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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Oct 11. 2017

크루즈 승무원 일기

10월 10일

결제날이다. 150명 정도가 현금 결제를 하는데, 2000명씩 현금 결제했던 예전 크루즈 회사를 비교한다면 껌이다. 그래도 바쁘다고 난리다 ㅋㅋㅋ 정산 0. 지난 번에 이어 단 1원의 실수도 없었다. ㅋㅋㅋ 모두 내 덕이리라. 내가 재확인 할 때 찾아낸 실수가 얼마나 많은지 원.. 막이래 ㅋㅋㅋ

점심때 정말 먹을 게 없어 오뎅국의 오뎅 엄청 많이와 친구가 건네 준 70년대도 아니고, 배 위에서는 안 나와서 자주 못 먹는 바나나 하나를 먹었다. 배가 심히 고프다. 오후 내내 고프다. 내 캐빈에 먹을 게 떨어졌다. 과자도, 컵라면도… 코토르에서 사온 맛없는 커피만이… 뉴욕가면 겁네 사와야지. 내 사랑 프링글스도 엄청 사오고, 나초에 살사소스 등등 양손 한가득 들고 오리라!!!! (생각해보니 일기에 항상 음식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듯 하여 아주 약간 부끄러워졌다. 사람이 참 단순해 진다. 단조로운 생활이니까 일하고, 먹고… 이게 다니까…ㅠ)

배는 여전히 흔들려서 낮잠을 자는데도 몇 번을 깼는지 모른다. 푹… 자야 잔 것 같은데. 오늘 항로를 유심히 보니 빙하는 보러 안가는 모양이다. 그린란드에서 멀어지고 있다. 하긴 아이스 파일럿이 레이캬비크에서 하선하더라니. 날씨가 너무 추우니 어서 내려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외수 소설가님의 페이스북을 팔로잉 하고 있는데, 부모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자식은 언제나 부모를 가까이에서 모시는 자식이고, 부모를 가장 불행하게 만드는 자식은 수시로 부모 곁을 멀리 떠나서 생사조차 묘연한 자식이라는 포스팅을 하셨다. 나를 콕 집어 이야기하시는 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찔림. 카톡이라도 자주 드려야겠다. (답을 잘 안 하신다는 게 반전…ㅋ)

책 좀 읽다가 자야겠다. 수고했어,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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