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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앵두 Oct 14. 2017

크루즈 승무원 다이어리

10월 13일

13일의 금요일이다. 다행히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너무 조용해서 이상했던 하루. 배가 안정을 되찾았다. 그래서 그런가. 승객들이 이 평화(?)를 즐기느라 리셉션을 안 찾는 느낌 ㅋㅋㅋ 더 이상의 흔들림도 없고, 추위도 없다. 사진 찍으러 밖으로 나갔을 때 너무 고요했다. 그래, 이런 느낌이지. 며칠동안 너무 힘들었어 ㅠㅠ

그리고 다이어리에나마 속 터지는 이야기를 털어놓으니 마음이 많이 가라 앉은 느낌이다. 오늘도 역시나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었지만, 한동안은 좀 조용히 해야지 ㅋㅋㅋ 뉴욕. 나소. 하바나 의 기항지 설명회가 있어서 듣고 왔다. 뉴욕… 엄격하기로 유명한 뉴욕. 입국심사 5시간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뉴욕. 부디 순조롭기를…

오늘은 셜록홈즈 보는 날.

어제 자기전에 핸드폰으로 보다가 졸리고, 집중도 안되고, 화면은 쪼그맣고 ㅋㅋ 쉬는 시간에 잠도 안자고 보았다. 윈다한테 받은 시즌4를 다 보았다… 업무 끝나고도 와서 보았다! 아.. 셜록홈즈….ㅋㅋ 물론, 영어자막이라; 몇 번은 다시 봐야 이해가 되겠지만;;; 한국가면 한글 자막 구해서 봐야지. 여튼 다 보아서 후련하다. 눈은 아프지만-_-;; 예전에 Leverage 미드 시리즈를 한창 본 적이 있었는데(사건 해결하는;) 영어자막으로 보다가 한글 자막 구해서 보니 내가 이해했던 거랑 달랐던 기억이 있다…….. 그나저나 leverage 시리즈는 계속 나오는 걸까. 한국가면 구해서 봐야지. 한국가면 유투브 보는 재미에 빠져서 좋아하는 시리즈 보는 건 잊어버리기 일쑤이다. 선상에선 인터넷이 빠르지 않으므로 동영상은 상상할 수도 없으니 한국가면 유투브 보는게 얼마나 신이 나는지…

아. 오늘은 인터넷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배 안에서는 어떤 식으로 인터넷을 쓰는지 궁금할 것이다. 배마다 다르다. 예를 들면, 예전 배는 전 구역이 wifi 존 이었음. 크루구역, 승객구역 모두 말이다. 그리고 선내 메신저가 따로 있어서 인터넷 연결(요금지불) 없이도 크루즈들끼리 메시지 주고 받거나 전화하거나 할 수 있었다. 지금 배는 wifi zone 이 따로 있다. 와이파이를 무료로 쓰는 건 절대 아니고, 많이 비싸게 돈을 내야 한다.

지금 배는 크루바가 wifi zone 인데 내 캐빈이 크루바와 가깝기 때문에 신호가 잡힌다. 지금은 와이파이를 연결하면, 인스타그램 알람이 제일 먼저 오고, 그 다음 브런치 알람, 페이스북 알람, 카카오톡, WhatsApp 순으로 온다. 알람은 제일 먼저 오지만 인스타그램은 용량이 큰 사진이나 동영상이 많기 때문에 사진이 뜨려면 시간이 걸린다. 브런치도 실행되고 있다는 표시가 보통 뜬다. 페이스북은 실시간 업데이트 되는 것이 뜨지 않는다. 카카오톡은 복불복. 사진이나 이모티콘은 나중에 뜨는 경우가 많고, 메시지도 수십 초가 지나야 보내진다. 상상가는 사람 있으신가요? ㅠㅠ 네이버 메일과 블로그는 이상하게 잘 안 열린다. 업데이트는 상상할 수 없다. 한국에서 처럼 인터넷을 잡고 있다가는 요금 폭탄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이 다이어리 업데이트를 페이스북, 브런치에 하고 있기 때문에 보통 인터넷 사용은 그 뿐이다. 그래도 느리기 때문에 속이 터지는 건 내 몫….카카오톡 답, 메시지 등은 인터넷 연결 안된 상태에서 다 써 놓는다. 인스타그램 업데이트도 미리 사진 올리고, 글도 다 써 놓는다. 와이파이 연결 했을 때 이렇게 써 놓은, 전송 실패된 메시지와 업데이트를 한 번에 보낸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실시간 답이 어렵다는 걸 친구들도 알기에 한꺼번에 이메일 같은 메시지를 보낸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매일매일 업데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좋아요도 눌러주고, 공감도 눌러주고, 덧글도 달아주시고, 해 주세요 ㅎㅎ 한국에 가면 만남으로 감사의 마음을 보답해드립니다 ^^ )

이런 생활을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하고 있어서 일까. 한국에서 내 취미는 유투브 동영상 보기. 어서 한국에 가서 궁금한 거 바로바로 검색하고, 재미난 동영상도 실컷 봤으면 좋겠다. 이렇게 소박할 수가. 김치도 원없이 먹고-_- 한국인 동생과 뉴욕에서 한인타운 갈 계획을 세웠는데(뉴욕까지 가서 한인타운? 할 수도 있겠지만;) 이유는 단 하나. 김치다. 김치 ㅋㅋㅋ 한국가서 먹을 음식 리스트를 어서 만들어야지. 그러고 보면 행복해지는 방법은 참 간단하다 ㅎㅎㅎ

내일은 뉴욕 기항 전날이라 바쁠 듯 하다. 그래도 뉴욕이다. 뉴욕!! IloveNY 티셔츠도 하나 사야지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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