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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Oct 04. 2017

크루즈 승무원 일기

10월 3일 에든버러, 스코틀랜드

이번 크루즈에서 도착 시간이 제일 늦다. 오후 2시. 밤 11시에 출항하기는 하지만, 도착하고 보니 하루의 반이 지나간 느낌. 쉬는 시간도 짧다. 크루들의 하선허가도 나지 않았다. 3시부터 7시까지 쉬는 시간인데 한 4시쯤 하선 허가가 나겠지 마음 편하게 먹고 캐빈에서 준비하고, 한국 채널에서 요즘 틀어주는 세계기행 프로그램의 아이슬란드 편을 재미나게 보고 있었다. 3시 20분. 크루 하선허가 방송이 나왔다. 생각보다 일찍이라 너무 좋은 거… ㅋㅋ (예전 크루즈에서는 도착과 동시에, 손님들 나가는 동시에 크루들도 나갈 수 있었다.)


저 높이 보이는 에든버러 성에만 다녀와도 성공이다 싶었던 오늘. 터미널에서 택시로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봤는데, 버스를 알려준다. 생각지도 못했던 버스. 그렇게 버스를 타고 30분쯤 가니 성이 저 멀리 보인다. 버스는 와이파이도 된다 ㅠ 감동이다.


에든버러 시내의 건물들은 모두 멋있었다. 여길 봐도 저길 봐도 멋진 건물들이고 간간히 더 멋진 교회들도 보인다. 버스도 다 이층이고(아쉽게도 빨간색은 아니었지만) 뭔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멋진 곳. 이러니, 에든버러 성은 얼마나 더 멋질지 사뭇 기대가 된다. 버스에서 내려서 성 쪽으로 걸어가는데 추위가 만만치 않다. 봄가을용 점퍼를 입고 나오긴 했지만 이렇게 추울 줄은 몰랐다. 이 길거리가 유명한가 보다. 사람들로 북적인다. 열심히 성으로 걸어갔는데, CLOSED 라고 적혀 있다. 내가 잘못 본거지? 아닌 거지? 물어보니 4시에 입장이 마감 되었단다. 내가 도착한 시각은 4시 20분. 날씨 때문은 아니고 우리 나라도 그렇듯 동절기 하절기 나누어져 있는 듯. 성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다, 멀리서 사진 한 잔 찍고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에 또 오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거리 자체가 멋지니 산책이나 하자 싶었다. 걸어온 반대쪽으로 걸으며 이리저리 구경했다. 아무리 봐도 멋지구나 이 도시…… 쉬는 시간이 짧아 저녁은 패스해야지 생각했는데, 성에 못 들어가 시간이 남았기에 밥을 먹으러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날씨가 추우니 오늘의 수프인 토마토바질 수프와 피쉬앤칩스, 그리고 스코틀랜드 맥주를 주문했다. 런던에서 피쉬앤칩스를 먹긴 했지만, 어제 자기 전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지구촌음식이야기에서 피쉬앤칩스 이야기를 읽었더니 또 먹고 싶어 졌다. 아. 배부르네. 같은 듯 다른 맛. 으흐흐. 기념품가게에 들러, 언제나 그렇듯 냉장고자석, 도자기 골무, 엽서를 샀다.

 

돌아오는 길에는 최종목적지가 같은 다른 번호의 버스를 탔는데, 이 버스는 교외로 돌아가는 버스였다. 시간은 좀더 걸렸지만 그래도 이층에 앉아 창밖으로 이래저래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저 멀리 궁전 같은 곳도 보였다. 가고 싶다. 내 사랑 궁전….


아쉽기도 하지만, 멋지기도 했던 에든버러. 다음에 또 올께! 약속~ㅎ


내일부터는 오로라 포인트로 이동. 우리 배를 오로라 포인트로 안내해줄 오로라 전문가가 오늘 승선했다. 그나저나 이제부턴 계속 춥겠지. 북극권까지 올라가야 한다니까 더 춥겠지. 부피가 커서 수면바지 대신 수면양말만 챙겨왔는데 이걸로 버틸 수 있겠지? ㅋㅋㅋ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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