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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Oct 05. 2017

크루즈 승무원 일기

10월 4일

하루 종일 배가 많이 흔들린다. 지난 크루즈는 정말 배가 흔들리는 건 기억도 안 날 정도였는데, 이번 크루즈는 조금 심하네. 특히 오늘은 이제껏 제일 심하다. 야외갑판 출입이 전면 통제가 되었고, 안전상의 이유로 12대의 엘리베이터 중 승객용 1대, 크루용 1대 만이 운행 중에 있다. 예전에도 반 정도를 운행 중지를 한 적은 있었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다. 배가 기울어져 있는 것이 몸으로 느껴지고, 이 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배가 좌우로 앞뒤로 움직인다. 내 캐빈은 후방 제일 끝에 있기 때문에 파도가 칠 때마다 느껴지기도 한다. 다행이도 뱃멀미는 없지만 기분 좋지 않은, 원치 않은 이 움직임이 반갑지 않다. CCTV 를 보고 있으니 더 그 움직임이 3D 처럼 느껴지는 것 같이 꺼버렸다. 오전에 크루 드릴이 있었는데, 실내에서만 진행이 되었다. 오늘부터 오로라 벨트 진입과 더불어 4번의 오로라 찬스 중 하루 인데 야외출입 금지와 기상악화로 인해 전면 취소 되었다.

관련 글을 쓸까 말까 고민했다. 많이 걱정 하겠지만, 이 또한 크루즈 승무원의 생활 중 하나일테니까 올려본다. 잔잔한 바다, 고요한 바다, 멋지고 아름다운 바다도 있고, 성난 바다, 태풍 바다, 높은 파도 바다도 있을 테니까. 지난 여름에는 일본에 상륙한 태풍을 피해 일정을 전면 변경하고 안전한 곳(이라고 해도 바다 위)으로 긴급 대피(?) 비스무리한 것을 한 적도 있었다.

오션드림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항해 중이다. 우리 괜찮을까? 라는 나의 물음에 승무원 7년차 윈다는 이보다 더한 상황도 많았다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 했다.

무섭지 않을까 묻고 싶을 것이다. 배를 처음 탄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무섭다고 내게 그렇게 이야기 했다. 나 또한 왜 그런 마음이 없었을까. 더구나 나는 수영도 못한다. (항공 승무원은 항공사 마다 수영이 필수인 곳도 많지만, 크루즈 승무원은 수영이 필수 조건은 아니다. 다만, 크루즈 승무원이라면 반드시 받아야하는 안전교육을 받을 때 퇴선 명령시를 대비해 수영장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훈련도 하고, 물 속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함께 탈출하는 훈련, 구명정에 올라타는 훈련은 필수로 한다.) 지난 어느 글에서도 밝혔지만 우리는 긴급상황시의 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무섭지 않다. 화재발생, 정전, 응급환자발생, 침수, 바다오염 등등. 긴급상황시 각자 맡은 바 업무를 성실히 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훈련을 하고, 대비하고 있기 때문에 무섭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여라도 행여라도 사고가 난다면 그것은 인력으로 막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공식적인 세계일주 105일 중 53일째니 딱 반이 지났다. 나는 4일을 더 타고 내리긴 하지만; 지난 크루즈와 비교해 봤을 때 이제까지 조금 더 여유로웠고, 일에서의 스트레스도 더 적고, 그리 큰 사건 사고도 없었다. 앞으로 남은 기간도 승객들도 승무원들도 즐겁게, 재미나게 보내고 무사히, 행복하게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

좀 누워야겠다….. 내일은 오로라를 꼭 볼 수 있기를… 기대 엄청 하고 있는데 말이지… ㅎㅎ 얼마나 이쁜 오로라를 보게 해주려고 이렇게 속을 애태우게 하는지 모르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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