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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Oct 07. 2017

크루즈 승무원 일기

10월 6일 레이캬비크, 아이슬란드

기항지 이름을 쓰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늦게 도착을 했다. 밤 10시 반에. 오늘은 아이슬란드 북쪽으로 항해하며 오로라 관측이 예정된 날이었는데, 흐린 하늘, 기상악화, 기타 등등의 이유로 오로라 관측은 전면 취소가 되고,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 예정보다 9시간 정도 더 일찍 도착했다. 나의 오로라는 어제 보았던 오로라가 다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새벽에 방송이 한 번 더 나왔을 때 나갈껄 같은 후회는 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상상하는 그런 오로라는 아니었다고 들었기에 ㅋㅋㅋㅋ


아침에 잔잔해 지는 듯 하던 바다는 오후가 되자 절정에 다다랐고, 비가 와서 갑판이 다 젖었다. 사진 찍으러 오픈데크에 올라갔는데, 배가 기울어지는 거에 맞춰서 갑판의 빗물이 따라 움직였다. 헐… 지난번 레이캬비크는 춥기는 했지만 칼바람 같았지만 그래도 해는 떠 있었는데 이번에는 망했다.

 

바쁜 듯 안 바쁜 듯 바쁜 하루가 지났다. 오후에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자리에 앉아 있지만 움직이는 의자에 몸을 지탱하기에 바빴다. 마지막 정산이 잘못 되었는지 시간이 지체되어, 평소보다 2시간이나 늦게 끝이 났다.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나미헤이(선술집)에 올라가서 술 한 잔 하려 했는데 이 또한 망했다. 오늘은 망하기만 했네 ㅋㅋㅋ


일본어 공부를 좀 해 보려고 처음으로 책을 펴 보았다. 음… 30과나 있다. 어쩌지… -_-; 넘 많아. 하지만 계획쟁이인 나는 또 엑셀에다가 30과 공부 계획만 잔뜩 세워 놓았다. ㅋㅋㅋ


요즘은 한국에 돌아가면 무엇을 할까 하는 생각으로 온통 머리가 가득 차 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탈인 나는 우선순위 정하는 게 제일 힘들다. 지금까지 해 왔던 그대로 차근차근 하나하나 열심히 잘 해야지. 배 위에서 지금 준비할 수 있는 것도 조금씩 준비하고 말이지. 한국가서 게을러지지만 않으면 성공이다. ㅎㅎ 보고 싶은데 못 보고 지낸 이들도 너무 많고. 보자보자 하는 이야기도 참 기약할 수 없어 잘 하지 못 했었는데, 이제는 날짜 땅! 11월 29일! 그날만을 기다리리라!!! ㅎㅎ

 

평생 한 번 오기도 힘들 아이슬란드를 두번째 왔다. 물론, 레이캬비크 시내에 있다가 가는 것이 전부겠지만. 이 아름다운 자연을, 아쉽게 다 보지 못하고 떠나겠지만. 내일은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짧지만 할 수 있는 관광코스가 있으면 해볼 생각이다. 제발 비만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이렇게 배가 가만히 있으니 오히려 이게 더 적응이 안되지만. 오늘밤은 얌전히 잘 자야지. 귿나이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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