닐 때는 느껴보지 못했었는데, 수업이야기 하고, 학교 식당에서 점심 먹고, 시험 공부하는 친구들이 그냥 부러웠다.

22살의 대학생. 한창 친구들과 수다 떨고, 예쁘게 꾸며 소개팅, 미팅을 하며 즐겁게 지내야 할 학생이 매일 매일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것도 하루 9시간씩. 일을 끝나면 녹초가 된다. 당시 일했던 곳은 공주 매출 1위 가장 바쁜 피시방. 그것도 학교 바로 앞에;

하루는 친구들이 함께 저녁을 먹자고 했다. 그때 친구들은 3학년. 한 6-7명쯤 되었을 것이다. 남자친구들은 모두 군대에 가서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지금과 같이 토익과 같은 스펙이 본격적으로 중요해지기 전 때라서 4학년이 되기 전 학기를 즐기는 분위기였다. 친구들은 오랜만에 나와 시간을 보내자고 밥을 먹자고 했고, 끝나는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에 나갔다. 매일 매일 그렇게 피시방에서 일해서 내 몸에서 담배 냄새가 나는 줄도 몰랐고. 아침부터 9시간 근무에 너무 힘들었나 보다. 화장기 없는 힘든 얼굴, 아침에 급하게 나오느라 대충 입은 옷. 부스스한 내 머리.


밥이고 나발이고 집에 가서 씻고 눕고 싶구나.


다들 수업이 끝나고 저녁시간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오랜만의 외출에 한껏 치장하고 나온 티가 났다. 친구들은 저마다 미팅 이야기며, 시험 이야기며, 수업이야기며, 학과 선배 이야기며 한참 수다를 떨었다. 사실 난 모르는 이야기들,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 뿐 이었다.

상황이 다름에서 오는 괴리감. 뭔가 낄 수 없는 대화 주제들. 그저 밥을 먹을 수밖에.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지금 당장 중요한 건 한두 시간 더 일했을 때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시급 계산. 이렇게 수다 떨 시간에 자료조사 좀 더 하기. 미팅, 수업 이야기보다 당장 내게 중요한 건 늘지 않는 영어 실력 이었으니.

다른 길을 가는 건 참 외로운 거구 나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난 밥만 먹고 집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그러곤 왠지 모를 복받쳐 오르는 감정에 눈물도 흘렸을 것이고, 괜히 친구들에게 서운한 마음도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버텼고. 돈을 모았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독립적인 내 인생을 준비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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