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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Oct 15. 2017

크루즈 승무원 다이어리

10월 14일

뉴욕 기항 전날. 바다는 여전히 잔잔하나 흐린 날씨다. 아무렴 어때. 뉴욕으로 가고 있는데!! ㅎㅎ 평소와 다름없이 바쁘다. 뉴욕 준비. 변경 사항도 많고, 이래저래 준비할 것도 많고. 그래도 난 바쁜 게 참 좋다. 바쁠 때 방해하는 이들만 없다면…. ㅋㅋ 제발… ㅋㅋ 10시가 되어서야 업무가 끝났다. 이런.. 저런…

더우니 맥주를 마시기로 한다. 크루바… ㅋㅋ 윈다도 합류한다. 크루바에서 이렇게 맥주 한 잔 하는 게 얼마나 오랜만인지. 감회가 새롭다. 감자칩도 사서, 세 캔 씩 클리어 했다. 오션드림호는 크루 마다 하루에 구매할 수 있는 맥주 캔이나 병의 량이 한정 되어 있다. 3캔. 3병. 혹은 3잔이다. 사실 이 이상 마실 수도 없고, 마시기도 무리이지만 규칙을 정해 놓은 거다. 1인당 3 이상은 구매금지로. 예전 크루즈에서는 그런 기준이 없어서 완전 마셨었는데. 크루바 매출이 승객바 매출을 능가하는 것도 다반사였는데. 그래도 한 3-4병씩 마시면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캐빈으로 돌아오곤 했지. 여기는 사실 크루바에 사람이 없다. 전세 낸 것 처럼, 즐겁게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오랜만에 수다 대박. 지난 다이어리에서도 언급했지만 난 크루바 매니아였다. 매일 매일 출근도장을 찍고, 윈다와 함께 수다떨면서 스트레스도 풀었는데, 이번 크루즈는 이상하게 바쁘고, 각자 생활. ㅎㅎ 오랜만에 얼마나 즐거운 수다를 떨었는지 모른다. 계약 연장을 한 가장 큰 이유, 윈다 ㅎㅎ 가장 까다로운 뉴욕을 앞두었지만, 그래도 즐겁게.. ㅎ

참, 오늘은 저녁 메뉴로 나온 생선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보통 나오는 생선은 엄지손가락 두 배만한 사이즈다. 작은 생선을 값싸게 사오는 건 아닌가 하는 가 하는 의심이 드는 사이즈였는데(생선 뿐만 아니라 새우 사이즈는 왜 이렇게 작으며, 오징어 사이즈는 왜 이렇게 큰지…;;; 떨이로 사오는 듯 하다;;;;ㅋㅋㅋ), 오늘은 정말 팔뚝만한 생선이 나온 거다. 이게 모지. 너무 크잖아. 왜 여기엔 크거나 작거나 둘 밖에 없는 건데 ㅋㅋㅋ 그 모양새가 어찌가 재미있는지. 한참을 웃었다… 큰 생선 하나와 쌀밥 조금을 덜어오니 접시가 다 찼다 ㅋㅋㅋ 나참.. 어이가 없어서 ㅋㅋㅋ 그래도 맛나게 생선을 먹었다. 생선살에도 뼈가 있다; 이래서 메스까지 이 생선이 내려 온 걸까… ㅋㅋㅋ

뉴욕에 1박 2일을 기항하지만, 이래저래 내부사정이 있어 쉬는 시간을 제대로 갖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밤엔 확실히 나갈 수 있으니 야경을 꼭 보고, 낮에는 혹 시간이 된다면 센트럴 파크, 타임 스퀘어에 가보리라. 꼭….

사실, 뉴욕을 와보는 기회가 있을 거 라고는 기대 한 적 없는데, 뉴욕 뿐만 아니라 미국을 다시 오게 될까 늘 생각은 했지만 그 기회가 없을 거라 생각 했었는데, 이렇게 오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역시 인생은 늘. 불확실성에 더욱 흥분하고 재미있는 법. 2006년도에 미국에서 생활하고, 10년이 훌쩍 넘어 다시 와 본다. 나에게 미국이란 세상을 넓게 보는 법을 알려준, 그리고 지금의 내가 있게 해 준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곳이다. 겁네 고생 했었던 2006년 어학연수 시절이었지만, 덕분에 지금의 강한 내가 있는 거지. 에잇. 나이만 먹은 듯 생각만 드는 건 왜일까 ㅋㅋㅋ

늦었네. 내일 7시 리셉션 오픈인데… 또 비몽사몽 하게 생겼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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